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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제주 4.3 역사 기행 - 사려니숲길. 이덕구 산전

올해는 제주 4.3,  70주년의 해이다. 

1월 16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이번 제주 4.3 역사기행에는 32명의 일행이 참가하였다. 

나와 딸아이는 지난 해 11월에 참가 신청을 하였고 일행들과 합류했다.

김포공항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뵈었다.

내가 다른 외부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못 뵈었던 탓에 반가웠던만큼 죄송하기도 했다.

다른 많은 선생님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제주에서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제주 4.3사건이 무엇인지...사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역사이다.

오래 전 일이고, 현재에서 바라보면 다 지난 일이고,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일이고.....

이렇게 생각하기가 쉽다.

사실 현재 우리들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마음을 내어 역사를 들여다 볼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현재를 살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분명한 것은 과거, 현재, 미래....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는 보다 현명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역사라는 것은, 역사 자체의 방향감각을 찾고 받아들이는 사람들만이 쓸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온 방향에 대한 믿음은 우리들이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믿음과 굳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미래의 진보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상실한 사회는 과거에 자기들이 이룩한 진보에 대해서도 급속히 무관심하게 될 것이다.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제주 4.3>


1947년 3월 1일, 3.1절 기념행사가 열린 제주읍 관덕정 앞에서 경찰의 총에 맞은 주민 6명이 사망하면서 제주 사회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제주 민심은 극도로 악화되었으나 미군정과 경찰은 사태 수습보다는 시위주동자 검거하는 일에 골몰했고 이에 제주에서는 총파업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미군정과 경찰은 제주도좌익세력에 물든 '빨갱이섬'이라고 규정하며 일방적인 탄압의 대상으로 삼았다. 제주도민들은 세계 냉전 구도가 빚어낸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결국 궁지에 내몰린 제주도내 좌익진영은 결사 항쟁을 결의하고 1948년 4월 3일 한라산 중허리 오름마다 봉화를 올리며 무장봉기의 신호탄을 쏘았다. 

1945년 8월 15일 광복후 한민족은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국권을 되찾고 새로운 통일 민족국가 수립을 염원하였으나 미군과 소련군이 남과 북에 들어와 38도선을 경계로 주둔함으로써 원치 않는 분단 상황이 이루어졌고, 정치지도자들은 이념 대립으로 갈라섰으며, 미국과 소련은 냉전으로 치달았다. 미군정은 남한에서만이라도 5.10 선거를 치룰 예정이었으나 제주도의 무장대는 북한을 배제한 5.10 선거를 거부하였고, 이는 미군정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져 제주도민들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졌다. 


1948년 5.10선거로 이승만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했다. 이에 반해 제주도에서는 무장대의 지도부였던 김달삼이 4.3봉기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북한 정권을 지지하고 나섬으로써 제주도는 더욱더 정부의 강경 진압 대상이 되었고, 김달삼 이후 제 2대 무장대 사령관이 된 이덕구를 중심으로 무장대 조직은 재편되었다. 


이승만 정부는 제주도경비사령부를 설치하고 본토의 군 병력을 제주에 파견하여 계엄령을 선포하고 해안선으로부터 5킬로미터 이상 들어간 중산간지대를 통행하는 자는 폭도배로 간주하며 총살시킨다는 포고문을 발표한다. 

1948년 10월 말부터 1949년 3월까지 약 5개월 간 중산간마을 초토화 진압작전이 전개되며 희생자 수만 2만 5000~3만여명에 이르게 된다. 





제주도민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고 '북받친밭'에서 은신생활을 하였다. 이곳에 숨어있던 주민들이 귀순한 후에는 무장대 이덕구 부대가 잠시 머물렀다고도 하여 이덕구 산전으로 불린다. 







이덕구 산전으로 가려면 사려니 숲길을 통해서 가는 편이 나은데, 제주의 폭설로 인해 눈이 쌓여 걷는 걸음걸음

쉽지 않았다. 





이덕구 산전 앞에서 일행 모두가 역사적 아픔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름다운 사려니 숲길... 그러나 70년 전, 초토화작전으로 몰살 위기에 빠진 제주도민들이 이곳으로 피난 올 때의 마음이 떠올라 숙연해졌다. 2005년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 선포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도는 4.3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딛고 과거사 정리의 보편적 기준인 진실과 화해의 과정을 거쳐 극복해 나가는 모범을 보였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