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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설해목 (雪害木) - 나는 너에게 눈이 되어 주기로 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책에 <설해목>이라는 글이 있다. 

내용인즉,

어느날 노승의 절에 한 소년이 찾아온다. 이 소년이 너무 말을 안 듣는 망나니라서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며 소년의 아버지가 노승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노승은 소년에게서 전해 받은 그 아버지의 편지를 말없이 읽고 나서는 직접 밥을 해서 먹이고, 발을 씻으라고 대야 가득 물까지 받아다 주었다. 그러자 소년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훈계와 질책, 설교와 비난으로 아이들의 방황을 막고 반항을 잠재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자녀 양육에 드는 품이 얼마나 크면,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할까?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야단치기는 쉽다. 그건 몇 사람이 집중적으로 아이 하나 놓고 비난을 폭탄 투하 하듯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물론 그렇게 해봤자 비뚤어지기로 작정한 아이의 행동 변화에 영향력이라는 건 거의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칭찬은 어렵다. 사춘기 아이들의 꽁꽁 숨겨진 장점을 힘들게 찾아내고 그것을 칭찬해 주는 일은 눈 밝고 마음 넓고 인내심 많은 어른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 나 역시 딸아이의 장점을 발견하고 칭찬해 주기보다 부족한 점, 고쳤으면 하는 점을 지적하는 횟수가 더 많았다. 혼자의 힘만으로 칭찬과 지적을 모두 주기에는 능력이 모자랐기에 아이의 개선점에 늘 신경을 쓰다보니 결과적으로는 그랬다. 그러니 좋은 어른 여러 명이 늘 곁을 지켜주면서 번갈아 가며 아이를 바라봐 주어야 하는 거다. 아이의 장점을 성의껏 찾아주어야 하는 거다. 고로 양육에는 품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법정 스님은 모진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지끝에 내려 쌓이는 눈에 의해서는 꺾인다는 사실을 말씀하신다. 설해목.....나뭇가지를 꺾는 힘은 비바람의 거셈이 아니라, 하얀 눈의 부드러움이다. 비난조로 훈계하고 설교하는 그 힘을 모았다가 단 한번 만이라도 온 마음을 다해 딸아이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딸아이의 굳은 마음을 어루만져 줄...눈 같은 엄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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