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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애초에 하지 않아도 될 노력

 

저희 딸아이는 초등학교 입학 당시 집에서 꽤 거리가 떨어진 학교를 다녔습니다. 작고 아담한 학교 뒤에는 산이 있었고 교정에는 연못이 있었어요.

남편이 등산 갔다가 그 모습에 반해서 아이의 첫 학교로 점을 찍었습니다. 자연친화적인 학교에서 아이가 뛰어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학군이나 학업 성취도 같은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저도 그러자고 했어요.

​그때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요. 아침마다 아이를 학교로 실어 나르고 끝나면 데리고 오는 일이었어요. 쉽지 않은 그 일을 저는 5년 동안 했습니다.

제 친구들은 저를 보고 그랬어요. '실어 나르는 모양새를 누군가가 보면 아이가 8학군 학교에 다니는 줄 알겠다고요.' 유별나다는 얘기였겠죠.

 

저희 아이가 다녔던 학교는 8학군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서울 끄트머리 조용한 동네에 위치해 있었어요. 근처에 보육원이 있었고요. 반대편에는 임대 아파트도 몇 동 있었는데 탈북자들과 그 자녀들이 살고 있다고도 했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 후 소통하는 엄마들이 여럿 생겼는데요. 다 저보다 어렸어요. 친해지고 나서 나중에 얘기하더라고요.

"언니, 약간 모자란 사람인 줄 알았어."

"왜?"

"남들은 더 좋은 학군 찾아 떠나는데... 무슨 잘못된 정보를 듣고 여길 들어왔나 해서."

"학교 경치가 좋아서 왔지."

"거봐. 언니는 아주 많이 모자라. 자녀교육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어."

"그럼 너희는 왜 여기에서 애들 학교 보내는데?"

"그야, 우리는 원래부터 여기 토박이니까 그렇지. 살던 대로 사는 거야."

저는 그 동네를 떠날 때까지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장난스러운 놀림거리가 되어 주며 절친을 맺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치열한 사교육이나 차등을 두며 내 아이만 특별하게 키우는 교육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애초부터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어쩌다 가끔씩 만나면 처음과 변함없는 그들을 보는 것이 여전히 즐거워요. '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 아이가 그 학교를 갔었나 보다'라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김윤나 작가의 '당신을 믿어요' 책을 보면 참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참나무는 햇볕을 받고 싶어 하지만 씨앗이 그늘진 곳에 떨어지는 바람에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야 할 때가 있다고 해요. 

게다가 옆에 있는 다른 씨앗으로 인해 햇볕이 가려지기도 하고 성장을 방해받는 일도 종종 생깁니다. 그럴 때 참나무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해요. 

햇볕을 받으려면 위로 자라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자 다른 행동을 합니다. 즉 줄기의 아래쪽에 가지와 잎을 만들어서 햇볕을 받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아래쪽의 잔가지들은 햇볕을 받지 못해서 말라붙게 되죠. 부족한 에너지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맙니다.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더 자라지 못하는 참나무. 그 나무는 마지막까지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있게 된다고 해요. 

이 참나무 이야기는 페터 볼레벤이 쓴 <나무 수업>을 김윤나 작가가 인용을 한 것인데요. 원저자인 페터 볼레벤의 표현을 빌리면 '건강한 나무는 애초부터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그렇다. 건강한 사람은 애초부터 자신의 에너지를 고갈해가면서 필요 이상의 업적을 세우려고 핏대를 세우지도 않고, 자기 권리까지 포기해가며 상대를 배려하지도 않으며, 필요 이상의 분노를 끌어들여 사람들에게 강함을 보여주려 하지도 않는다. 

남들에게 들려주기 좋은 노래보다는 자신을 위한 노래를 부를 줄 안다. <당신을 믿어요> 46쪽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아래 주소로~~

https://blog.naver.com/leeha517/221668654979

 

마음 치유 에세이, 애초부터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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