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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만 하지는 말자! 그 옛날 고등학교때부터 아트박스에 들러 구경하는 걸 좋아했었다. 당시에는 예쁜 모양의 편지지와 카드, 펜, 필통,노트 등을 구입하는 게 낙이었다. 그 곳에서 샀던 수많은 편지지와 크리스마스 카드에 사연을 담아 친한 친구들과 주거니 받거니 한 기억은 지금도 여전하다. 친구의 편지를 받으면 조심스레 펼쳐놓고 그 내용에 적합한 이야기를 나만의 어투로 답장에 담아내려고 밤새도록 머리와 펜을 굴리곤 했었다. 내 취향대로 편지지를 고를 수 있었던 아트박스는 나에게 잊지못할 추억의 장소이다. 그 아트박스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은 참 반가운 일이다. 학교 근처 문구점조차 많이 사라진 지금. 길 가다가도 아트박스를 발견하면 딸아이보다 내가 먼저 달려가기 일쑤였다. 그곳에서 필기구, 편지지, 작은 .. 더보기
재능보다 중요한 건, 열정 최민정이 1500미터에서 1등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일 전 여자 500미터에서 두번째로 들어오고도 심판 판정으로 실격되어 분루를 삼켜야 했던 최민정은 주종목인 1500미터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줄곧 4위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3-4바퀴 무렵부터 아웃 코스로 치고 나가며 단숨에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실격의 아픔을 뒤로 하고 다가오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진중한 삶의 태도는 감동 그 자체였다. 저런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기 위해 기울여야 하는 노력은 어떤 것일까? 과연 우리가 상상할 수 있을 범주의 노력이긴 한 것일까? 그녀는 2015, 2016년 모두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 했으나, 2017년은 슬럼프에 빠지면서 단.. 더보기
정동진역 - 바닷가 가까이 자리한 그 곳 정동진은 조선시대 서울 광화문의 정동쪽에 있다는 의미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살펴보면 정동진이 정확한 동쪽은 아니라고 하던데, 당시 측량 기술의 부족함을 이해하면서... 예전부터 정동쪽으로 칭해진 정동진을 둘러보았다. 정동진역에 서 있는 기차와 바닷가까지의 거리는 직선 60미터라고 한다. 그래서 바닷가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역으로 기네스 북에 올랐다고도 하는데, 사실 다른 나라에 바다와 더 가까운 역이 존재한다고 한다. 다만 그런 역들이 기네스북에 등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등재된 정동진역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바닷가를 지척에 두고 있는 기차역이 있고, 기차가 정차하고 있는 모습은 참 낭만적으로 보였다. 거센 파도가 칠 때는 기차 차창에 물방울이 튀기도 했다는데.. 더보기
힘들고 지칠 때, 위베어베어스 요즘 내가 최고로 애정하는, 최애 캐릭터 재작년쯤 베스킨라빈스 크리스마스 케잌을 샀을 때 이상한 흰색 곰 한마리를 주길래받아왔는데.... 이제와 살펴보니 그 곰이 바로 의 막내인 아이스베어였다.-.-미안해... 너를 못 알아봐서. 는 미국 카툰 네트워크의 시리즈 만화이다.곰 세마리가 주인공인데, 이 곰들은 3층 석탑마냥 차례차례 등 위에 올라타고 걸어다닌다.우리나라에서는 '위 베어 베어스' 즉 우리는 벗은 곰들 이라는 뜻으로....'우벗곰'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주 우연하게 이 녀석들이 나오는 만화를 유튜브로 봤는데, 그만 그만 홀딱 반하고 말았다.귀엽고, 능청스럽고, 익살맞고, 사랑스럽고 때론 멍청하고, 집요하고, 고집세고, 말썽만 피우는 듯이보이는 세 마리 곰들. 너희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더보기
