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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최강한파에 입김을 보다


2018년의 1월이 지났다.

1월 중순부터 거의 날마다 무척 추웠다.

최강한파라고 말 할 정도로 날씨는 매서웠고

날씨가 매서운만큼 몸은 움츠러들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면 베란다 창문의 모서리 구석구석,

빈틈없이 살뜰하게 살얼음이 끼어있었다. 

특별한 약속이나 일정이 아니라면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았고

동굴 속에서 칩거하듯 집안에서 겨울짐승처럼 지냈다.


추운날씨에 때아니게 무슨 미세먼지일까?

최강한파에 극강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려

서울시내 대중교통 이용시 요금을 면제해주기도 했었다. 


추워도,

미세먼지가 극성을 떨어도, 

추우면서 동시에 미세먼지가 극성을 떨어도,

사람들은 목적지를 향해 

세상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였다.

출근을 하고, 공부를 하러 가고, 자신의 꿈을 찾아 가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 위해...

문을 열고 나섰다. 

춥다고 주저앉거나

먼지 심하다고 틀어박혀 있지 않았다. 


입김이 그토록 선명하고 오래도록 보였던 적이 있던가?

밖을 나서면 입김 때문에 안경과 세상이 온통 뿌옇게 되곤 했다. 

내 속의 뜨끈한 기운이 차가운 세상에 진한 자국을 남겼다가 사그라들었다.

나는 이 뜨거운 입김을 불어대며

누구를 만나러 가는가?

누구를 향하는가?




입김    -   신형건


미처 

내가 그걸 왜 몰랐을까?

추운 겨울날

몸을 움츠리고 종종걸음 치다가

문득, 너랑 마주쳤을 때

반가운 말보다 먼저

네 입에서 피어나던

하얀 입김!

그래, 네 가슴은 따듯하구나.

참 따듯하구나.




어제 두 개의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아침부터 종종걸음을 치며 서둘렀다. 

마음이 바쁠수록

입김은 더 하얗게

더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너를 만나러 이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가는 중이다.'

입김이 그렇게 세상에 대고 길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두 시간 넘는 거리의 결혼식장에 들러서 

신부의 얼굴을 보며 사진 한장을 찍고

지인들과 단 10분 얘기를 나누고

또 다른 약속 장소를 향해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일정이 꼬이는 것도 감수해가며

누군가의 새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먼 길을 나섰던 것은...

축복해 주고 싶은 내 마음 때문이었다.

하얀 입김에서 내 마음을 보았다. 

행복을 빌어주는 내 뜨거운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