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서관에 자주 간다. 연체를 안해야 책을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빌려 볼 수 있어서 반납 날짜도 신경을 쓰게 된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이 대출되어 없을 경우에도 같은 지역 내의 다른 도서관에 미리 상호대차 서비스를 신청해 놓으면 받아 볼 수 있다. 이렇게 책 보기 쉬운 세상이라니. 돈 한푼 내지 않았는데도 책을 마구마구 빌려준다. 고맙다. 정말.
도서관을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여러 다양한 책들을 만나게 된다. <아들 셋 엄마의 돈되는 독서>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도대체 독서를 어떻게 하면 돈이 되는지 좀 많이 궁금해서 펴봤다. 할 수 있다면 나도 따라해서 돈을 좀 벌어보고도 싶었다.^^
작가는 아들 셋을 둔 서른 여섯의 젊은 여성이다. 신혼 초, 아끼며 모은 돈을 불려 보고자 펀드 투자를 했는데 국제 금융 위기로 절반 가량의 원금을 날리고 만다. 혹독한 시련을 겪은 후 이 젊은 엄마는 각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무지를 탓하며 책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하는데 블로그에 400권 가량의 책 서평을 올리며 홀로 독하게 공부를 한다.
경제와 부동산, 자기계발, 고전 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녀는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의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현재 15채 아파트를 소유한 재테크 작가 겸 전문 강사로 활동중이라고 했다. 아, 젊은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야무지고 똑똑한지 모르겠다...
요즘 3040세대들 사이에 파이어족이 유행이라고 한다.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은 악착같이 아끼고 모아서 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은퇴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파이어족은 미국에서 1990년대 처음 등장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지게 된다. 그리고 이후 경기 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파이어 운동에 관심을 갖는다. 이들이 조기 은퇴를 위해 꿈꾸는 목표 자금은 약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1억원 가량인데 이것을 주식투자나 은행에 예치해 두고 5~6% 수익을 생활비로 쓰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은행 빚이나 소비생활에 따른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싶어하고 은퇴 이후에도 극도의 절약 생활을 실천해 나간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성취감을 주지 못하는 직장에 대한 불만,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 붕괴에 따른 불안, 불황 속에서도 보다 안정된 삶에 대한 열망"때문으로 보여진다. 부모 세대가 준비 없이 은퇴한 후에 고생하며 애쓰는 모습을 본 젊은 사람들이 파이어 운동에 앞장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적게 벌고 적게 소비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출의 내역을 파악하고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아무리 수입이 많아도 기대만큼의 저축액은 모이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어서 호의호식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돈으로 인해 내 삶의 균형이 깨지고 가족 모두가 힘들어지는 상황으로까지는 가지 않도록 미리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은퇴 시점인 5060도 아닌 3040세대가 준비한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쨌든 이 젊은 엄마가, 작가가 되고 강연가가 되고 아파트 15채를 보유한 부동산 고수가 된 데에는 절약과 독서. 두 가지의 핵심 키워드가 있고 그것을 집요하리만치 실행해 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7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짠돌이 카페에서도 절약왕 1등을 했던 전적이 있을 정도라니 말 다 했다. 과소비란 비싼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사는 것. 이라는 말에는 어찌나 가슴이 찔리던지. 나 역시 습관을 바꿔 나가고는 있지만 진작부터 그랬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결국 독서는 실천을 위한 것이다. 더욱이 인생을 바꾸기 위한 북테크라면, 책을 통해 배운 내용을 실천으로 옮겨야만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책에서 한 문장을 뽑아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문장을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하단 이야기다. 104쪽
독서가 습관이듯, 절약도 습관이다. 절약을 습관화하는 사람은 적은 수입으로도 보다 빨리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돈을 종잣돈 삼아 남보다 빠르게 투자할 수 있다. 그때 나는 독서하듯 절약했고, 절약하듯 독서하면서 부자엄마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했다. 165쪽
자신의 아이 고생시키지 않을 만큼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기 위해, 책으로 배우고 단련하여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한 젊은 엄마의 분투기.
어느 누구의 이야기든, 성장담에는 늘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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