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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강릉 오죽헌- 인생을 닮은 대나무, 오죽


강릉의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흔적이 오롯이 남겨져 있는 곳이다.

다섯 자매의 둘째로 태어난 신사임당은 효심이 지극하여 시집을 간 후에도
홀로 사는 친정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강릉 오죽헌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셋째 아들 율곡 이이를 낳는다.
신사임당 역시 이 곳에서 태어났다고 하니....
걸출한 위인 두 명이 시간 차를 두고 태어난 오죽헌은...
남다른 정기가 흐르는 귀한 터로 칭송받게 된다.

오죽헌 뒤와 옆쪽으로는 대나무가 그득하다.
이곳의 대나무는 그 빛깔이 까맣다는 특징이 있다.
나도 오죽이, 검은 빛깔의 대나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죽헌의 대나무밭에서는 검정대나무만 볼 수 있을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대나무 줄기가 내 생각과는 달리...
초록색, 검정색, 회색 등 여러가지였다. 
까마귀처럼 까만 색깔이라서 오죽 아니었던가?
다른 색깔 대나무는 그럼 뭔가?
여러종류가 섞여 있었던 건가?

아니었다.
그곳에 있는 대나무는 모두 오죽이 맞았다. 
색깔이 다른 그 모든 대나무가 다 오죽이었다. 

오죽은.
처음 1년간은 줄기가 초록 빛깔이고
그 후 점점 다갈색, 검은색으로 짙어지며 
더 세월이 지나면 회색이 된다고 한다.
꽃이 피면 죽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오죽과 사람의 일생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살다가, 때가 되어 사그라지는 삶.
한 군데 무리를 이루고 있는 대나무들의 여러 빛깔에서
생의 순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빛바랜 회색 대나무 줄기를 보고 있는데
친한 친구 어머님의 부고를 접했다.

결국엔
태어난 모든 것들이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야 함이 마땅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은 늘 급작스럽게 느껴지며, 슬프고 황망하다.

하루종일...
산화한
회색 대나무와 친구 어머님의 소식이 머릿속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