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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누군가의 배경이 될 수는 없지 "안에서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 시간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뻗어나가는데 어느 한 순간에 붙들린 채 제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을 때, 그때 우리는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김애란 바깥은 여름 아이의 초등학교 공개 수업 당시. 한 시간 가까이 흐를 즈음 나는 내 아이의 학급 내 쓰임새를 가늠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질문 앞에서 두 손 높이 드는 아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아이. 답변하자마자 다시 손을 드는 아이. 그런 아이들은 두 부류로 정해져 있다. 수업을 주도해 나갈 정도로 똑똑한 아이던지 정답 여부에 상관없이 명랑쾌활한 아이던지. 그 당시 나의 아이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결국 한 시간 가까이 교실 뒷쪽에서.. 더보기
걱정은 위험을 제거한 적이 없다. '애늙은이'라는 별명을 가진 굴뚝새가 오늘도 굴뚝에 앉아서 시름에 젖어 있었다. 어미 참새가 아기 참새를 데리고 굴뚝 위로 날아가면서 말했다. "걱정은 결코 위험을 제거한 적이 없다" "그리고 걱정은 결코 먹이를 그냥 가져다 준 적이 없으며, 눈물을 그치게 한 적도 없다." 아기 참새가 말참견을 했다. "엄마, 그럼 걱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네 날개로, 네 발로 풀어야지. 어디 저렇게 한나절 내내 걱정할 틈이 있겠느냐?" 어미 참새가 창공으로 더 높이 날며 말했다. "걱정은 결코 두려움을 없애 준 적이 없어.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지." 이때 아래에서 총소리가 울렸다. 굴뚝 위에 앉아서 걱정에 잠겼던 굴뚝새가 땅으로 뚝 떨어지고 있었다. 정채봉 중 지난 2년간 걱정을 많이 하며 살았다.. 더보기
선단공포증...꽁치대가리조차 무섭다 오쿠다 히데오의 속 이노 세이지. 그는 조폭임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물체만 보면 기겁을 한다. 죽을 듯한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이라부 선생은 그의 병명을 '선단공포증'이라고 말한다. 칼로 남을 찌르고 공격하는 것에 익숙할 것 같은 야쿠자 조폭인 세이지는 날카로운 물체가 두려워 꽁치 대가리조차 피하는 상황이다. 피식 웃음이 난다. 그가 겪는 두려움이 누군가에게 두려움은 커녕 조소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살다보면 나만의 두려움 앞에서 꼼짝 못할 때가 있다. 타인이 보면 꽁치 대가리라고 배를 잡고 웃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렇게 미약한 정도의 상황도 내게는 두려움이고 공포일 때가 있는 거다. 세상 모든 둔탁한 것들이 어느 순간 예리한 칼날로 변모하여 내게 달려들 것 같을 때,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압박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