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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사유재산이다. 이 책의 저자인 소노 아아코는 일본의 소설가이다. 어렸을 적부터 심각한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선천적 고도근시로 일상생활도 크게 불편했다고 한다. 그녀는 50대에 접어 들면서 또 다시 큰 위기를 겪는다. 중심성망막염이 양쪽 눈에서 발견되면서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주 위험한 수술이어서 시력을 완전히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맡고 있던 연재를 모두 포기한다. 읽고 쓰는 것이 불가능한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면 수술이 실패한 후의 '처신'에 대해 고민했다. 마사지 받는 것을 좋아해 그쪽 분야에 관심이 있으니 맹인이 되면 마사지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소설을 계속 쓰고 싶다는 미련도 남아 있었다. 눈이 안 보여도 얼마든지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위로해주.. 더보기
첫 조각 내리치기 어렸을 때 형제들이랑 도미노 놀이를 곧잘 했었다. 도미노 조각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구역을 나눠가면서 각자 몫을 조심조심 세워나갔다. 사촌까지 와서 합세를 할 때면 판이 점점 커진다. 조각들을 거의 다 세워 갈 때쯤 누구 한 명의 사소한 잘못으로 조각 하나가 쓰러지면서 줄줄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부 쓰러져버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전쟁이 일어난다. 소리 지르고 '네 탓이다, 너 빠져라.'를 외친다. 그렇게 몇 번 싸우고 나면 도미노 놀이를 안해야 정상인데 잊혀질만하면 그걸 또 한다. 윷놀이 할 때마다 싸우고 매번 다시 하는 거랑 같다. 놀다 싸우고, 싸우다가 다시 놀고. 세상 모든 놀이들의 패턴이다. 나중에는 꾀를 써서 중간 중간 도미노 조각 몇 개씩을 빼놓기도 했다. 만약의 불상사를 .. 더보기
센트럴파크 밤마실 저녁 먹고 나서 밤마실 삼아 가끔씩 센트럴파크에 나갈 때가 있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내게 '센트럴파크가 인천 송도에도 있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 그래, 센트럴파크는 뉴욕에도 있고, 송도에도 있단다. 다른 곳에 또 있나는 모르겠다. 그녀는 뉴요커로 집근처 센트럴파크를 가로질러서 출퇴근을 하는데 뉴욕의 집값, 교통지옥, 비싼물가, 주차전쟁 기타등등 모든 불만족한 상황 속에서도 공원만큼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나 역시 송도에서 딱 하나를 고르자면 '공원' 인 듯 하다. 신도시 특성상 울창한 숲길, 아름드리 나무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대신 넓고 쾌적하고 시각적으로 눈길을 끌게끔 디자인을 해 놓아서 또 그 나름대로의 멋은 있는 편이다. 센트럴 파크의 낮과 밤은 많이 다르다. 고층건물로 인해 낮에는 삭막한 느낌.. 더보기
가살&헤살 저 아이 가살 피우는 것 좀 봐. 기폭처럼 날리는 커튼이 높이 뛰어올라, 선반에 얹힌 인형들의 발목이나 허리며 어깨 언저리에서 헤살 짓고 있다. 어느날 딸아이가 나한테 '죽떡먹' 어디 있냐고 묻는다. '죽떡먹?' 그건 도대체 뭔가???? 나 : "죽이야? 떡이야? 묻는 거니?" 딸 : "아니, 책 어디 있냐고." '죽떡먹'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줄임말이란다. 요새 애들은 뭐든 줄여 입고, 줄여 말한다. 그래서, 나도 내 블로그 이름이 니까 줄여서 '가살'이구먼....했다. 근데... '가살' 뜻을 보니. 오마나. 줄이면 안되겠네. 1.'가살'의 뜻은 '말씨나 하는 짓이 얄망궂고 되바라짐'이다. '얄망궂다'는 사람의 성정이 요망하여 까다롭고 얄미운 것을 뜻한다. 요즘에는 줄여서 '얄궂다'라고.. 더보기
한 놈만 팬다 책 표지에 나온 것처럼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을 저자는 "The one thing" 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후회없는 인생을 살기 위한 방법이란 '단 하나의 중요한 일을 선택하여, 그것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나는 '원씽' 책을 보면서 계속 머릿속에 "한 놈만 팬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시험 공부 안 한 애들 중 암기 과목 붙잡고 종종 하는 말. 그 '한 놈'과 '원씽'이 비슷해 보였다. 공부 안했는데 영어 찔끔, 수학 찔끔 들춰 보느니 도덕이나 역사 하나 붙들고 바닥 보일 때까지 파고들면 의외의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나는 타고난 새가슴이어서 공부를 안했을 때도 그런 용기를 내본 적이 없었다. 뭐 하나만 택한다는 것에는 다른 것을 포기해서 망칠 수도 있다는 전제가 깔.. 더보기