정상인 척 살아가는 편의점 인간 아주 오래전 '질투'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이 주인공이었는데, 드라마 속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항상 등장했다. 당시 동네 가게나 슈퍼마켓만 주로 이용하던 사람들한테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은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명료하게 깨어 있으면서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가게라니... 편의점은 손님을 위해 태어난 편리한 가게의 정점처럼 여겨졌다. 당시 세븐 일레븐은 잘 사는 동네를 위주로 몇 군데 있지도 않았고 고로 나는 그때까지 편의점에 가본 적이 전혀 없었다. 그로부터 25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한 상가 안에 이름이 다른 편의점 두어 개가 동시에 입점될 정도로, 편의점은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가게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어린시절 자주 이용했던 동네 구멍 가게는 추억 속.. 더보기
평창 페스티벌 파크에서 만난 mia... 전기자동차 평창 올림픽이 한창이다.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것 같은 느낌인데... 평창에 도착한 어제는 진짜 칼바람이 무엇인지 맛보았다. 올림픽 개막식이 있던 2월 9일만 바람이 조금 잔잔했을 뿐이었지, 강릉과 평창의 겨울 바람은 상상 이상이었다. 내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겨울 추위 앞에서 귀여운 전기차를 만나 반가웠다. 평창 페스티벌 파크내에 전시 된 프랑스 mia 전기차.모양도 깔끔했고, 3인용 차라는 점이 독특하기도 해서 구경을 해 보았다. 승합차처럼 옆으로 좌석 문을 열게 되어 있었는데...앞에 운전석 하나가 중앙에 위치하고, 뒷 좌석은 나란히 두개가 이어져 있었다. 트렁크도 작아보여서 여행용으로는 적합해 보이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출퇴근용이나 시내 주행용으로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600원으로.. 더보기
강릉 솔향 수목원 - 미디어아트쇼 강릉과 평창은 동계 올림픽을 맞아 여러가지 축제와 공연, 행사들이 다양하다.그 중 하나인 강릉 솔향 수목원의 미디어아트쇼. 청산별곡. 80세인 친정엄마를 모시고 밤 8시에 산행을 감행한 우리들.엄마는 나보다 걸음이 더 빠를 정도로...충분히 건강하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산속 추위를 견디며 산행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르막 길을 올라 산 정상에 도달하면 반대편 내리막길은 돌길이 중간중간 있어서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노모가 내려오기 힘든 길이었다.조심하며 한시간 가량 걷다보니 추위는 어느 새 잦아들고 등에서는 땀이 나기도 했다. 청산별곡. 미디어아트쇼는산 곳곳.. 바위나 나무, 절벽이나 계곡에 색색깔의 레이저를 쏘아 빛과 모양을 만들어전체 숲속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보이게 했다. 중간중간 .. 더보기
냉장고에서 적정 용량을 배우다. 며칠 째 지방에 머무르는 지금.집을 떠나오기 직전 마지막 점검을 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그대로 다시 닫았다. 그 길로 나는 그냥 아무것도 못 본채 하면서 집을 나섰다. 음식들을 정리하고 냉장고 속을 간결하게 해주는 일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인냥 생각하기로 했다. '괜찮아. 성능 좋은 냉장고인데 뭘.' 냉장고는 참 희한한 물건이다. 가방도 비닐봉지도 무엇인가를 넣으면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최대 용량이라는 것이 있는데... 나한테 있어서 냉장고는 뭐든 꾸역꾸역 잘도 들어가는, 한계라는 것을 모르는 요상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뭐든 한 번 들어가면 제때 나오지도 않는다. 물건들은 어느 구석에 숨어있었는지 늘 유통기한을 한참 넘기고 나서야 고개를 불쑥 내민다. 숨바꼭질하는 어린애가 '까꿍'하고 나타나는.. 더보기
강릉 오죽헌- 인생을 닮은 대나무, 오죽 강릉의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흔적이 오롯이 남겨져 있는 곳이다. 다섯 자매의 둘째로 태어난 신사임당은 효심이 지극하여 시집을 간 후에도홀로 사는 친정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강릉 오죽헌에 머물렀다고 한다.그리고 그 곳에서 셋째 아들 율곡 이이를 낳는다.신사임당 역시 이 곳에서 태어났다고 하니....걸출한 위인 두 명이 시간 차를 두고 태어난 오죽헌은...남다른 정기가 흐르는 귀한 터로 칭송받게 된다. 오죽헌 뒤와 옆쪽으로는 대나무가 그득하다.이곳의 대나무는 그 빛깔이 까맣다는 특징이 있다.나도 오죽이, 검은 빛깔의 대나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오죽헌의 대나무밭에서는 검정대나무만 볼 수 있을거라 기대했다. 그런데대나무 줄기가 내 생각과는 달리...초록색, 검정색, 회색 등 여러가지였다. 까마귀처럼.. 더보기
