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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타인의 자비에 기대지 않기

온실안의 화초가 아니라면 꽃도 나무도 다 바람을 맞으며 자란다. 

타인의 자비에 기대지 않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종종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불면 사물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쳐 제각기 색깔이 다른 삶을 산다. 
평범한 삶이 아름답고 행복할 수 없다는 게 아니다. 

평범해도 평범하지 않아도, 인생은 훌륭하거나 비천할 수 있다. 

인생의 품격은 평범함이나 비범함과 상관없는 것이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살면서 누구의 덕을 보고자 기웃거린 일이 있던가?

내 기억에는 없는 것 같은데...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주 어렸을 적

친구의 과자를 얻어 먹고자 

영향력 있는 아이와 친구가 되고자

내 편을 들어 줄 친구들을 끌어 모으고자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늘어 놓았던 것도 같다. 


어른이 되어서도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사 앞에서

제대로 된 의견을 펼치지 못하고 

딸랑딸랑 비위를 맞췄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인간관계에서 내적 힘의 균형이 어긋날 때

어느 한쪽은 다른 한쪽에 늘 낮은 자세일 수 밖에 없었다.


주인과 종이 친구 먹는 걸 본적이 있나?

힘의 균형이 깨어진다는 건...

심리적으로 내가 그들보다 위축되어 

스스로 물러섬을 말한다. 

같은 계단에서 한 칸 아래로 내려서고

같은 출발선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는 의미다. 

그와 내가 드러내 놓고 주종관계를 맺은 게 아니다.

나의 내적 힘이 미약하여

낮은 곳으로 머리를 돌려 종되기를 자청한 것이다.


그러니...게임은 끝났다. 

나는 결코 상대방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한번 낮아진 내 신분은 회복 불가능이다. 

관계를 끝내야만 그 굴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끝내지 못할 때가 있다. 

분을 삭여가며 비굴한 자신을 오랜시간 참고 보아내야 하는데...

그 이유가 무얼까.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상대방이 가지고 있을 때. 아닐까?


사는 게 다 그래...

그냥 나는 조금은 비굴해도

편안하게 살래...

인생 모토를 '가늘고 길게, 타인의 등에 기대 안락하게.'로 정했다면...

전혀 가슴 속 내적 자아가 어떠한 갈등도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내 속에 억눌렸던 감정이 부글부글 끓는다면...

내적 자아가 더 이상 힘의 불균형 상태를 감당못하겠다고 아우성치면...

그럴때는 그 타인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나를 둘러싼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며 살 수 있을까?

정말이지...

그렇게는 못산다. 

그가 내게 줄 수 있을, 한낱 도움이라는 것도 

사실 그리 대단한 게 아닐 지도 모른다.

우리 자신의 마음값, 존엄을 대신 할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한들.

그게 어디 도움이겠는가?

내 약점을 쥐고 흔들 미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