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한 친구가 말한다.
'넌 남편 있어서 좋겠다. 외롭지 않잖아.'
결혼 했지만 아이 없는 친구가 말한다.
'넌 다음에 죽어도 장례치뤄줄 아이가 있으니 덜 외롭잖아.'
웃기지 마라, 얘들아.
남편이 있어도, 아이가 있어도....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오로지 내 삶을 사는 건 내 자신이니까...
내 남편이 아니고, 내 아이가 아니니까...
내 삶의 문제는 내가 떠안아야 하는 거니까...
게다가 때때로 남편과 아이, 그들 삶의 힘듦까지 나눠져야 하니까...
힘들고 지치고 외롭다.
사람은..
자기 뜻대로, 자기 마음대로 안될때 더 외로운 듯 하다.
남편이 술 먹고 연락없이 늦게 올 때,
아이가 말 안 듣고 제 고집만 부리며 잘못을 반복할 때,
이해해 줄줄 알았던 지인이 나를 외면할 때,
친구의 성의없음을 발견할 때
외롭다. 외롭다. 외롭다.
외롭다고 잠만 자거나, 먹기만 하거나, 멍만 때리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래도 생각이라는 걸 하며 사는 사람이니까....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전혀 없어서
오히려 내 뜻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일들뿐이라서
힘들고 지치고 외로울 때
오롯이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내 의지만 내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
책 한권을 펼친다.
단 한 줄이라도 마음에 드는 글귀를 만나게 된다.
외로우니까 그 한 줄이 보이게 되는 거다.
내 마음에 꼭 드는,
내 영혼을 흔들어 주는 글귀 하나.
충분하다.
그래서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고 나는 믿는다.
펼치기만 하면 나를 달래 줄 문장을 발견하니까.
그 모든 것이
내가 외롭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날마다 미치도록 즐겁기만 해봐라.
책 읽을 이유도,
책에서 귀한 문장 발견할 이유도
없게 된다.
고로...
책 읽고,
성숙해지라고....
나는...
외로운 거다.
뭐든 발견하라고,
발견한 그 무엇으로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라고....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외로운 거다.
그래서
나는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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