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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인생의 문 앞에서 '너'처럼 버틸 거야

저와 딸아이 사이에는 우리끼리만 통하는 말이 있는데요.

일명 '허뿌자'입니다. '허리 뿌러진 자의 자세.' 즉 하루 종일 누워서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뒹굴러'를 빗댄 말입니다.

한때 딸아이가 거실 바닥에 이불을 펴고 드러누워서 그 이불을 개키지를 않는 거예요. 이불이 카펫도 아닌데 내내 펴놓고 오며 가며 지근지근 밟고 다니다가 밤이 되면 또다시 쏙 들어가서 자는 생활.

이불 위에서 과자 먹다 흘리고 김밥 집어먹다가 손 쓱 닦고 크림빵의 크림 묻혀 놓고...

그때마다 울화통 터지는 제가 '허뿌자는 언제 사라지게 되냐?'고 물었어요. 어지간해서는 안 사라진다는 거예요.

그렇게 '허뿌자'로 살던 딸아이가 얼마 전 주섬주섬 챙겨서 자기 방 침대로 얌전히 돌아갔어요.

 

어제, 오늘 딸아이가 내려놓은 '허뿌자'의 자세를 날름 제가 이어받았습니다.

침대 위를 엉망진창으로 해 놓고 모든 걸 그 위에서 해결하고 지냈네요. 그러다 보니 약간 기운이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다 깨서 먹고 마시고 다시 자다 깨서 먹고 마시는 '뒹굴러'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거 은근 중독성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자발적 백수'들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타인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그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아야 한다.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 걸어 다녀 보아야 한다'는 하퍼 리의 말처럼 백수와 뒹굴러의 살갗을 파고 들어가 보니 알 듯도 합니다.

그들에게는 그들이 정해 놓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그러나 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워서요. 새벽 알람 소리에 조건 반사하듯 일어나는 저를 봅니다. 그런 제게 스스로 '늙어 철든다' 고 계속 중얼거리죠. '늙어 잠이 없다'보다는 훨씬 나은 소리니까요.

지난주 컨디션이 최악이라도 계단은 올랐습니다.

'아니 아프다면서 21층 계단 오를 정도면 안 아픈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계단을 오르면 힘은 들지만 대신 밤에 잠은 잘 자거든요.

몇 년 전 제가 불면증과 가슴 두근거림, 심장이 찢어질 듯이 아픈 증세로 밤에 수십 번도 넘게 깼던 적이 있어요. 잠을 잤다고 할 수가 없을 정도로 힘든 시기였는데요. 그때 안정제와 수면제를 처방받아먹기도 했거든요.

올해에도 가끔씩 그 증세가 나타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희한하게 계단을 오르고 난 다음에는 없어졌네요. 그러니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차도 밤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징징대며 계단을 오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아래 주소로~~

https://blog.naver.com/leeha517/221683326751

 

습관. 일상의 유지. 내 인생의 문 앞에서 버텨보겠다는 뜻.

​저와 딸아이 사이에는 우리끼리만 통하는 말이 있는데요. ​일명 '허뿌자'입니다. '허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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