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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설해목 (雪害木) - 나는 너에게 눈이 되어 주기로 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책에 이라는 글이 있다. 내용인즉,어느날 노승의 절에 한 소년이 찾아온다. 이 소년이 너무 말을 안 듣는 망나니라서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며 소년의 아버지가 노승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노승은 소년에게서 전해 받은 그 아버지의 편지를 말없이 읽고 나서는 직접 밥을 해서 먹이고, 발을 씻으라고 대야 가득 물까지 받아다 주었다. 그러자 소년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훈계와 질책, 설교와 비난으로 아이들의 방황을 막고 반항을 잠재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자녀 양육에 드는 품이 얼마나 크면,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할까?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야단치기는 쉽다. 그건 몇 사람이 집중적으로 아이 하나 놓고 비난을 폭탄 투하 하듯 .. 더보기
낡은 것들과의 결별 내 휴대폰은 만 4년 6개월이 된 갤럭시 노트 3이다. 1년 반만 지나도 온갖 혜택을 주면서 새 휴대폰으로 교체하라는 문자가 이틀에 한번 꼴로 오는 요즘에... 오래된 휴대폰을 끼고 돌부처처럼 꼼짝도 않는 나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맞는 것도 같다. 그 숱한 폰 교체 권유 전화에도 나는 늘 '아직 쓸만하다.앱 새로 깔기 귀찮다.'는 이유를 대며 고집을 피웠었다. 그렇게 한결같은 우직함을 보였더니 어느 순간부터 권유 전화가 거짓말처럼 한통도 걸려오지 않았다. 귓구멍이 막힌 여자로 블랙리스트에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귓구멍이 막혔을지는 몰라도 나는 아직 눈도 그럭저럭 보이고, 감각도 얼추 예민한 축에 속하고, 외모는 또래에 비해 꽤나 젊은 편이다. 나 미쳤나봐....쿨럭~ 어쨌든 나는 감각이 얼추 예민해서 .. 더보기
열공만 하지는 말자! 그 옛날 고등학교때부터 아트박스에 들러 구경하는 걸 좋아했었다. 당시에는 예쁜 모양의 편지지와 카드, 펜, 필통,노트 등을 구입하는 게 낙이었다. 그 곳에서 샀던 수많은 편지지와 크리스마스 카드에 사연을 담아 친한 친구들과 주거니 받거니 한 기억은 지금도 여전하다. 친구의 편지를 받으면 조심스레 펼쳐놓고 그 내용에 적합한 이야기를 나만의 어투로 답장에 담아내려고 밤새도록 머리와 펜을 굴리곤 했었다. 내 취향대로 편지지를 고를 수 있었던 아트박스는 나에게 잊지못할 추억의 장소이다. 그 아트박스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은 참 반가운 일이다. 학교 근처 문구점조차 많이 사라진 지금. 길 가다가도 아트박스를 발견하면 딸아이보다 내가 먼저 달려가기 일쑤였다. 그곳에서 필기구, 편지지, 작은 .. 더보기
재능보다 중요한 건, 열정 최민정이 1500미터에서 1등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일 전 여자 500미터에서 두번째로 들어오고도 심판 판정으로 실격되어 분루를 삼켜야 했던 최민정은 주종목인 1500미터에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줄곧 4위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3-4바퀴 무렵부터 아웃 코스로 치고 나가며 단숨에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실격의 아픔을 뒤로 하고 다가오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진중한 삶의 태도는 감동 그 자체였다. 저런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기 위해 기울여야 하는 노력은 어떤 것일까? 과연 우리가 상상할 수 있을 범주의 노력이긴 한 것일까? 그녀는 2015, 2016년 모두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 했으나, 2017년은 슬럼프에 빠지면서 단.. 더보기
정동진역 - 바닷가 가까이 자리한 그 곳 정동진은 조선시대 서울 광화문의 정동쪽에 있다는 의미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살펴보면 정동진이 정확한 동쪽은 아니라고 하던데, 당시 측량 기술의 부족함을 이해하면서... 예전부터 정동쪽으로 칭해진 정동진을 둘러보았다. 정동진역에 서 있는 기차와 바닷가까지의 거리는 직선 60미터라고 한다. 그래서 바닷가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역으로 기네스 북에 올랐다고도 하는데, 사실 다른 나라에 바다와 더 가까운 역이 존재한다고 한다. 다만 그런 역들이 기네스북에 등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등재된 정동진역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바닷가를 지척에 두고 있는 기차역이 있고, 기차가 정차하고 있는 모습은 참 낭만적으로 보였다. 거센 파도가 칠 때는 기차 차창에 물방울이 튀기도 했다는데.. 더보기