하늘이 너무 예뻤다. 토요일 새벽 독서 모임 가는 길에 본 하늘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휴대폰을 주섬주섬 찾으려는데 그새 신호가 바뀐다. 계속 직진을 해야 모임 시작 10분 전 쯤 여유있게 도착을 한다. 그런데 눈 앞에 아른거리던 그 하늘을 못 잊겠는 거다. 카레이서 버금가게 핸들을 좌로 꺾어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았다. 나는 그 순간의 하늘과 구름을 다시 한번 보기 위해 5분을 내게 쓰기로 결정해 버렸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대체 날마다 보는 그 하늘과 그 구름이 뭐가 다르다고 그러는 거니??? 그래 맞다. 그 하늘이 그 하늘이고, 그 구름이 그 구름이다. 근데 그 하늘과 그 구름을 볼때 마다의 내 감정은 단 한번도 똑같았던 적이 없다. 나는 하늘과 구름과 더불어 그때의 내 감정을 기억하고 .. 더보기
또래지향성을 접하다 독서모임 두 번째 참석을 위해 읽어야 할 책은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였다. 단순 육아서인줄 알고 토요일 모임을 위해 바로 전날인 금요일 오후부터 책을 읽었다. 가족들이 방해만 안하면, 집중만 잘하면 금세 읽겠지 했는데 결국 새벽까지도 끝부분을 다 읽지 못했다. 읽으면서 멈추고 또 멈추었기에 진도가 빠르게 나갈 수 없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단 하나의 핵심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건강한 애착관계 형성'이다. 그러나 그 속에 들어 있는 여러 이야기들은 절대 만만하지가 않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애착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애착의 정도와 애착이 지속되어야 하는 기간, 자녀의 또래관계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 또래관계에 함몰된 자녀들의 문제점등... 처음 알게 된 개념과 .. 더보기
담쟁이처럼 벽을 오른다 詩에서 위로를 받던,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가 있었다. 산문이나 소설의 이야기에서 주는 위로와는 성격이 다른 농도짙은 시어들이 얼은 가슴을 매만져 주던 때가 있었다. 후배가 얼마전 괴로운 일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살다보면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고통의 순간이 있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 주기만을 바라며 맥놓고 있는 게 전부인 순간. 내게도 그런 순간들이, 인생 구석구석 점점이 박혀있다. 언젠가 아주 힘들었던 날. 거리를 하염없이 걷다가 한 건물의 벽을 뒤덮고 있던 담쟁이를 보았다. 땅에서, 화단에서 자라는 수많은 식물들과 다르게 기어이 눈 앞의 벽을 타고 올라가 '존재'를 증명해 보이는 담쟁이를 보며 집요함의 끝에 있는 질긴 생명력을 떠올렸다. 나도 살아 있는 한, 담쟁이처럼 내 앞의 꽉 막힌 벽을.. 더보기
'나'로부터 시작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하면 그저 '사람마다 고유한 생활의 방식' 정도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각자의 취향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자신만의 삶의 모습이기에 타인의 영향권 밖의 사적인 영역이라고만 여겼던 것 같다. 그만큼 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무지했다. 그런데 최근 을 읽고 연이어 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내가 알던 그 작고 좁은 의미로 한정지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이프스타일이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미래지향적일 뿐 아니라 개개인에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삶의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는 라이프스타일이란 '한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가치관이 만들어내는 삶의 패턴'이라고 정의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가치관'이라는 말에.. 더보기
