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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감정의서랍. 감정 챙기기

며칠 전 여행 중 비가 오더라고요. 비를 피해 들어간 카페의 전경이 고즈넉하니 좋았습니다. 카페 입구는 여러 가지 물건들로 꾸며져 있었는데 눈길을 사로잡는 서랍장이 보이더군요. 그것을 보자마자 저의 과거가 소환됩니다.

예전 저희 집에는 서랍이 많이 달린 작은 서랍장이 있었는데요. 한때 친정어머니가 고가구에 관심이 많으셔서 문갑, 사방탁자, 화초장, 갓함(옛날 갓을 보관하는 함), 약장 같은 것들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서랍이 많았던 그 장은 옛날 약방의 약장이었어요. 작은 서랍이 층층이 칸칸이 있었지요.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소소한 물건들을 집어넣어 보관하기에는 더없이 좋았습니다.

그중에는 제가 맡아 놓은 서랍도 여러 개 있었거든요. 제 머리핀이라든지, 머리끈, 열쇠고리 같은 걸 넣어 두기도 했죠. 그리고 서랍 깊숙이 쪽지도 넣어 두었어요.

사춘기 무렵 저는 화가 나거나 감정이 상했을 때, 친구와 갈등을 겪었을 때, 야단을 맞았을 때 등등 기분이 나쁠 때는 어김없이 쪽지를 썼습니다.

그 쪽지에 당시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연필로 진하게 썼어요. 아주 화가 많이 날 때는 빨간색 색연필로 바탕을 칠했습니다.

검은색 볼펜으로 쓰고 초록 색연필로 글자 위를 따라가면서 색칠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때는 기분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기념하고 싶거나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글로 남겼는데도 아쉬웠는지... 초록 색연필로 글자를 덧칠했어요.

글자 위에 초록색 옷을 입힌다고 생각하며 칠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 마음이 기쁘다는 걸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카페의 서랍장 몇 개에는 작은 화분이 들어 있었어요. 반쯤 열린 서랍 사이로 초록색 이파리들이 고개 내밀고 있는 순간을 보자니 지난날 쪽지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더군요.

초록 이파리들은 기쁨의 쪽지이고, 닫힌 서랍들은 화남과 슬픔의 쪽지처럼 보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시면 아래 주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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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챙기기. 감정 꺼내 쓰기. 감정의 서랍. <말의 내공>

​​며칠 전 여행 중 비가 오더라고요. 비를 피해 들어간 카페의 전경이 고즈넉하니 좋았습니다. 카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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