우리는 지금 누구와 함께 있나? 몇 번씩 카톡으로 날짜와 시간을 주고받으며 만날 약속을 정한다.전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걷기도 하면서 약속 장소로 간다.그리고 친구와 만난다.인사말 몇 마디 나누고 차 주문하기가 무섭게 친구는 누군가가 보낸 카톡의 물음에 일일이 답해 준다.얼마나 중요한 카톡 속 인물이기에....실제 만난 나랑은 눈 맞출 틈도 없는 걸까. 나는 묻고 싶어진다.'네가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었니?''네가 그렇게 바쁘고 중요한 사람이었니?''네가 그렇게 카톡 속 사람과 친하니?' 나와 대화하며 차 마시는 중간 중간 걸려오는 전화도 받는다.얼핏 듣기에 안받아도 지장없는 전화 같다. 나는 또 묻고 싶어진다.'너는 나를 만나는 거니? 딴 사람을 만나는 거니?''이러려면 나를 왜 만난거니?' 그 또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들인 시.. 더보기
제주도 곶자왈 - 힘들고 긴 시간을 견뎌낸 진짜 나무들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제주방언이다. 곶은 숲을 나타내고 자왈은 나무덩굴이 뒤섞인 곳, 즉 덤불을 뜻한다. 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이 만들어 낸 불규칙한 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숲에 들어선 순간, 예사롭지 않다. 독특하다...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무와 나무가 엉퀴고 뒤섞여서 서로가 서로의 생존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괴팍한 인상을 받기도 하였다. 메타세콰이어길이나 대나무 숲 같이 길쭉길쭉하고 반듯반듯한 나무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늘어선 숲에서 특히 매력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곶자왈에서는 첫발걸음부터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곶자왈은 생긴 그대로의 '제멋대로 숲'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곶자왈.. 더보기
제주 4.3 역사 기행 - 사려니숲길. 이덕구 산전 올해는 제주 4.3, 70주년의 해이다. 1월 16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이번 제주 4.3 역사기행에는 32명의 일행이 참가하였다. 나와 딸아이는 지난 해 11월에 참가 신청을 하였고 일행들과 합류했다.김포공항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뵈었다.내가 다른 외부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못 뵈었던 탓에 반가웠던만큼 죄송하기도 했다.다른 많은 선생님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제주에서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제주 4.3사건이 무엇인지...사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역사이다.오래 전 일이고, 현재에서 바라보면 다 지난 일이고,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일이고.....이렇게 생각하기가 쉽다.사실 현재 우리들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마음을 내어 역사를 들여다 볼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를.. 더보기