고집스러운 기쁨 신문에 나오는 기사 중 몇 개씩 딸아이에게 읽어 보게 할 때가 있었다. 읽고 느낀 점을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가 '싫다'는 무심한 답변을 들은 후로는 느낌을 굳이 묻지 않았다. 본인이 읽었으나 느낌이 없을 수도 있고, 때론 느꼈지만 혼자 간직하고 싶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오늘도 '그저 이런 칼럼이 있는데 읽어 볼래?' 묻기만 했다. 내가 읽고 나서 한참 생각하게 한 글이라서 딸아이도 읽어봤으면 해서였다. '백영옥의 말과 글' 우리는 과감히 기쁨을 추구해야 한다. 쾌락 없이는 살 수 있지만, 기쁨 없이는 안 된다. 즐거움 없이는, 이 세상이라는 무자비한 불구덩이에서 고집스럽게 기쁨을 받아들여야 한다. 제임스 길버트의 시 '변론 취지서'를 처음 읽었다. 시를 소개한 건 작가 '엘리자베스 길.. 더보기
비각& 사춤 물과 불은 비각의 관계에 있다. 벽과 장롱의 사춤에 자질구레한 물건을 끼워 넣었다. 문장 속의 '비각' 과 '사춤'은 낯선 단어임에도 얼추 그 뜻이 짐작된다. 옛날 영어시간, 문맥에서 단어 유추해 보라고 시키던 선생님들 얘기를 귓등으로도 안들었다. 모르는 단어, 모름직한 단어는 무조건 사전찾아 보고, 기록도 암기도 없이 그 순간 한번 보고 끝냈다. 그러니 머릿속에 제대로 남아 있는 단어가 없었다. 우리말도 신문이나 글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그때마다 무작정 찾기보다 막 머리를 굴려본다. 어떤 때는 뜻이 번뜩 떠오르기도 한다. '머리쓰며 살자, 생각하면서 살자'..... 되뇌어 본다. 돌고 돌고 돌아.... 이제 와서야 조금 깨닫는다. 1.'비각'의 뜻은 '두 물건이 서로 상극이 되어 용납.. 더보기
독서 훼방꾼들-권아나TV 일주일에 한번 새벽 독서 모임중. (4번 연속 출석. 고로 딱 한달 됐음. 1년 아님) 블로그 1일 1포스팅 100일 도전중. (60일 넘은 듯 함. 100일 전에 깨질 위험 소지 다분함) 여태껏 겨울잠에 빠진 곰처럼 살아왔던 나는 이제 겨우 사람이 되기로 호언장담했지만 아직은 곰 반, 사람 반으로 분류되는 곰사람일 뿐. 그런 내가... 거의 2주째 1일 1책까지 진행중이다. 그리고 새벽 5시 언저리의 미라클 모닝까지 감행하고 있다. (나 미친거임???) 원래 오후만 되어도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요상한 체질에 온갖 통증으로 치료와 약복용을 반복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점심때부터 정신을 놓치고 뻗어 버리는 저질 체력의 민낯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어제는 남편 출근한 8시 반 즈음부터 눈.. 더보기
취향은 영혼의 풍향계 취향은 저마다 다르다. 더욱이 그것은 단기간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녹아서 사람의 마음과 몸에 스미는 것이다. 취향은 '영혼의 풍향계'이자 인간 그 자체다. 타인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은 한 개인을 알아가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취향을 존중하는 자세야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128쪽 이기주의 에 나오는 문장이다. 남편과 딸아이를 보면서 그들의 '취향'에 대해 생각해 보던 나는 이 문장들을 접하며 수긍이 되었다. 그래, 맞다. 영혼의 바람이 이끄는 대로 관찰하다가 시선을 끄는 것들 앞에 주저앉는다. 그것들과 시간을 보내며 위로와 즐거움을 얻는다. 계속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면 바로 그게 취향 아니겠는가. (갱년기 남편의 홈쇼핑 시청 취향, 공짜라면 뭐든 받아오는.. 더보기
