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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솔직히 인재가 필요했던 게 아니잖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여성지의 편집부였는데, 이게 웬걸? 

200대 1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부렀네! 

하지만 그게 최종 합격이 아니었다. 

면접까지 통과한 총 네 명 중 3개월의 수습 기간을 통과한 두 명만 살아남는 무시무시한 서바이벌 게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수습 기간에는 일체의 취재비도 없었고 월급도 없었다. 

몇 푼 되지 않는 점심값과 교통비가 전부였는데, 장난하냐? 

무명 언론사도 그 정도로 악랄하진 않았다.....


노예를 뽑을 거면 노예를 모집한다고 해야지 왜 인재를 모신다는 헛소리를 해대는 걸까. 

                  

                                                       송아람 <두여자 이야기> 


 

 

 




<두 여자 이야기> 속 한 여자가 주변의 결혼 성화에도 귀를 닫고 

고향을 떠나 고단한 서울 살이를 시작하며 얻게 된 일자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2명만 회사에 남겨서 일을 시킬 사측은 애초에 4명을 뽑아서 경쟁을 시킨다. 


솔직히 인재가 필요했던 게 아니잖아?
회사는 처음부터 노예가 필요했던 거지.
그런 되먹지 않은 자세로 사람을 대하는 집단의 얄팍함에 진저리가 쳐진다. 
이게 만화 속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만은

만화는 철저히 현실을 반영하고.

나는 현실에서 이런 유사한 광경을 전해 들었기에
끔찍함은 배가 된다. 

지인중 하나가 작년에 힘겹게 취업을 했다. 
최종 1명의 직원을 뽑을 예정이었고, 
내정자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회사측에서는 지인이 워낙 마음에 들었는지 
예외를 두어 추가 모집.
최종적으로 2명을 뽑았단다. 
그리고 인턴사원처럼 한 두 달을 일을 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두명 중 한 명은 탈락시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인이 끝까지 남았다. 
그래서 회사의 정직원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회사는 애초부터 두명을 경쟁시켜 더 나은 사람을 남게 할 속셈이었던 것이다.
야비하고 졸렬하다. 
그런 회사에 지인이 다니는 것도 마음 아프다.
그러나 그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고 
어디 갈 곳이 있는 것이 아니니
꾹 참고 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거다. 

취업이 어려운 시대라는 것을 이용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실력있는 신입사원을 뽑으려는 
회사의 의도를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나?
수십대 1, 수백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한 구직자들을

쥐도새도 모르게

또 다시 경쟁을 시켜 

탈락자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

합격자들만 모르고 

팀원 전체, 선배와 상사들은

머릿속에서 

남게 할 자와 솎아낼 자들의 대차대조표를 만드느라 바빴을 것이다.


아니 이럴거면

젊은 영혼들 상대로 인재 운운은 왜 하는건데?

그저 회사의 입맛에 맞게

말 잘 듣고, 입 답고, 눈 감고 

생각없이 행동할 사람을 골랐어야지.

어디서 되도 않는 인재 타령을 하냐는 거다. 


사람 귀한 줄 모르고

사람 제대로 대접할 줄 모르는

사람같지 않은 자들이 모인 곳이

회사라면...

그런 회사는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어야만 한다.

매우 어려워야 한다. 

그래야만

선한 구직자가 

비교적 좋은 회사에 들어갈 확률이 늘어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