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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센트럴파크 밤마실

저녁 먹고 나서 밤마실 삼아 가끔씩 센트럴파크에 나갈 때가 있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내게 '센트럴파크가 인천 송도에도 있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 그래, 센트럴파크는 뉴욕에도 있고, 송도에도 있단다. 다른 곳에 또 있나는 모르겠다. 

 

그녀는 뉴요커로 집근처 센트럴파크를 가로질러서 출퇴근을 하는데 뉴욕의 집값, 교통지옥, 비싼물가, 주차전쟁 기타등등 모든 불만족한 상황 속에서도 공원만큼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나 역시 송도에서 딱 하나를 고르자면 '공원' 인 듯 하다. 신도시 특성상 울창한 숲길, 아름드리 나무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대신 넓고 쾌적하고 시각적으로 눈길을 끌게끔 디자인을 해 놓아서 또 그 나름대로의 멋은 있는 편이다. 

 

 

센트럴 파크의 낮과 밤은 많이 다르다. 고층건물로 인해 낮에는 삭막한 느낌이 강한데 비해 밤풍경에서는 따듯함이 물씬 묻어난다. 아직 5월인데도 불볕더위를 논할 정도로 낮에는 기온이 많이 오른다. 가볍게 산책하기에는 선선한 밤이 좋다. 규칙적으로 산책만 해도 체력 증진에 도움이 될텐데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센트럴파크 대로변 양쪽에 주차해 놓고 밤경치를 만끽한다. 

 


 

센트럴파크 맞은편의 주상복합 아파트들은 센트럴파크와의 조화와 야경을 염두에 두고 지어져서인지 디자인부터 화려하고 옥상위 조명도 시시각각 변한다. 빨강, 파랑, 주황, 초록, 노랑.... 철마다 각양각색으로 변신하는 나뭇잎처럼 살아 숨쉬는 생명체로 보여지고 싶은가 보다.

 

한가지 색깔이면 단조로울 수도 있을텐데 다양성면에서나 역동성면에서나 '변화'는 좋다. 삶에서의 '변화'도 좋은 징조라고 여기는 터라 옥외조명이건 네온사인이건 움직이는 것이 정체된 것 보다는 낫다고 느낀다. 대신에 생각없이 지나치거나 무례할 정도로 주변을 고려하지 않는 과함은 싫다.

 

 

센트럴파크내에 한옥 호텔 경원재 엠베서더가 있어서 각종 드라마들의 단골 촬영지가 되곤 한다. 여기는 호텔은 아니고 한옥 마을 내의 까페. 할리스커피. 주말 밤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야경을 감상하는 젊은 남녀와 가족들이 많다.

그 옆 한옥 건물의 식당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퍼진다. 공원안에 이런 시설이 있으면 산책 하다가 예상밖의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한옥마을 마당에 모여있는 아이들과 나무에 조명장식 해놓은 모습. 아름답기는 하지만 나무에 저렇게 조명을 설치하면 나무의 생장에 치명적이라는 글을 어느 책에선가 읽었다.

예전같으면 스쳐지나갈 일들도 뒤늦게 사실을 알고 나면 조심하게 되고 경계하게 되며 재고해 보게도 된다.  나무 자체에 조명을 거는 것보다 나무 근처에 조명을 설치해서 은은하게 비추는 것이 나무도 살리고, 배경도 살리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래 사진처럼..

 

 

센트럴파크 내의 호수는 10만톤 가까운 해수로 이루어져 있을 정도로 크기가 크다.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한바퀴를 도는 데도 시간이 꽤 소요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패들보트와 투명카약 등도 있어서 호수 위에서 색다른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호수위 배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명 때문인지 풍등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등 띄우며 소원 빌듯 배 위에서도 자신들만의 소원을 빌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들의 개인적 소원은 어떤 것들일까 상상을 해 본다.  꽤 많은 사람들이 호수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배마다 태운 사람들이 다른 것처럼 나오는 조명색들도 다 다르다. 

 


송도의 주민들은 겨울의 송도를 '송베리아'라고 부른다. 그 정도로 춥고 바람이 심하다. 모래가 들어있어 혼자 옮기기에도 꽤 무거운 주차금지용 설치물이 바람에 나뒹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바람 불때 밖에 나가면 진짜 '등 떠밀린다'는 말의 참맛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센트럴파크의 겨울에는 방문객이 현저히 줄어든다. 최근에 주민 대표가 센트럴파크 호수를 스케이트장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청원했다고 하던데, 아이디어가 좋아 보인다. 아름다운 공원이 환경적 제약으로 외면받는 것보다는 계절별 용도를 바꿔서 많은 사람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변신하면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안전문제나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근거한 비용문제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일이지만 말이다. 

 

 

 

 

쉬엄쉬엄 산책하며 주위 경치 둘러보며 밤의 여유를 찾는다. 

더 좋은 일, 더 잘되는 일, 더 만족스러운 일..... 그런 일들도 중요하겠지만  그저 지금 당장 기분 좋게 할 소소한 것들을 찾아 본다.

눈길을 주지 않으려 해서 그렇지, 우리를 둘러싼 주변에는 우리를 기쁘게 할 요소들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생각보다 꽤 많다.

감사하게 여기며 하나씩 보물찾기 하듯 캐어내 볼 생각이다. 

누가 아는가. 그걸 캐다가 진짜 보물을 발견하게 될지.

인생은 항상 예측불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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