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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독학할 권리

'갈매기의 꿈'으로 자유를 향한 인간 삶의 본질을 그려냈던 리처드 바크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제임스 마커스 바크. 그가 고등학교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때 아버지이인 리처드 바크는 아들에게 아직도 고민중이냐고 물으며 학교를 그만 다닐 것을 권유한다. 

책 속 주인공인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을 통해서 모두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꿈을 향해 자유롭게 비상하는 것이 삶의 진리임을 보여주었던 리처드 바크는 현실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아들을 인도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응원에 힘입어 학교를 뛰쳐나오고 그로부터 홀로 배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결국 역대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애플의 매니저가 되는데 인턴들 보다도 어렸다고 한다. 이 때부터 그는 독학의 세계로 더 깊숙이 빠져든다. 서점과 사내 도서관을 돌며 200개의 학술저널을 비롯해 테스팅 서적과 전문 분야가 아닌 책들까지 모두 구해 밤낮, 주말 할 것 없이 읽어내려갔다. 그는 애플에 와서야 비로소 진짜 교육, 교육을 항해에 비유한다면 '진정한 항해'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자료를 파헤친지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다른 대졸 직원들을 앞질러 갔는데 이는 그가 가진 최대의 장점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을 벗어남으로써 그는 권위에 불복종하고 틀에 박힌 사고를 지양하며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임스 마커스 바크는 자신만의 학습법을 개발해서 스스로가 궁금한 것을 탐구하기 위해 읽고 생각하고 추론하는 과정들을 거치는데 이런 방법을 '버커니어식 학습법'이라고 부른다. 이는  카리브 해를 누비던 해적 '버커니어'에 빗댄 말로써 대담하면서 자유롭고 순발력 있게 배워나가는 것을 칭한다.

버커니어식 학습법을 활용하면, 일단 궁금한 것은 직접 탐색하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해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의심하고 따져보게 된다는 것이다. 또 빈둥거리며 놀다가도 무언가 떠오르면 이야기, 단어, 사진으로 사고의 틀을 만들어보고, 기존의 지식과 비교하며 관계 맺기도 시도해본다. 진정한 배움은 수동적 지식 습득자가 아닌 '진정한 사색가'로 거듭나는 과정에 있다고 믿었던 제임스 마커스 바크, 그만의 공부법이었다.

그는 '지식 노동자의 성공은 현재 아는 사실이 아니라 배우는 방식이 좌우한다'고 믿으며 이렇게 말했다. 

"배움은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게는 학교가 필요 없었다. 너희에게도 필요 없을 것이다. 학교는 잠깐 다니고 졸업하면 그만이지만, 배움은 그렇지 않다. 인생을 꽃피우고 싶다면 확 끌리는 분야를 찾아 미친 듯이 파고들어라. 누군가 날 가르쳐줄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라. 열정이 넘쳐야 스승이 나타난다. 졸업장이나 학위는 고민할 필요 없다. 아무도 날 무시하지 못할 만큼 실력을 키우면 된다."

<학력파괴자들> 중에서 

제임스 마커스 바크는 자신의 삶으로 독학의 즐거움과 가치를 증명해 냈으며 자신의 동생과 아들에게까지 대를 이어 공부법을 전수했다고 한다. 

진정한 자기 주도적 학습인 '버커니어식'으로 공부하여 놀라운 결과를 낸 이들이 또 있는데... 바로 교도소에 갇혀 있는 재소자들이다. 

미국 '동부 뉴욕 교도소'에는 '재소자 토론팀'이 있다. 2001년 뉴욕 바드 대학교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이 2013년 이후 토론팀으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이 토론팀의 재소자들에게 단순한 동기부여를 할 목적으로 교도소측은 2014년 미 육군사관학교 토론팀을 초빙하였다. 그런데 토론대회에서 재소자팀이 승리하는 이변이 생겼고 2015년엔 하버드대 토론팀까지 이겨 버린다.

최근엔 200년 전통을 지닌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토론팀 '케임브리지 유니언'과도 맞붙었다. 캠브리지 유니언은 마거릿 대처,로널드 레이건, 달라이 라마 등을 토론자로 초빙한 적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대학 토론팀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승패가 정해져 있는 게임처럼 보였으나 모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승리를 차지한 쪽은 재소자 토론팀이었다. '모든 국가는 핵무기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논재에서 재소자팀은 찬성을 표명하며 반대 입장의 케임브리지 유니언과 난상토론을 펼쳤고 끝내 이겼다. 


케임브리지 유니언팀은 "핵무기가 불량 국가에 넘어갈 경우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모든 핵무기 폐기'를 주장했다. 반면 재소자팀은 "모든 핵무기 폐기는 실현 불가능하며 핵을 가진 소수의 국가가 타국에 핵을 금지하는 것은 제국주의와 글로벌 불평등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심사위원단은 핵 폐기의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한 케임브리지 유니언팀 대신 명확한 논점을 유지한 재소자팀의 승리를 선언했다. 

재소자팀 중 고졸 학력을 가진 이는 단 한 명 뿐이었는데, 그는 살인죄로 25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고교과정을 마쳤다고 한다. 게다가 재소자팀은 인터넷 사용이 금지되는 규정으로 인해 자료 검색과 토론 준비를 교도소 내의 도서관에서만 해야 했고, 필요한 자료는 외부 강사가 전해주는 복사물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이기에 이루 말 할 수 없이 값진 것이다.  환경적 제약이 오히려 재소자들을 더 오랫동안 깊이 있게 생각하고 스스로 고민하며 집중하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재소자들의 이러한 토론대회 승전보는 '최고의 인간 교육은 학교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가르치는 교육"이라는 명제를 증명해 보인 셈이다.  

누군가가 이끌어 주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착각하지 말자. 모든 인생이 그러하듯. 혼자의 힘으로 묵묵히 나아가는 것은 공부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그 길 위에 서면 때론 외롭고 힘들겠지만, 세상 모든 일들의 성과란 결국 혼자 보낸 숱한 시간들의 합이다. 그렇게  쌓여진 증거들이다.

동부 뉴욕 교도소 토론팀의 재소자들이 공부를 마치고 다시 교도소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본다. 그들 마음 속에 죄를 저질렀던 이전의 '그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다. 나날이 깨닫고 스스로 공부하는, 새롭게 태어난 '그들'만 있지 않을까?

세상 누구로부터도 아니다. 내가 나를 가르치는 게 진짜 공부다. 독학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니 지금은 그 권리를 누려야 할 때이다.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처럼 높이 날아 올라 멀리 바라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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