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생각

팬심으로 산다

저희 집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면 저 멀리 바다가 보입니다.

바다 건너기 전에 보이는 빈땅. 스티커 있는 이 부분이 바로 송도 세브란스 병원이 들어오는 자리거든요. 밤이나 새벽에는 어두워서 빈땅의 정체가 잘 안 보입니다.

낮에 보면 허옇게 빈땅의 정체가 드러나는데요. 평일에는 공터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만 되면 점점이 사람의 실루엣이 보입니다.

저희 집 앞에 연세대 송도 캠퍼스가 있는데요. 이 빈땅은 연세대 것으로 세브란스 병원 착공 전까지 야구 동호회에게 임대를 주고 있나 봐요.

주말마다 야구를 하러 어디에선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한쪽에 차량들이 쪼르륵 줄 서 있고 사람들은 빈땅에서 야구를 하죠.

저희 아파트 입주민들 중 몇몇 분들은 주말마다 공터 야구장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생활을 방해한다고 싫어하시기도 합니다. 공터 야구장 바로 옆 동의 아래층일 경우, 소음의 피해가 좀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저는 바로 위층에서 내는 층간 소음만 아니라면 주변 생활 소음 정도는 좀 참는 편입니다. 생각해 보면 주말 서너 시간만 운영되는 공터 야구장이니까요.

3년 넘게 지켜본 결과, 이 야구 동호회는 거의 불멸 수준입니다.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에 와서 야구를 하거든요.

비가 내리지 않는 한 예외 없이 야구는 지속됩니다. 그 얘기는 곧 펄펄 끓는 날씨에도 야구를 한다는 소리죠. 어제의 폭염 속에서도 그들은 저렇게 야구를 했습니다. 가만 있어도 숨막히는 더위에 뛰어다닙니다.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뭘까?'

매주 창문 밖의 그들을 보며 생각해요.

동네 야구 동호회이니 돈을 버는 일과도 상관없을 텐데....

'도대체 무슨 힘이 그들을 한 여름의 펄펄 끓는 공터에 모이게 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팬심'이라는 것 밖에는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재미를 바탕으로 한 팬심.'

'팬심'이라는 신조어의 사전적 정의는 운동 경기나 선수 또는 연극, 영화, 음악 따위나 배우, 가수 등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어떤 대상에 푹 빠지려면 그것을 미치도록 좋아하지 않고는 불가능하죠. 저는 집 앞 야구 동호회 분들에게서 팬심을 봅니다.

그분들에게 평일은 주말 공터 야구를 기다리면서 설레는 나날이지 않을까요? 폭염이든 추위든 절대 상관 않는 그분들에게 주말 야구를 향한 팬심은 아마도 일상을 살아내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창문 너머의 주말 야구 동호회 분들을 볼 때마다..... '나의 팬심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그토록 미치게 좋아해 본 적 있었는가?' 묻게 됩니다.

 

한 달 전쯤 딸아이가 좋아하는 웹툰 작가 루시드님의 이벤트가 있었어요. 만화책과 관련 상품을 선물로 준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뽑혀야만 하는 이유를 써서 아이가 응모를 했나 봐요.

정주행을 두 번씩 했다는 내용을 보아하니 엄청 좋아하는 웹툰 작가님이 분명하죠.

아래는 딸아이가 쓴 이벤트 참여 내용인데요. 저한테도 문자로 보내주더라고요.

다음 내용이 궁금하시면 아래 주소로~~ 

https://blog.naver.com/leeha517/221613475355

 

팬심.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 나는 네가 좋다. <크리스마스는 쨈과 함께>

저희 집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면 저 멀리 바다가 보입니다. ​바다 건너기 전에 보이는 빈땅. 스티커 있...

blog.naver.com

'오늘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정의서랍. 감정 챙기기  (0) 2019.08.14
블로그로 배운다  (0) 2019.08.13
나를 광고하는 일.  (0) 2019.08.11
춘천 육림고개  (0) 2019.08.10
춘천 구봉산 카페거리  (0) 2019.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