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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제주도 곶자왈 - 힘들고 긴 시간을 견뎌낸 진짜 나무들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제주방언이다. 

곶은 숲을 나타내고 자왈은 나무덩굴이 뒤섞인 곳, 즉 덤불을 뜻한다. 

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이 만들어 낸 불규칙한 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숲에 들어선 순간, 예사롭지 않다. 독특하다...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무와 나무가 엉퀴고 뒤섞여서 서로가 서로의 생존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괴팍한 인상을 받기도 하였다. 

메타세콰이어길이나 대나무 숲 같이 길쭉길쭉하고 반듯반듯한 나무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늘어선 

숲에서 특히 매력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곶자왈에서는 첫발걸음부터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곶자왈은 생긴 그대로의 '제멋대로 숲'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곶자왈이 농사 짓기에 부적합한 불모지로 인식되어 활용도가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은 땅으로 

취급을 받기도 하였다지만, 현재는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써 새롭게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곶자왈은 울퉁불퉁한 암석들로 이루어져 식물이 자라기 어렵고, 

숲이 형성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배배 꼬이고 뒤틀린 나무 가지들과 나무둥치, 식물의 줄기들을 보고 있다보면... 

울퉁불퉁한 용암 지형 속에서 그단단함을 뚫고 땅 위로 솟아 올라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지 짐작하게 된다. 

성정 나쁜 고약한 나무들이 아닌 것이다. 

악조건 하에서도 무릎꿇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살아남은 강단있는 나무들인 것이다. 

곶자왈의 나무 외피에는 그들만의 사연과 그들만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곶자왈 지역은 다양한 식물들이 공존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형의 변화가 심한 까닭에 

주변의 온도의 영향을 덜 받아 겨울철에는 따뜻하게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유지될 수 있어서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함께 자라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책길을 걷다보면 이 사연 많은 나무들이 햇빛 조절을 기가막히게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느 순간 빛과 그늘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고, 햇빛을 꽤 많이 받았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긴긴 그늘을 

선사해 주어서 그 편안하고 안락한 어둠 속에서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온전히 즐길수도 있다.   

인생의 양지와 음지를 번갈아 경험해 본 적 있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좋아할 장소일 듯 하다. 곶자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