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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선단공포증...꽁치대가리조차 무섭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속 이노 세이지. 

그는 조폭임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물체만 보면 기겁을 한다. 

죽을 듯한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이라부 선생은 그의 병명을 '선단공포증'이라고 말한다. 

칼로 남을 찌르고 공격하는 것에 익숙할 것 같은 야쿠자 조폭인 세이지는 

날카로운 물체가 두려워 꽁치 대가리조차 피하는 상황이다. 

피식 웃음이 난다.

그가 겪는 두려움이 누군가에게 두려움은 커녕 조소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살다보면 나만의 두려움 앞에서 꼼짝 못할 때가 있다. 

타인이 보면 꽁치 대가리라고 배를 잡고 웃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렇게 미약한 정도의 상황도 내게는 두려움이고 공포일 때가 있는 거다. 

세상 모든 둔탁한 것들이 어느 순간 예리한 칼날로 변모하여 내게 달려들 것 같을 때,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압박해 올 때.... 

그 순간을 피하고자 숨게 된다.

회피하게 된다. 



그것은 더 잘 달리기 위해 뒤로 몇 발 물러서는, 

도움닫기를 위해 발을 구르는 그런 상황과는 다르다. 

내가 겪는 그 순간의 고통이 두려운 사람은 더 긴긴 나중을 기약할 힘이 없다.

일단은 순간을 모면해 보고 싶은 거다. 

그런 마음...모서리 끝까지 몰려 본 사람의 마음. 

그 마음은... 단 한 번이라도 가져  본 사람들이면 알 것이다. 



어느날 문득.....그렇게 숨어 있는 내게 손을 내밀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가 바로 나의 꽁치 대가리 문제를 해결해  준 은인으로 기억되는 거다. 

우리에겐 모두 힘든 순간, 비웃지 않고 손 잡아 줄 내 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내 편은 많을 필요도 없다. 

단 한 명이라도 괜찮다. 

내가 두려워 하는 꽁치 대가리를 과감히 걷어차 주거나, 

나와 같이 꽁치 대가리를 두려워 해 주거나....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다. 

내겐... 그저 너 하나. 

네가 필요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