사람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사람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하다가 중도에 그만 둘 뿐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 말이다. 중간에 숱하게 그만둔 전력이 있는 나에게 '그러니까 네가 실패한 거야.'라고 했으면 책을 읽다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읽는 내내 그만두고 때려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향해 속삭인다. '괜찮아. 실패한 거 아냐. 다들 그래. 사람은 결코 실패하지 않아. 그러니까 일어나. 일어나서 움직여. 하려는 일을 시작해.' 아, 이 책 괜찮다. 나같은 아줌마한테도 용기를 주는 책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작정하고 더 봐야겠다. 한때 나는 드라마 다시보기의 여왕이었다. 10년전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독박육아 후 맛본 해방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그때 나는 대장금을 보면서 자기 계발과 .. 더보기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기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었다. 나는 그동안 땅 속에서 겨울잠 자다 나온 짐승 마냥 이런 책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이 자기 계발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책이라고 해서 당장 읽었다. 나는 현재 자기 계발이 아주 시급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몇년째 자기 계발은 커녕 하염없이 후퇴하는 삶만 살아왔기에...나의 이 굳은 뇌에 각성을 촉구하는 책들을 좀 밀어 넣어주기로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성공 비법, 삶을 대하는 자세, 생활의 작은 습관, 그들만의 철학 등등을 인터뷰해서 요약 정리해 놓은 것이다. 물론 전부 외국인이고 그래서 이름은 귀에 익은 몇몇을 빼고는 몽땅 헷갈린다. 그래도 몇 장 읽으면서 딱 눈치챘다. '아하... 제목도 '타이.. 더보기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 '지적자본론'의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일본의 1400여개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 (CCC)의 사장이다. 츠타야 서점에 대해 많이 들어봤지만 그의 책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적자본론'을 몇 페이지 읽는 순간. 번쩍했다. 비지니스맨의 마인드가 오로지 고객만을 향할 때 성공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을 하건 하지 않건 자신의 일에 주인이 되고 싶은 사람,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의 회사 CCC의 중심철학은 '고객가치'와 '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저자는 고객의 입장과, 고객의 시선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더보기
새벽을 여는 기분 불과 몇 달 전까지 나는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했다. 일어나려고 해도 땅 속 뭔가가 내 몸을 끌어 당기는 듯한 기분을 날마다 느껴야 했다. 느지막히 일어나도 두통과 어깨통증, 등에서부터 허리까지 이어지는 통증들은 나아지기는 커녕 더 심해졌다. 밤새 몸을 쓰지 않고 있었으니 근육이 굳어지면서 아픈 곳은 더 아픈 법이라는 걸 몸으로 깨우쳤다. 늦게 시작한 하루는 활력을 떨어뜨렸고, 늦은 밤까지 잠 못 이루고 빈둥거리게 만들었다. 빈둥거리는 시간은 비생산적인 일들로 채워졌다. 부정적이거나 생기지도 않을 고민거리를 일부러 만들어 내며 노화에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초부터 조금씩 일어나는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만들어 나갔다. 최근에는 새벽에 4시쯤.. 더보기
어리눅다&드레지다 그녀는 나에게 어리눅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외양부터 드레져 보인다. 우리말 중에 모르는 단어가 상당히 많다. 책을 읽다가 나오는 단어도 그렇고.. 예전에는 귀찮아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휴대폰 앱을 열어서 그때 그때 찾아본다. 뒤돌아서면 잊어버려서 아쉽지만 그래도 찾는 그 순간이라도 아는 게 어디냐... 하는 마음으로.. 1.'어리눅다'의 뜻은 '잘났으면서도 짐짓 못난 체하는 것'이다. 우리 전통사회는 겸양을 미덕으로 삼았기 때문에 스스로 잘난척하고 으스대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 취급 당하기 일쑤였다. 사실은 미인이면서도 짐짓 못생긴 체하거나, 또는 잘난 사람이면서도 못난 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을 '어리눅다'라고 한다. 예)그는 사실 대단히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인데 예의상 '어리눅은' 듯이.. 더보기
