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바른 딸기. - 김미희
접시에
가지런히
줄을 선 딸기들.
입속 동굴로
들어올 때는
접시에다 사뿐히
초록 모자를 벗어 두지요.
내 입, 동굴 속 말들이
알쏭달쏭 헷갈리고
요리조리 헛나가고
고약하게 삐딱해질 땐
주문을 외워 보세요.!
'오늘 시를 만나야지......'
길고 자세하고 친절하게
늘여 쓰는 것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다.
중언부언.
계속 첨가하다보면
긴긴 소설일지라도
누군가를 결국엔 이해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짧고 간단하게
진하고 선명하게
수많은 의미를 담아서
표현하는 것은
그런 시 쓰기는
아무나 할 수 없고
또 누구든지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를 쓰고
시를 읽고
시를 이해하는 사람은
세상의 숨겨진 이면을 더 잘 들여다 보고
뜻을 유추해 낼 수 있다.
..........................
접시에 가지런히 줄 지어 딸기를 늘어 놓았다.
딸기를 입 속에 넣을 때에는 딸기 꼭지를 접시에 놓아둔다.
접시 위에 놓인 초록 꼭지가 꼭 모자 같다.
사뿐히 벗어 놓은 모자를 보니 딸기는 참 예의바른 게 분명하다......
간단하고 함축적인 시를 위와 같이 문장으로 표현하면...
길고 지루하고 밋밋해진다.
특히나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으니....
시로 표현해야 하는 게 맞다.
재미를 포기하면서까지
말을 늘일 이유는 없잖아.
동시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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