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씩 카톡으로 날짜와 시간을 주고받으며 만날 약속을 정한다.
전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걷기도 하면서 약속 장소로 간다.
그리고 친구와 만난다.
인사말 몇 마디 나누고 차 주문하기가 무섭게
친구는 누군가가 보낸 카톡의 물음에 일일이 답해 준다.
얼마나 중요한 카톡 속 인물이기에....
실제 만난 나랑은 눈 맞출 틈도 없는 걸까.
나는 묻고 싶어진다.
'네가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었니?'
'네가 그렇게 바쁘고 중요한 사람이었니?'
'네가 그렇게 카톡 속 사람과 친하니?'
나와 대화하며 차 마시는 중간 중간 걸려오는 전화도 받는다.
얼핏 듣기에 안받아도 지장없는 전화 같다.
나는 또 묻고 싶어진다.
'너는 나를 만나는 거니? 딴 사람을 만나는 거니?'
'이러려면 나를 왜 만난거니?'
그 또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들인 시간과 정성은 내게 결코 가볍지 않다.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키는데에는 품이 꽤 든다.
그 품은...
약속 장소 정해서, 교통편을 이용하는데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약속을 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은 은연중에 떠오르게 된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준비도 한다.
화려한 치장은 아닐지라도 깨끗하고 보기좋게...
모두 내 시간과 정성이 드는 일이다.
그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난 누군가가 내게 성의없어 보일 때
나는 마음 속으로 고민하게 된다.
'이 무성의를 보기 위해 나는 무슨 짓을 한 건가?'
카톡방에서 누군가의 답답한 사연을 듣고
내 딴엔 심혈을 기울여 긴 장문의 답글을 달아준다.
그런데 읽고 무답이던지,
너무나 성의없는 단답형 답이 달려있을 때가 있다.
'내 진심과 성의는 네가 함부로 무시해도 되는 게 아니란다.'
사람들은...
성의를 보여주는 사람을 왜 우습게 알까?
진심을 내 보이는 순간,
왜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하고 예의없이 굴까?
사람은 때론 어리석다.
같이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멀리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정성을 기울이려 한다.
그것에 대한 후회는
늘 너무 늦게 한다.
사람이 떠난 후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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