감정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법 딸아이는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는 타입이다. 사춘기의 탓으로 모든 것을 다 돌려버리면 편하다. 사춘기는 언젠가 끝이 나게 되어 있고, 끝난 그 시점이 바로 문제가 해결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단순하고 명료한가 그러나 사람은.... 사춘기나, 사추기, 갱년기 등등으로 규정해 버릴 수 없는 개개인의 가슴 밑바닥, 저마다 감정의 창고가 있기 마련이고 그곳엔 견디고 겪어낸 감정의 껍질들이 켜켜이 쌓여있게 된다. 누구나가 다 그렇다. 살다보면, 나이를 한해 두해 먹고 어른이 되면, 그 감정의 껍질을 해소하는 법을 결국엔 조금씩 터득하기도 한다. 실전에서 처절하게 경험하며 구르다보면 감정을 느끼고 상처받는 그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상한 과일의 일정부분을 도려내어 버리든 먹기 싫은 과일 껍.. 더보기
햇살 아래 녹차 한 잔 우리 집은 해가 뜨는 아침부터 지는 저녁까지하루 종일 햇빛의 영향권에 있다.타워형 아파트인데 그중에서도 운 좋게 해가 잘 드는 라인이다.이 동네에 이사와서 이래저래 마음 고생만심하게 해서 집을 원망하곤 했었는데... 해 잘 드는 밝은 집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햇빛이 생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내가 우울해보지 않았을때는 잘 몰랐다.비많이 내리고 날씨가 흐린 유럽쪽 나라들의자살율이 날씨와 많은 연관이 있다고 할때에도그저 흘려들었다. 그런데... 내 기분이 몹시 우울했던 날들...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온 세상이 어두컴컴해지자그대로 땅을 파고 지구 중심부까지 내려간 듯한심정이 되어버리는 걸 경험했다. 그때의 심란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눈뜨고 싶지 않을 정도로 괴.. 더보기
일어난 일은 언제나 잘 된 일이다 유튜브에는 여러가지 내용들의 동영상이 쉴 새 없이 올라온다.오로지 현재 자신의 관심사, 마음상태 등이 동영상 취사선택의 기준이 될 터이다.이 나이에 남들의 화장법이나 옷 잘 입는 센스 등등... 그런 것들이굳이 궁금하지는 않다. 지금의 나는 나와 내 주변이 행복해지는 일에 관심이 많다.물론 화장도 잘하고, 옷도 잘 입으면 더 행복해 질 수 있겠지만....어떻게 하면 후회스러운 일을 최소화 하면서인생을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잘 살 수 있을까?조금씩 날마다 발전하는 길은 무엇일까?그것이 내 관심의 대상이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유튜브에는 꽤나 많이 있다. 법륜스님 강연은 때론 재미있고, 때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때도 있다.자꾸만 남편한테 잘못했다는 마음, 용서 비는 마음으로 혼자 참회의 절을 .. 더보기
최강한파에 입김을 보다 2018년의 1월이 지났다.1월 중순부터 거의 날마다 무척 추웠다.최강한파라고 말 할 정도로 날씨는 매서웠고날씨가 매서운만큼 몸은 움츠러들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면 베란다 창문의 모서리 구석구석,빈틈없이 살뜰하게 살얼음이 끼어있었다. 특별한 약속이나 일정이 아니라면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았고동굴 속에서 칩거하듯 집안에서 겨울짐승처럼 지냈다. 추운날씨에 때아니게 무슨 미세먼지일까?최강한파에 극강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려서울시내 대중교통 이용시 요금을 면제해주기도 했었다. 추워도,미세먼지가 극성을 떨어도, 추우면서 동시에 미세먼지가 극성을 떨어도,사람들은 목적지를 향해 세상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였다.출근을 하고, 공부를 하러 가고, 자신의 꿈을 찾아 가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 위해...문을 열고 나섰다. .. 더보기
쨉으로 생의 문을 두드린다 권투만큼 잔인한 스포츠가 있을까?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청소년 시절 TV에서 본 슬픈 권투는어린 시절 봤던 재미난 권투랑 달랐다.선수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피에 대한 나의 느낌이 그 몇 년 사이에 전혀 다르게 변해 버린 것이었다. 사춘기가 되면서세상을 보는 내 시선엔슬픔과 삐딱함, 외로움이 가득차 있었다.세상 모든 것이 불쌍해 보였던 때였다.그래서고기도, 생선도, 달걀도 먹지 못하던 때였다. 그때 본 권투.사각의 링 위에 선 두명.누구의 편을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그 권투가 싫었다.링 주변에서 구경하는 관중들이 싫었다.시청하는 대중들이 싫었다.그 두 선수의 영원할 것 같은 긴장의 시간을구경하듯, 때론 조롱하듯바라보는 그 수많은 눈빛들.싫었다. 나는 그때 본능적으로...권투가인생과 닮았.. 더보기
