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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

'지적자본론'의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일본의 1400여개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 (CCC)의 사장이다. 츠타야 서점에 대해 많이 들어봤지만 그의 책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적자본론'을 몇 페이지 읽는 순간. 번쩍했다. 비지니스맨의 마인드가 오로지 고객만을 향할 때 성공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을 하건 하지 않건 자신의 일에 주인이 되고 싶은 사람,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의 회사 CCC의 중심철학은 '고객가치'와 '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저자는 고객의 입장과, 고객의 시선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고객의 가치'를 높이려는 회사라면 당연히 '기획'을 중요시해야 하며, 그런 기획 능력은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상태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이 청바지에 흰색 스니커즈를 신고 현장을 수시로 돌아다니며 창의적 기획을 해내는 역동성은 '자유'의 또다른 이름이다. 그는 오로지 디자이너만 살아남는다는 다소 위협적인 말을 한다.

디자이너라고 해서 무엇인가를 기술적으로 그리고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가 말하는 디자인은 '제안'이다.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상품과 문화를 권하는 것. 즉 상품의 디자인은 라이프 스타일 제안을 가시화한 것으로 이것은 생활과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 사회는 3개의 단계로 나뉜다고 하는데, 물건이 부족해서 '상품이 가치'를 인정받던 퍼스트 스테이지, 많은 상품에 비해 부족했던 '장소와 플랫폼이 가치'를 인정받던 세컨드 스테이지. 지금은 서드 스테이지로써 넘쳐나는 플랫폼 속에서 고객이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제안 능력이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이다.

상품과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과거의 퍼스트, 세컨드 스테이지에서는 '자본'이 중요했다. 그러나 소비 사회가 변하면서 기업 기반도 바뀌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것만으로는 '제안'을 창출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지적자본'이다.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 재무자본에서 지적자본으로. 그런 이유에서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지적자본론>으로 정했다. 53쪽 

그는 플랫폼이 넘쳐나는 지금 시대의 '책'은 '제안 덩어리'라고 말한다. 책이 아닌 책 속 '제안'을 파는 것이다. 츠타야 서점이 다른 서점과 다른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그래서 츠타야 서점은 기존의 일반적 책 분류 방식에서 탈피하여 고객의 가슴을 파고들 수 있는 주제와 제안들로 책들을 분류한다. 말이 분류이지 새로운 방식으로의 재편집이다.

책이 일으킨 이 혁명은 서점에서 도서관으로 상업시설로 전자제품으로 이어져 나간다. 각 지역의 특성을 살려 특화한 츠타야 서점과 도서관 이노베이션 진행은 결국 지적자본 고양의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여 비틀어버리는 것은 평범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는 말한다. 이노베이션은 언제나 아웃사이더가 일으킨다고. 

사실은 '꿈만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꿈꾸었던 것이 현실 세계에 나타나는 것, 그것이 이노베이션이다. 어느 누구의 꿈에도 나타난 적이 없는 것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

그렇게 '마스다 무네아키' 단 한 사람의 감각에서 출발한 카드가 이제는 5000만 배로 성장했다. 천문학적인 성장률이다. 카드의 이노베이션이 실현된 것이다.

앞으로는 이것을 데이터베이스 이노베이션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즉, 이 구조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매자의 모습을 추론해 나가는, 새로운 차원으로 T포인트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119쪽

아이폰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티브 잡스는 물건을 판 것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 것이다. 마스다 무네아키 역시 스티브 잡스처럼 사람들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 '무엇'을 기획한다. 그 '무엇'이 물건을 뛰어넘어 철학을 갖추고 있을 때, 다시 말해 '라이프 스타일의 제안'이라는 의미를 갖출 때. 그때 비로소 그 '무엇'은 전 세계를 선도하는 생명력을 얻게 된다. 

또한 그는 대차대조표에 실리지 않는 지적자산이 앞으로의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 단언한다. 그가 말하는 지적자산이 얼마나 다양한지는 책에 나와 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의 경우, 지적자본 역할은 접객 담당자가 한다. 각 장르에 정통한 직원들이 상품 매입부터 매장 구성과 방문 고객에게 상품 제안까지.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러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은다.

글을 읽다 보면 취미와 관심도 전문적인 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지적자산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얘기 아닌가. 그저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고, 개발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우리 모두 각자 삶의 디자이너로서 재탄생하면 좋겠다. 지금까지 살아온 관점에서 이리 저리 비틀어 보고 돌려도 보면서 온 감각을 열고 생활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디자이너로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므로. 

수량화할 수 없는 감각이야말로 행복과 가까운 것이 아닐까.

기획회사는 고객 가치의 확대를 도모하는 회사다. 바꾸어 말하면 고객에게 행복이나 풍요로움을 주기 위한 기획을 낳는 회사라는 뜻이다.

그 행복이나 풍요로움이 효율과는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는 이상, 기획 회사라는 조직의 완성도를 효율성으로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

내가 '휴먼 스케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효율적이어서가 아니라 행복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휴먼 스케일 조직의 구성원에게 일부러 효율성이 나쁜 일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효율성을 유일한 잣대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효율성은 목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결과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처음부터 그것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142쪽

마스다 무네아키는 '지적자본론'에서 다룬 내용들, 디자인이 중요한 가치가 되며 '편안함'을 바탕으로 한 상업시설이 확대될 것이라는 발상이 전부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완성으로부터 나온 부산물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러한 부산물이 자신에게 행복을 안겨주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부산물이란, 원래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우연히 발생한 일을 뜻한다. 그리고 그렇게 우연히 발생한 일이 결국 우리의 삶을 바꾼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부산물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부산물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당연하다. 산물이 없으면 부산물도 없다. 부산물을 행운으로 치환할 수도 있다.

의도한 것 이상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는 행운. 그것은 무엇인가를 이루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0에는 아무리 무엇을 곱해도 0이다. 1을 만들어 내야 비로소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162쪽

이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다.

나는 내 삶을 어떤 식으로 디자인하며 살 것인지. 나를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해 줄 부산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 보다 앞서 나는 어떤 산물을 만들어 낼 것인지.

나는 오늘 나를 위한 어떤 '1'을 생산해 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참 고맙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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