힘들고 지칠 때, 위베어베어스 요즘 내가 최고로 애정하는, 최애 캐릭터 재작년쯤 베스킨라빈스 크리스마스 케잌을 샀을 때 이상한 흰색 곰 한마리를 주길래받아왔는데.... 이제와 살펴보니 그 곰이 바로 의 막내인 아이스베어였다.-.-미안해... 너를 못 알아봐서. 는 미국 카툰 네트워크의 시리즈 만화이다.곰 세마리가 주인공인데, 이 곰들은 3층 석탑마냥 차례차례 등 위에 올라타고 걸어다닌다.우리나라에서는 '위 베어 베어스' 즉 우리는 벗은 곰들 이라는 뜻으로....'우벗곰'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주 우연하게 이 녀석들이 나오는 만화를 유튜브로 봤는데, 그만 그만 홀딱 반하고 말았다.귀엽고, 능청스럽고, 익살맞고, 사랑스럽고 때론 멍청하고, 집요하고, 고집세고, 말썽만 피우는 듯이보이는 세 마리 곰들. 너희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더보기
정상인 척 살아가는 편의점 인간 아주 오래전 '질투'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이 주인공이었는데, 드라마 속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항상 등장했다. 당시 동네 가게나 슈퍼마켓만 주로 이용하던 사람들한테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은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명료하게 깨어 있으면서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가게라니... 편의점은 손님을 위해 태어난 편리한 가게의 정점처럼 여겨졌다. 당시 세븐 일레븐은 잘 사는 동네를 위주로 몇 군데 있지도 않았고 고로 나는 그때까지 편의점에 가본 적이 전혀 없었다. 그로부터 25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한 상가 안에 이름이 다른 편의점 두어 개가 동시에 입점될 정도로, 편의점은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가게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어린시절 자주 이용했던 동네 구멍 가게는 추억 속.. 더보기
평창 페스티벌 파크에서 만난 mia... 전기자동차 평창 올림픽이 한창이다.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것 같은 느낌인데... 평창에 도착한 어제는 진짜 칼바람이 무엇인지 맛보았다. 올림픽 개막식이 있던 2월 9일만 바람이 조금 잔잔했을 뿐이었지, 강릉과 평창의 겨울 바람은 상상 이상이었다. 내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겨울 추위 앞에서 귀여운 전기차를 만나 반가웠다. 평창 페스티벌 파크내에 전시 된 프랑스 mia 전기차.모양도 깔끔했고, 3인용 차라는 점이 독특하기도 해서 구경을 해 보았다. 승합차처럼 옆으로 좌석 문을 열게 되어 있었는데...앞에 운전석 하나가 중앙에 위치하고, 뒷 좌석은 나란히 두개가 이어져 있었다. 트렁크도 작아보여서 여행용으로는 적합해 보이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출퇴근용이나 시내 주행용으로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600원으로.. 더보기
강릉 솔향 수목원 - 미디어아트쇼 강릉과 평창은 동계 올림픽을 맞아 여러가지 축제와 공연, 행사들이 다양하다.그 중 하나인 강릉 솔향 수목원의 미디어아트쇼. 청산별곡. 80세인 친정엄마를 모시고 밤 8시에 산행을 감행한 우리들.엄마는 나보다 걸음이 더 빠를 정도로...충분히 건강하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 산속 추위를 견디며 산행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르막 길을 올라 산 정상에 도달하면 반대편 내리막길은 돌길이 중간중간 있어서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노모가 내려오기 힘든 길이었다.조심하며 한시간 가량 걷다보니 추위는 어느 새 잦아들고 등에서는 땀이 나기도 했다. 청산별곡. 미디어아트쇼는산 곳곳.. 바위나 나무, 절벽이나 계곡에 색색깔의 레이저를 쏘아 빛과 모양을 만들어전체 숲속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보이게 했다. 중간중간 .. 더보기
냉장고에서 적정 용량을 배우다. 며칠 째 지방에 머무르는 지금.집을 떠나오기 직전 마지막 점검을 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그대로 다시 닫았다. 그 길로 나는 그냥 아무것도 못 본채 하면서 집을 나섰다. 음식들을 정리하고 냉장고 속을 간결하게 해주는 일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인냥 생각하기로 했다. '괜찮아. 성능 좋은 냉장고인데 뭘.' 냉장고는 참 희한한 물건이다. 가방도 비닐봉지도 무엇인가를 넣으면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최대 용량이라는 것이 있는데... 나한테 있어서 냉장고는 뭐든 꾸역꾸역 잘도 들어가는, 한계라는 것을 모르는 요상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뭐든 한 번 들어가면 제때 나오지도 않는다. 물건들은 어느 구석에 숨어있었는지 늘 유통기한을 한참 넘기고 나서야 고개를 불쑥 내민다. 숨바꼭질하는 어린애가 '까꿍'하고 나타나는.. 더보기
