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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과거의 신념을 버려라

15년 전 전 세계를 열광하게 했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뒷 이야기인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는 책 제목에서부터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 많던 치즈가 갑자기 사라졌다. '누가 가져간 거지?' 질문과 원망이 샘솟는다. 치즈를 가져간 누군가를 붙잡아서 따져 묻고 싶다. 잠깐 정신을 차리고 곰곰 생각해 본다. 누군가에 의해 치즈가 사라져 버린 건 이해하겠다. 지금 당장 눈 앞에 없으니까. 다시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여태까지 있던 그 치즈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던 걸까? 그곳은 어디일까?

치즈가 온 그곳이 어디인지를 거꾸로 짚어가는 것. 그게 바로 문제 해결의 시작점인 것이다. 

맛 좋고 풍부했던 C창고의 치즈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자 꼬마인간 헴과 허는 당황하고 억울해한다. '그렇게 많던 치즈가 어디로 사라진 거야? 누가 옮긴 거야???' 허는 기다려도 오지 않는 치즈를 찾아 C창고를 떠나고 고집불통 헴은 그 자리를 지킨다.

헴은 자신의 생각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 치즈가 하루아침에 없어졌다면, 하루아침에 다시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눈 앞에 일어난 현상에 집착하느라 급변하는 상황을 읽어내지 못한다. 그런 그가 차츰차츰 깨닫는다. 사실이라고 믿었던 생각, 즉 신념 - 치즈가 돌아올 것이고 친구 허가 어리석고 틀렸다는- 이 자신을 구속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그는 '과거의 신념'이 우리를 가둘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치즈가 사라져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던 과거의 신념처럼 모든 신념이 그러할까? 새 친구 호프가 내민 사과를 받아먹은 헴은 비로소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호프는 마지막 사과를 헴에게 양보한 좋은 친구였다. 세상에는 옴짝달싹 못하게 나를 가두는 신념도 있지만, 좋게 작용하는 신념도 있다는 것을 헴은 깨닫는다. 어떤 신념은 우리를 주저앉히고, 어떤 신념은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82쪽

헴이 이전의 마음을 바꾸지 않았던 것은 위협받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자신의 신념을 좋아했기에 바꾸지 않았다. 신념이 곧 자기 자신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헴은 다른 생각과 다른 신념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을 선택해도 그는 여전히 자기 자신이니까. 우리는 우리의 신념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신념을 선택하는 장본인이다." 87쪽

헴은 이전의 신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 새로운 신념으로 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게 변하면 한계가 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헴과 호프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에 한계는 없다고 말한다.  헴은 거추장스럽게 들고 다니던 과거의 연장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걸 느낀다.  완전히 다른 걸 해야 했다. 그건 상황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는 걸 의미했다. 마음을 바꾸고 새로운 신념을 선택해야 했다. 95쪽

이제 헴과 호프는 치즈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질문해 간다. 그리고 '미로 밖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선다. 헴은 눈을 감고 미로 밖 세상을 상상해 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온통 미로뿐이었다. 평생 그 안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냥 믿어 보면 어떨까? 그러면 보일 거야.'라는 호프의 말에 다시 눈을 감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생각을 바꾸면 믿음이 바뀌는 게 느껴진다. 때로는 볼 수 있기 전에 믿어야 한다. 101쪽

헴은 어릴 때부터 평생 '미로는 위험한 곳'이라 믿고 살아왔다. 그러나 낡은 연장을 버리는 대신 어둠을 밝혀 줄 촛불을 든 채 호프와 함께 미로를 헤매는 선택을 한다. 용감하게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서,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을 필요는 없다. 107쪽

그리고 마침내 미로 밖 세상으로 나간다. 그곳엔 미로를 먼저 빠져나온 친구 허가 있었다. 사과와 치즈가 있는 세상에서, 친구 셋이 함께하는 탐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15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이 얇은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우화 속에 숨겨진 세상에 대한 생각과 개념들을 내 경우에 맞춰 이해하고 해석하는 게 좀 어려웠다. 우화라서 쉽겠지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거다. (그것 역시 '과거의 신념'인 거다.) 그러다가 그 속에 담긴 깊이 있는 생각을 만나니, 우화와 사고와 개념이 각각 따로 분리가 되어 연결되지 않았다. 몇 번을 다시 보고 내용을 내 수준으로 확 끌어내려 그저 내 식대로 해석했다. 원래 책은 출간되는 순간, 독자 마음대로 이해되는 독자의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고나자 마음이 편해진다. 

살아가면서 내게 주어지는 모든 신념들은 살펴봐야 한다. 어떤 신념은 나를 방해해서 앞을 가로막기도 하며 또 다른 신념은 횃불처럼 타올라서 전진하게도 만들기 때문이다. 둘 중 어느 신념을 버려야 하고, 어느 신념을 간직하며 살아야 할지를 주의 깊게 들여다 본다.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자신의 구태의연한 생각만을 사실이라고 단정 짓는 과거의 신념들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나를 만드는 진실과 핵심가치, 스스로에 대한 믿음 등과 같은 변하지 않는 고유한 신념을 제대로 지켜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벗어나야 할 신념, 떨쳐버려야 할 신념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어떠한 신념이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지, 또는 주저앉게 하는지' '어떠한 신념이 우리를 미로 밖으로 나가게 하는지, 제자리만 빙빙 돌게 하는지' 고민해 보면 된다. 그래서 우리를 주저앉게 하거나 제자리만 빙빙 돌게 하는 신념이라는 판단이 들면 벗어나야 한다. 내 안에 새로운 신념이 들어 올 빈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오래된 신념을 떨쳐버렸다고 해서 '나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일뿐이다. 과거에 얽매여 집착하는 나로부터 벗어나 미래를 향해 전진하려 한다. 과거의 신념을 내려 놓고 새로운 신념을 선택하는 오늘 나의 첫 발걸음. 그게 진짜다. 그리고 책의 가르침대로 나는 내 생각보다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믿고 나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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