떠남에는 결심이 필요하다. '카이스트 물리학도에서 출가의 길을 택하다.'도연스님이 쓴 책 귀퉁이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갓 스물 넘겨 카이스트에 다니면서 출가를 하여 대학생으로서의 삶과 스님으로서의 삶을 동시에 살았다고 하니졸업하기까지의 10년 세월.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님은 그동안 명상과 참선을 지도하고, 청소년 대안교육과 봉사활동을 하며,호흡법등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왔고지금은 어린이,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젊디젊은 청년이 스님이 되고자 발심을 했을 때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 지레짐작되기도 하였으나스님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 자아 실현의 욕구로서 출가를 하였다고 한다. 즉 출가는 일종의 극단적인 선택인데, 출가를 하면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간에삶에서 주어지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 더보기
수요일엔 수요시위를... 수요시위는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1992년 이래 매주 수요일 12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26주년이 된 수요시위는 단일 주제ㆍ 최장기 집회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한다. 수요시위에 모인 참가자들은, 한일 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발표한 위안부 합의의 무효화를 주장하며 화해치유재단 해산, 10억엔 반환과 더불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뜻을 모아 소리를 높였다. 방학을 맞아 어린 청소년들이 동참하여,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파렴치한 모습을 비난하는 자유발언등을 하였다. 그 모습이 의젓하고 당당하여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묵직한 울림이 전해져 왔다. 그저께 내린 눈으로 도로는 미끄러웠고, 바닥.. 더보기
머리 냄새 나는 아이 친한 친구 한명이 있다. 2-3년 동안 연락 한번 안 하다가도 갑자기 나의 필요에 의해 문자를 남기면 득달같이 연락을 취해주는 친구. 통화하게 되면 바로 어제 만나서 헤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어떤 어색함도, 거리감도 없는 친구. 아주 오랜 세월 떨어져 지냈지만 하소연할 일이 있을 때면 불현듯 떠오르는 친구.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 학과 공부였지만, 나의 학점이 이상하리만치 높을 수 있었던 건 공부할 때마다 내 곁에서 늘 함께 해준 친구 덕분. 그녀는 대학 연구실에 근무하며 강의를 한다. 며칠 전 연구실로 딸아이를 데리고 놀러오라는 문자를 받았다. 알겠다고 답하고 나서... 그녀랑 소식을 주고 받았던 옛날의 흔적들을 뒤적여 보다가 이런 글귀를 발견했다. 머리냄새 나는 아이 내가 머리감을 때는 엄마가 도와줍니.. 더보기
게임의 본질을 파악하기 레이먼드 조의 에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10만유로를 걸고 공모전을 실시한다. 10만 유로가 생기면 얼마나 멋지게 돈을 쓸것이냐?라는 주제로 청취자 투표를 하고, 투표에서 1위 한 사람에게 10 만 유로를 주는 공모전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응모를 하였고, 그 중 한 트럭운전사가 행운의 주인공으로 당첨이 되었다. 트럭운전사는 '상금의 4분의 3인 7만 5천 유로를 자신을 뽑아준 독일 시민들을 위해 하늘에서 뿌리겠다' 고 사연을 보냈었고, 청취자들에게 선택을 받아 1위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트럭운전사는 실제 군중을 향해 돈을 뿌렸다. 1등을 해서 10만 유로를 받고 싶은 사람은 무수히 많았으나, 그 상금을 타인과 함께 나눠 갖겠다고 말한 사람은 트럭.. 더보기