과거의 신념을 버려라 15년 전 전 세계를 열광하게 했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뒷 이야기인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는 책 제목에서부터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 많던 치즈가 갑자기 사라졌다. '누가 가져간 거지?' 질문과 원망이 샘솟는다. 치즈를 가져간 누군가를 붙잡아서 따져 묻고 싶다. 잠깐 정신을 차리고 곰곰 생각해 본다. 누군가에 의해 치즈가 사라져 버린 건 이해하겠다. 지금 당장 눈 앞에 없으니까. 다시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여태까지 있던 그 치즈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던 걸까? 그곳은 어디일까? 치즈가 온 그곳이 어디인지를 거꾸로 짚어가는 것. 그게 바로 문제 해결의 시작점인 것이다. 맛 좋고 풍부했던 C창고의 치즈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자 꼬마인간 헴과 허는 당황하고 억울해한다. '그렇게.. 더보기
유대인 엄마의 힘 사랑도 지나치면 병이 되고, 잘못된 사랑은 상대방을 망치기도 한다. 남녀간의 사랑에만 한정지어 하는 말이 아니다. 특히 자녀교육에 있어서 과도하거나 맹목적 사랑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부모들은 때로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 자식이 하는 모든 일은 다 허용이 되고, 내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부모의 희생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희생'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위해 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야 하는지... 희생한 측의 오랜 고달픔도 싫고, 희생받은 측의 어쩔 수 없었다는 듯한 태도 또는 당당함도 몹시 거북하다. 어느 한 쪽을 잘 살리기 위해서 다른 한 쪽은 못 살아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는 뻔뻔한 논리를 나는 너무 싫어한다. 그럴바엔 양쪽 다 적당히 그냥 살면 된다고 생각.. 더보기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예전 '광수생각' 만화로 유명했던 박광수는 어렸을 적 도벽이 있었다고 한다. 집안 물건과 형들의 물건까지 닥치는 대로 가져다 팔고, 얻은 돈으로 친구들과 놀았던 모양이다. 이런 도벽을 없애고자 부모님이 용돈도 올려 줘 보고, 큰 형에게는 흠씬 두들겨 맞기까지 했음에도 이 도벽이 고쳐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박광수가 이층의 셋째 형 방에서 자고 있는데 아랫층에서 어머니와 둘째 형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 내려가게 된다. 박광수가 집안에 있는 줄 미처 몰랐던 두 사람은 '박광수의 도벽' 때문에 말씨름을 하고 있었던 거다. 미대생 둘째 형이 아끼던 카메라가 없어지자, 어머니는 범인을 '박광수'라 단정해 버린다. 그러고나서 박광수 발견시 혼쭐을 내겠다고 말하는데, 둘째 형이 그런 어머니를 나무라며 큰소.. 더보기
선정릉에서 나이듦을 생각하다 작은 언니랑 시간을 맞춰 엄마를 뵈러 갔다. 엄마도 편찮으시고 나도 몸이 아파서 서로 못 본지 오래였다. 그 사이 엄마는 더 쇠약해지신 것 같았다. 당연한 일인데도 어쩌다 만나는 엄마가 좀 더 천천히 늙으셨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정작 내가 늙는 건 계산에 집어 넣지 않는다. 딸인 나는 갈수록 늙으면서 엄마는 늙지 말라고 하면, 뭐 어쩌겠다는 건가? 모녀지간이 아닌 자매지간을 바라는 것도 아니면서.... 엄마 연세가 올해 여든 둘이다. 작년 6월 까지만 해도 정정하셨던 것 같은데 그 후부터 지금까지 갑자기 많이 늙고 약해지셨다. 세월 앞에 어느 생명체가 한결 같겠냐마는 엄마가 늙어가는 걸 볼 때면 쓸쓸해진다. 결국 이렇게 지내다가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엄마를 여의게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긴 .. 더보기
