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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삶이란, 정성을 쏟는 일

딸아이가 어렸을 때, 시기마다 관심을 갖는 것이 달랐다. 종이접기를 하기도, 그림을 그리기도, 책을 읽기도, 찰흙을 조물거리기도, 인형을 잠재우기도 했었다. 어른의 눈으로 볼때는 어설프고 부족해 보여도 딸아이는 한 가지 관심사를 정하면 다른 것에 눈길 주지 않고, 오직 그 하나에만 집중했다. 


지나 놓고 보니까 그때 나는 육아 초보맘이었던지라, 아이가 관심갖는 것에 함께 관심가져 주다가도 다른 일에 한눈 팔기도 했고, 중간에 다른 놀 거리를 이것저것 들이밀기도 했다. 아이가 더 많은 것들에 더 관심가져 주길 바라는 욕심이 없지 않아 있었을 것이다. 아이가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열심히 놀고 있다는 것을, 그저 그 사실 하나만을 인정해 주고 기다려줬어야 했는데... 그 점이 못내 아쉽다. 


그 후 아이는 자라면서 다양한 것들에 눈길을 주었으나 어릴적 자신이 원했던 것들에 대한 관심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반응이 미지근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지나지 않아 다른 관심 대상들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대느라 정신없었다. 어릴적에 아이가 지녔던 관심사에 대한 몰입이 사실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는 산만했고 갈피를 못잡았다. 그럴때마다 이런 저런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이 모든 것이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삶이란, 그 무엇엔가, 그 누군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라는 전우익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긴다. 


딸아이가 갈피를 못잡고 휘청이는 것은 아직 정성 쏟을 정도로 마음에 들만한 일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 나는 그렇게 믿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게 되면 어릴적 그 몰입의 순간이 또 다시 재현될 거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딸아이를 늘 기다린다. 자신이 좋아하고 기뻐할 무언가를 발견해서 정성을 쏟을 수 있도록, 나는 내 딸을 기다리며 바라보며 정성을 쏟는다. 

우리는 그렇게 삶을 살아간다.

딸은 정성 쏟을 일을 찾으며, 

나는 정성 쏟을 대상인, 내 딸을 지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