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은 비각의 관계에 있다.
벽과 장롱의 사춤에 자질구레한 물건을 끼워 넣었다.
문장 속의 '비각' 과 '사춤'은 낯선 단어임에도 얼추 그 뜻이 짐작된다.
옛날 영어시간, 문맥에서 단어 유추해 보라고 시키던 선생님들 얘기를 귓등으로도 안들었다.
모르는 단어, 모름직한 단어는 무조건 사전찾아 보고, 기록도 암기도 없이 그 순간 한번 보고 끝냈다.
그러니 머릿속에 제대로 남아 있는 단어가 없었다.
우리말도 신문이나 글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그때마다 무작정 찾기보다 막 머리를 굴려본다.
어떤 때는 뜻이 번뜩 떠오르기도 한다.
'머리쓰며 살자, 생각하면서 살자'..... 되뇌어 본다.
돌고 돌고 돌아.... 이제 와서야 조금 깨닫는다.
1.'비각'의 뜻은
'두 물건이 서로 상극이 되어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일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은 상태를 '모순(矛盾)'이라 한다.
서로 대립하기 때문에 양립할 수 없는 상태다.
물과 불, 삶과 죽음, 밤과 낮처럼 상극(相剋)하는 것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바로 '비각'이다.
예) 20세기 초반에 불거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상반된 이념의 대립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큰 비각이었으며, 필연적인 비극이었다.
2.'사춤'은
'벌어지거나 갈라진 틈' 이라는 뜻이다.
원래 담이나 벽의 갈라진 틈을 '사춤'이라 하고,
그러한 틈을 진흙으로 메우는 일을 '사춤 치다'라고 한다.
사춤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도 있다.
따라서 서먹한 사람과의 관계를 풀어주는 것도 사춤을 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예)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
어머니와 아내의 사춤에서 나는 때로 곤혹스럽다.
미묘한 틈새에 사춤을 치는 일은 남편이자 아들인 나에게 지워진
까다로운 의무이다.
출처 :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네이버 사전
인간 관계에서 때론 비각의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춤 치는 일을 만들지 않도록
서로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랑으로 감싸안아 줄 수는 없는 걸까?
주말동안 가족들끼리 오손도손 시간을 보내며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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