독서법을 대하는 겸손한 마음 서점에 독서 관련 책들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늘 다른 책들에 밀려 못 봤었는데 요사이 관련 책들을 몇 권 찾아 보면서 세상 모든 책에는 저자의 인생이 오롯이 다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떤 책도 편견없는 마음가짐으로 읽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사실 나는 남들이 다 별로라고 하는 책에서도 귀신같이 나한테 들어맞는 문장을 찾아내곤 한다. 내 인생이 특별히 기구해서라기 보다는(아니, 기구한가???) 감정이입이 지나치게 잘 되서 그런 것 같다. 책 속 주인공과 거의 혼연일체 수준이 된다. 빙의. 그래서 나는 '책값이 아깝네' '책 읽은 시간이 아깝네' '내가 써도 이것보다 낫겠네'... 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편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일기 한 줄.. 더보기
가리사니&깜냥깜냥이 일이 복잡하게 얽혀서 좀처럼 가리사니를 잡을 수 없다. 그들은 신입사원들임에도 깜냥깜냥이 일을 잘해낸다. '가리사니'와 '깜냥깜냥이'의 뜻은 뭘까? 문장 느낌상 가리사니는 실마리, 방향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깜냥깜냥이? '깜냥'의 뜻이 '무언가를 해낼 능력'이니까 깜냥깜냥이면? '깜냥'의 반복. 그러므로 능력도 두배?? 잠시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 1.'가리사니'의 뜻은 '사물을 판단할 수 있는 힘이나 능력, 또는 판단의 기초가 되는 실마리.'이다. '가리다'라는 동사에는 '둘 이상의 대상 중에서 바람직한 것을 구분하여 골라내다'는 뜻이 있다. '똥오줌을 가리다'는 '뒷일을 보아도 좋을 자리를 구별하는 지각이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가리사니'는 '가리다'에서 나온 말로써 '가리사니를 잡을 수 .. 더보기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하브루타로 교육하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대부분 육아서를 읽는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아이를 기르는 능력까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닌지라.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책을 펼치곤 한다. 모든 책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나 육아서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실에서 아이를 키우며 부딪히고 고민하고 깨달았던 일들이 내 속에 차곡차곡 쌓일수록 책이 더 잘 이해된다. 책과 나 사이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를 몇 년 전에 읽었었는데 그때는 잘 안보이던 것들이 이제 보인다. 아마도 를 읽으며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애착'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 본 직후라서 그런 것 같다. 우리가 자주 하는 말처럼.... '그 사이 책을 읽었던 내가 변했기에 책 내용도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유대인은 1.. 더보기
평범하면 까인다 핑크펭귄 평범하면 까이고 묻히면 죽는다고 말하는 세상. 이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핑크펭귄'의 겉표지를 봤을 때 핑크라서 그랬던가? 요즘 유명한 가수 '마미손'이 떠올랐다. 마미손 핑크 고무장갑을 뒤집어 쓴 듯한 차림으로 화제를 몰고 온 그는 확실히 수많은 밋밋한 펭귄들과는 차별화가 되었다. 나 역시 그가 왠지모르게 설거지도 잘 할 것 같이 느껴졌고, 굉장한 효자이거나 가정적인 남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수라고? 완전 특이한데?' 어쨌든 중년 아줌마 포함 대중에게 각인은 제대로 되었다. 이 책 은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유명한 빌 비숍의 빅 아이디어 창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수많은 펭귄 떼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유일한.. 더보기
