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었다. 나는 그동안 땅 속에서 겨울잠 자다 나온 짐승 마냥 이런 책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 책이 자기 계발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책이라고 해서 당장 읽었다. 나는 현재 자기 계발이 아주 시급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몇년째 자기 계발은 커녕 하염없이 후퇴하는 삶만 살아왔기에...나의 이 굳은 뇌에 각성을 촉구하는 책들을 좀 밀어 넣어주기로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성공 비법, 삶을 대하는 자세, 생활의 작은 습관, 그들만의 철학 등등을 인터뷰해서 요약 정리해 놓은 것이다. 물론 전부 외국인이고 그래서 이름은 귀에 익은 몇몇을 빼고는 몽땅 헷갈린다.
그래도 몇 장 읽으면서 딱 눈치챘다. '아하... 제목도 '타이탄의 도구들' 이더니...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바라 보라. 이거로군.' 그동안 비록 이 책은 안 읽었어도 여기 저기서 귀동냥한 것들은 있었던지라... 중간중간 아는 내용이 여럿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읽었다.
성공한 타이탄들의 비법이 너무 많은데 살면서 내가 적용해 보고 싶은 것들 몇가지가 떠오른다.
우선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아마도 그의 모습을 쉽게 머릿속에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책 내용이 더 잘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들려준 말과 그의 외모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묵직하게 맞아떨어져서 웃음이 났다.
"나는 경쟁하러 나간 게 아니다. 이기러 나간 것이다. 나는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고정 배역을 맡으려고 굳이 경쟁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 나를 발견해줄 때를 기다렸다. 모두가 살을 빼고 금발 미남처럼 보이려 노력할 때 내가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들처럼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한 것은 그저 버티는 것이었다. 제작자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계속 머물면서 팝콘이나 먹는 것이었다." 79쪽
자신을 믿고 때를 기다린다는 것은 어지간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추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도 나란 사람에게 관심조차 가지지 않을 때에도 초조한 기색없이 팝콘이나 까먹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내 존재를 비하하지 않고, 주눅들지 않을 용기. 그런 용기가 있다면 어떤 일이든 시작할 때 덜 두려울 수 있으리라.
"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사라지지 마라. 그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볼 때까지 기다려라. 퇴장만 하지 않으면 반드시 누군가가 나를 기어이, 본다."81쪽
이 문장에서 숨이 턱 막혔다.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일들 앞에서 나는 대부분 줄행랑을 치곤 했었다. 자존심 상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변명 했지만.. 사실 자존심 강한 사람은 승부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나처럼 자존심 운운하며 내빼지 않는다.
내 낮은 자존심의 기저에는 삼수씩이나 하고도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했다는 열패감, 직장 생활이나 그외의 내 능력을 드러내야 하는 일들에서 맹목적 과신이 불러 일으킨 좌절감이 있었다.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며 스스로를 낮잡아 보기 싫었다. 그래서 매번 도망다녔다. 더 이상의 도전은 없었다.
최선을 다해 자존심과 실력을 키우기 보다는 있지도 않은 자신감을 급조해 놓고 교만을 떨던 젊은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가 자포자기하고 내 안의 동굴 속으로 굴러들어가 쳐박히기 일쑤였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사라지지 마라.'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사라지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을까?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내가 대체 뭘 할 수 있었을까?
꼬리를 물고 부정적 생각들이 흘러 나온다. 이럴때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의 저자 토니 로빈스가 내게 이런 말을 들려준다. "당신이 품고 있는 의문의 수준이 당신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정신 차리라며 한방 더 날려준다.
나는 왜 이모양일까? 내가 능력이 부족한 걸까? 나는 정말 운이 없는 걸까? 나는 불행을 타고 난 사람일까? 이 모든 것은 의문이다. 의문은 우리를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시킨다.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자신에 대해 의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것도 이룰수 없다. 올바른 우선순위를 갖지 못한다. 의문을 좋은 질문으로 바꾸는 탁월한 방법은 위대한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그사람의 글이나 책도 훌륭한 교사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든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는 게 훨씬 더 효과가 크다. 워렌버핏과의 점심식사에 천문학적인 돈을 내는 사람은.... 질문으로 바꿔야 할 의문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런 사람이 더 크게 성공하고 더 큰 부자가 된다...96쪽
토니 로빈스가 넬슨 만델라에게 그 긴 세월동안 감옥에서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만델라는 "나는 견뎌낸 게 아니라오. 준비하고 있었던 거지." 라는 대답을 들려준다. 토니 로빈스의 의문을 훌륭한 질문으로 바꿔 놓은 넬슨 만델라의 현답이다. 저자는, 의문은 '삶의 수준'을 결정하고. 질문은 '삶 자체'를 바꾼다고 말한다.
살아오면서 중간중간 내가 스스로에게 던졌던 물음표들은, 질문이 아닌 의문이었던 것이다. 나를 불신하게 만들었던 의문들에서 벗어나 이제 정말 제대로 된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궁금한 무엇에 대한 질문, 배우고자 하는 무엇에 대한 질문, 내 존재에 대한 질문...나를 키우는 질문들 말이다.
때마다 그런 질문을 잘 던지고 해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나는... 바르게 잘 살고 싶다. 대책없이 버티고 무작정 견디는 게 아니라 야무지게 준비하고 가다듬으면서 제대로 된 질문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나의 한계를 알고, 나의 부족함을 알고 다시 시작하는 인생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스스로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차이를 느껴가기 시작한 나는 '삶은 디테일에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로운 하루'가 내게 선물처럼 주어졌다. 거인들이 준 도구를 손에 쥐고 그들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그 높은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았으니 얼마나 멀리까지 보이겠는가.
눈 앞에 있는 당장의 고민과 걱정 따윈 우습게 넘길 수 있다. 그깟 근시안적인 것들에 골몰하기에는 내 눈이 너무 아깝다. 이제 나는 소중한 내 노안을 아껴가며 어렴풋이라도 저 멀리를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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