마음을 관(觀)하라 마음을 관(觀)하라 마음은 만가지 법의 근본이라 모든 법이 마음에서 생기나니, 마음을 알면 만가지 수행(萬行)이 구비하리라. 그러므로 알라. 온갖 선과 악은 모두가 스스로의 마음에서 생겼나니, 마음 밖에서 달리 구하면 마침내 옳지 못하니라. "마음, 마음이여, 알 수가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구나."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온 세상을 다 용납하다가도 마음이 한번 뒤틀려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마음이다.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본심, 본마음이고,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이 옹색하고 뒤틀린 마음은 내 마음이 아니다. 뒤틀린 마음을 지니고 있는 나는 본래의 내가 아니다. 빨리 비우고 너그러운 .. 더보기
딸기에게 예의를 묻다 예의 바른 딸기. - 김미희 접시에 가지런히 줄을 선 딸기들. 입속 동굴로 들어올 때는 접시에다 사뿐히 초록 모자를 벗어 두지요. 내 입, 동굴 속 말들이 알쏭달쏭 헷갈리고 요리조리 헛나가고 고약하게 삐딱해질 땐 주문을 외워 보세요.! '오늘 시를 만나야지......' 길고 자세하고 친절하게 늘여 쓰는 것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다. 중언부언. 계속 첨가하다보면 긴긴 소설일지라도 누군가를 결국엔 이해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짧고 간단하게 진하고 선명하게 수많은 의미를 담아서 표현하는 것은 그런 시 쓰기는 아무나 할 수 없고 또 누구든지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를 쓰고 시를 읽고 시를 이해하는 사람은 세상의 숨겨진 이면을 더 잘 들여다 보고 뜻을 유추해 낼 수 있다. ......... 더보기
다만 다정하기 위해 혹독한 것일 뿐 돈은, 수중에 있든 앞으로 들어올 것이든 간에 충격 완화 작용을 한다. 행동을 느리게 하고, 나아가 사람을 미련하게 만든다. 돈이 있으면 기회가 와도 재빨리 붙잡을 필요가 없으니, 시간을 때우면서 다른 건 뭐 없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도 없으니 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다. 돈이 있으면 우회할 수도 있고, 일탈을 할수도 있다. 직업이 맘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고 좀더 좋아 보이는 일을 하거나, 한동안 또는 아예 아무 일도 안 하고 놀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기회가많다는 것은 기회가 없다는 것과도 같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면 아무 일도 안 하게 될 것이다. 문이 전부 열려 있다면 별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평생 빈둥거리.. 더보기
솔직히 인재가 필요했던 게 아니잖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여성지의 편집부였는데, 이게 웬걸? 200대 1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부렀네! 하지만 그게 최종 합격이 아니었다. 면접까지 통과한 총 네 명 중 3개월의 수습 기간을 통과한 두 명만 살아남는 무시무시한 서바이벌 게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수습 기간에는 일체의 취재비도 없었고 월급도 없었다. 몇 푼 되지 않는 점심값과 교통비가 전부였는데, 장난하냐? 무명 언론사도 그 정도로 악랄하진 않았다..... 노예를 뽑을 거면 노예를 모집한다고 해야지 왜 인재를 모신다는 헛소리를 해대는 걸까. 송아람 속 한 여자가 주변의 결혼 성화에도 귀를 닫고 고향을 떠나 고단한 서울 살이를 시작하며 얻게 된 일자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2명만 회사에 남겨서 일을 시킬 사측은 애초에 4명.. 더보기
타인의 자비에 기대지 않기 온실안의 화초가 아니라면 꽃도 나무도 다 바람을 맞으며 자란다. 타인의 자비에 기대지 않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종종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불면 사물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쳐 제각기 색깔이 다른 삶을 산다. 평범한 삶이 아름답고 행복할 수 없다는 게 아니다. 평범해도 평범하지 않아도, 인생은 훌륭하거나 비천할 수 있다. 인생의 품격은 평범함이나 비범함과 상관없는 것이다. 유시민 살면서 누구의 덕을 보고자 기웃거린 일이 있던가? 내 기억에는 없는 것 같은데...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주 어렸을 적 친구의 과자를 얻어 먹고자 영향력 있는 아이와 친구가 되고자 내 편을 들어 줄 친구들을 끌어 모으고자 마음에도.. 더보기