김동식의 <양심고백> 지난주 딸아이가 서점에 가서 김동식의 를 보게 되었다. 단편모음집이라서 몇 편 읽고 다른 책을 볼 생각이었다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고 한다.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읽다보니 약속 시간까지도 늦어버린 모양이었다. 10대 청소년도 한 번 보면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할 정도로 마성의 힘을 가진 작가. 김동식. 노동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무한 상상의 이야기는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언제까지고 현재진행형일 듯 하다. '그의 출현' 자체가 워낙 특별해서 작년에 이 출간되자마자 읽었다. 술술 잘 읽히는 짧고 쉬운 문장. 거칠 것 없는 사건 전개. 허를 찌르는 상황. 다 끝났나 싶다가도 모든 것을 전복시키고 마는 결말. 읽고 나서는 '의미'까지 떠올리게 하는 단편들. 책을 평생 10권 이하로 읽었다는 10년차 주.. 더보기
독학할 권리 '갈매기의 꿈'으로 자유를 향한 인간 삶의 본질을 그려냈던 리처드 바크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제임스 마커스 바크. 그가 고등학교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때 아버지이인 리처드 바크는 아들에게 아직도 고민중이냐고 물으며 학교를 그만 다닐 것을 권유한다. 책 속 주인공인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을 통해서 모두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꿈을 향해 자유롭게 비상하는 것이 삶의 진리임을 보여주었던 리처드 바크는 현실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아들을 인도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응원에 힘입어 학교를 뛰쳐나오고 그로부터 홀로 배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결국 역대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애플의 매니저가 되는데 인턴들 보다도 어렸다고 한다. 이 때부터 그는 독학의 세계로 더 깊숙이 빠져든다. 서점과 사내 도서관을 돌며.. 더보기
돈 되는 독서가 있다?! 요즘 도서관에 자주 간다. 연체를 안해야 책을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빌려 볼 수 있어서 반납 날짜도 신경을 쓰게 된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이 대출되어 없을 경우에도 같은 지역 내의 다른 도서관에 미리 상호대차 서비스를 신청해 놓으면 받아 볼 수 있다. 이렇게 책 보기 쉬운 세상이라니. 돈 한푼 내지 않았는데도 책을 마구마구 빌려준다. 고맙다. 정말. 도서관을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여러 다양한 책들을 만나게 된다. 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도대체 독서를 어떻게 하면 돈이 되는지 좀 많이 궁금해서 펴봤다. 할 수 있다면 나도 따라해서 돈을 좀 벌어보고도 싶었다.^^ 작가는 아들 셋을 둔 서른 여섯의 젊은 여성이다. 신혼 초, 아끼며 모은 돈을 불려 보고자 펀드 투자를 했는데 국제 금융 위기로 절반 .. 더보기
나의 말 그릇은 믿음직한가? '말 그릇'을 다 읽은 며칠 전 오후.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봤다. 한참동안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책에서는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이자 됨됨이'라고 했는데.. 평소 나의 말에 비추어 내 인격과 됨됨이를 되돌아 보았다. 나의 말 그릇은 어떠한가? 너무 좁고 작고 얕아서 누구의 말도 담아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그럼 누구에게나 든든하고 정겹고 힘이 되는 말을 해줄 정도의 그릇은 되는가? 밖에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쓴 만큼 집 안에서도 좋은 사람이었나? 가족에게 나의 말은 어떻게 들렸을까? 공허하거나 매정함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믿음직스러웠을까? 끊임없이 반문하게 된다. 갈등에 처했을 때 상대방의 결점과 한계를 찾아내고 당장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는 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