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 새벽 독서 모임중. (4번 연속 출석. 고로 딱 한달 됐음. 1년 아님)
블로그 1일 1포스팅 100일 도전중. (60일 넘은 듯 함. 100일 전에 깨질 위험 소지 다분함)
여태껏 겨울잠에 빠진 곰처럼 살아왔던 나는 이제 겨우 사람이 되기로 호언장담했지만
아직은 곰 반, 사람 반으로 분류되는 곰사람일 뿐.
그런 내가...
거의 2주째 1일 1책까지 진행중이다.
그리고 새벽 5시 언저리의 미라클 모닝까지 감행하고 있다. (나 미친거임???)
원래 오후만 되어도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요상한 체질에
온갖 통증으로 치료와 약복용을 반복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점심때부터 정신을 놓치고 뻗어 버리는 저질 체력의 민낯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어제는 남편 출근한 8시 반 즈음부터 눈이 슬슬 감기더니 자다 깨다를 반복. 12시쯤 일어났다.
'그럴거면 새벽에 왜 일어난 거니????'
며칠 전에는 남편에게 코스트코에 혼자 가서 떨어진 생필품들을 사오게 하고
일찍 퇴근해서 집에 오겠다는 남편더러 밖에서 시간 때우다 들어오게 하고
휴가 내서 나들이 좀 다녀오자는 남편에게 절대 휴가 못내게 하고 있는 중이다.
왜?
나, 책 읽어야 하니까...
그런 시간을 한 2주 보냈더니
남편이 나더러 그런다.
"다 늙어서 왜 자꾸만 안하던 짓 하고 그래????"
"더 늦기 전에...변화의 필요성을 느껴서 그래. 그리고 삶의 자세를 애한테 알려 주고 싶어서 그래."
내 말을 들은 남편은 더이상 아무 말도 안하더니 내 심부름들을 제깍제깍 들어준다.
지난 일요일은 산으로 조용히 사라져 주기까지 했다.
집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그런데 산에 갔다와서는 뜬금없이 내게 유튜브 채널 하나를 권한다.
채널명 <권아나 TV>
아리랑 TV 아나운서인 권주현의 개인 유튜브 채널이란다.
영국식영어를 알려주는데, 너무 재미있다는 거다.
산행 내내 '권아나' 때문에 빵빵 터졌다면서, 나더러 책만 읽지 말고 '권아나'도 시청해 보라는 거다.
내가 영어랑 안 친한거 뻔히 알면서도 시청 강요하는 걸 보면
'권아나'가 보통 마음에 든 게 아닌 모양이었다.
마누라까지 꼬셔서 구독자 수를 늘려주려는 걸 보면....
아예 자신의 폰으로 '권아나 TV'를 내게 막 들이대서
슬쩍 봤는데.... 내 타입이 아닌 듯 했다.
그냥 쫌 부담스러웠다.
말과 표정 모두....
그래서 대충 보다 안봤다.
남편이 뒷날 또 그런다.
영국식 고급 영어를 그토록 잘 구사하는 고상한 여자 아나운서가.
저렇게 막 망가지는 컨셉으로
개그맨 보다 더 웃기게
개인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너무 신선하다며 침을 막 튀긴다.
예를 들면) "나, 애 나서 분유값 벌려고 이거(유튜브) 해."
"나, 복부인 언니되서 땅 사고 싶어."
"육아할래? 회사갈래? 물으면, 나는 애를 회사에 보낼래."
"싸다구, 신발, ......" 기타등등
남편이 요런 표정과 말투를 좋아하는 줄 50년 만에 처음 알았다.
"아 놔. 진작 말하지. 그럼 내가 다 해줬지."
그렇게 말해도 내 말은 듣도 안하고 권아나 얘기만 한다.
이렇게 생긴 여성. 권주현 아나운서다.
8개월 아기 키우는 새댁이다. 볼수록 똑소리나고 귀엽다.
남편의 성의를 생각해서 한 편 들어봤다가...
연속해서 여러 편을 시청하고 자진해서 구독을 눌렀다.
권아나... 이분 정말 특이하다.
들어도 들어도 분위기가 굉장히 이상하긴 한데 듣다보면 묘한 중독성이 있다.
세상에는 재능있고, 재주많은 사람들이 참 많다.
남편과 권아나... 내 독서 계획에 불쑥 들어 온 훼방꾼들이 맞지만. 그래도 계속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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