슬픔을 가지치기 한다. 죽음이 사람을 슬픔으로 열 오르게 하는 건 다시는 볼 수 없는 영원한 헤어짐이기 때문이다. 영원히 헤어지는 것만큼 슬프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당시 나에겐 슬픔도 슬픔이지만 문제는 슬픔의 지속기간이었다. 그래서 누나들에게 이렇게 영원히 슬프면 우울해서 어떻게 사냐고 진심으로 걱정이 돼서 물어보니 다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는 게 아닌가. 난 너무 슬퍼서 믿을 수가 없었는데 한 일주일인가 지나니 마치 거짓말처럼 감정이 스르륵 페이드아웃되는 걸 경험했을 때, 그때의 그 황당한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마치 슬픔이 무슨 물체라도 되어서 누가 그걸 갖다 줬다가 도로 가지고 간 것만 같은 그런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과 상.. 더보기
더불어 말 할 만한 자를 찾는 일. 공자 사상의 핵심은 어질 인이다. 공자는 늘 사람을 사랑하라고 가르쳤으며, 어질 인을 설명할때는 늘 타인을 언급했다고 한다. 나 스스로가 서고 싶으면 타인도 세워주고, 내가 도달하고 싶으면 타인도 도달하게 하며, 내가 원치 않는 일은 타인에게 하도록 하지 말라 했다. 즉, 나에 빗대서 타인을 염두에 두라는 말이다. 역지사지로 해석이 된다. 그렇게 타인을 고려하며 살라고 가르치는 공자가 이런 말을 했다. "더불어 말할 만한데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을 잃는 것이고 더불어 말할 만하지 않은데 말하는 것은 그 말을 잃는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일과 타인의 나에 대한 생각과 행동을 모두 감내해 내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나이를 먹다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 역지사지의 자세 등등은 큰.. 더보기
누군가의 배경이 될 수는 없지 "안에서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 시간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뻗어나가는데 어느 한 순간에 붙들린 채 제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을 때, 그때 우리는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김애란 바깥은 여름 아이의 초등학교 공개 수업 당시. 한 시간 가까이 흐를 즈음 나는 내 아이의 학급 내 쓰임새를 가늠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질문 앞에서 두 손 높이 드는 아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아이. 답변하자마자 다시 손을 드는 아이. 그런 아이들은 두 부류로 정해져 있다. 수업을 주도해 나갈 정도로 똑똑한 아이던지 정답 여부에 상관없이 명랑쾌활한 아이던지. 그 당시 나의 아이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결국 한 시간 가까이 교실 뒷쪽에서.. 더보기
걱정은 위험을 제거한 적이 없다. '애늙은이'라는 별명을 가진 굴뚝새가 오늘도 굴뚝에 앉아서 시름에 젖어 있었다. 어미 참새가 아기 참새를 데리고 굴뚝 위로 날아가면서 말했다. "걱정은 결코 위험을 제거한 적이 없다" "그리고 걱정은 결코 먹이를 그냥 가져다 준 적이 없으며, 눈물을 그치게 한 적도 없다." 아기 참새가 말참견을 했다. "엄마, 그럼 걱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네 날개로, 네 발로 풀어야지. 어디 저렇게 한나절 내내 걱정할 틈이 있겠느냐?" 어미 참새가 창공으로 더 높이 날며 말했다. "걱정은 결코 두려움을 없애 준 적이 없어.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지." 이때 아래에서 총소리가 울렸다. 굴뚝 위에 앉아서 걱정에 잠겼던 굴뚝새가 땅으로 뚝 떨어지고 있었다. 정채봉 중 지난 2년간 걱정을 많이 하며 살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