강릉 오죽헌- 인생을 닮은 대나무, 오죽 강릉의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흔적이 오롯이 남겨져 있는 곳이다. 다섯 자매의 둘째로 태어난 신사임당은 효심이 지극하여 시집을 간 후에도홀로 사는 친정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강릉 오죽헌에 머물렀다고 한다.그리고 그 곳에서 셋째 아들 율곡 이이를 낳는다.신사임당 역시 이 곳에서 태어났다고 하니....걸출한 위인 두 명이 시간 차를 두고 태어난 오죽헌은...남다른 정기가 흐르는 귀한 터로 칭송받게 된다. 오죽헌 뒤와 옆쪽으로는 대나무가 그득하다.이곳의 대나무는 그 빛깔이 까맣다는 특징이 있다.나도 오죽이, 검은 빛깔의 대나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오죽헌의 대나무밭에서는 검정대나무만 볼 수 있을거라 기대했다. 그런데대나무 줄기가 내 생각과는 달리...초록색, 검정색, 회색 등 여러가지였다. 까마귀처럼.. 더보기
우리는 지금 누구와 함께 있나? 몇 번씩 카톡으로 날짜와 시간을 주고받으며 만날 약속을 정한다.전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걷기도 하면서 약속 장소로 간다.그리고 친구와 만난다.인사말 몇 마디 나누고 차 주문하기가 무섭게 친구는 누군가가 보낸 카톡의 물음에 일일이 답해 준다.얼마나 중요한 카톡 속 인물이기에....실제 만난 나랑은 눈 맞출 틈도 없는 걸까. 나는 묻고 싶어진다.'네가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었니?''네가 그렇게 바쁘고 중요한 사람이었니?''네가 그렇게 카톡 속 사람과 친하니?' 나와 대화하며 차 마시는 중간 중간 걸려오는 전화도 받는다.얼핏 듣기에 안받아도 지장없는 전화 같다. 나는 또 묻고 싶어진다.'너는 나를 만나는 거니? 딴 사람을 만나는 거니?''이러려면 나를 왜 만난거니?' 그 또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들인 시.. 더보기
제주도 곶자왈 - 힘들고 긴 시간을 견뎌낸 진짜 나무들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제주방언이다. 곶은 숲을 나타내고 자왈은 나무덩굴이 뒤섞인 곳, 즉 덤불을 뜻한다. 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이 만들어 낸 불규칙한 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숲에 들어선 순간, 예사롭지 않다. 독특하다...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무와 나무가 엉퀴고 뒤섞여서 서로가 서로의 생존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괴팍한 인상을 받기도 하였다. 메타세콰이어길이나 대나무 숲 같이 길쭉길쭉하고 반듯반듯한 나무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늘어선 숲에서 특히 매력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곶자왈에서는 첫발걸음부터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곶자왈은 생긴 그대로의 '제멋대로 숲'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곶자왈.. 더보기
제주 4.3 역사 기행 - 사려니숲길. 이덕구 산전 올해는 제주 4.3, 70주년의 해이다. 1월 16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이번 제주 4.3 역사기행에는 32명의 일행이 참가하였다. 나와 딸아이는 지난 해 11월에 참가 신청을 하였고 일행들과 합류했다.김포공항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뵈었다.내가 다른 외부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못 뵈었던 탓에 반가웠던만큼 죄송하기도 했다.다른 많은 선생님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제주에서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제주 4.3사건이 무엇인지...사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역사이다.오래 전 일이고, 현재에서 바라보면 다 지난 일이고,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일이고.....이렇게 생각하기가 쉽다.사실 현재 우리들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마음을 내어 역사를 들여다 볼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를.. 더보기
감정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법 딸아이는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는 타입이다. 사춘기의 탓으로 모든 것을 다 돌려버리면 편하다. 사춘기는 언젠가 끝이 나게 되어 있고, 끝난 그 시점이 바로 문제가 해결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단순하고 명료한가 그러나 사람은.... 사춘기나, 사추기, 갱년기 등등으로 규정해 버릴 수 없는 개개인의 가슴 밑바닥, 저마다 감정의 창고가 있기 마련이고 그곳엔 견디고 겪어낸 감정의 껍질들이 켜켜이 쌓여있게 된다. 누구나가 다 그렇다. 살다보면, 나이를 한해 두해 먹고 어른이 되면, 그 감정의 껍질을 해소하는 법을 결국엔 조금씩 터득하기도 한다. 실전에서 처절하게 경험하며 구르다보면 감정을 느끼고 상처받는 그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상한 과일의 일정부분을 도려내어 버리든 먹기 싫은 과일 껍..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