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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당신이 자꾸 아픈 진짜 이유

예전 딸아이 어릴 때 건강 상식, 식습관 바로잡기 류의 책들을 많이 읽었었다. 그때의 목표는 분명했다. 아프지 않은 건강한 아이를 키우는 것. 그러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 반면에 요즘 건강 관련 책을 읽는 것은 오직 나를 위해서이다. 그동안 내 건강을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지금. 병원만 다닌다고 통증이 줄어들지 않을 거라는 걸 차츰 알게 됐다.

 

내 아픔을 제 3자(물론 의사 선생님이 전문가이긴 하지만)에게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내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일은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 나이이기 때문이다. 치료받다 보면 언젠가는 낫겠지 하는 수동적 태도, 의사 선생이 무슨 신이라도 되는냥 다 고쳐주겠지 하는 무조건적인 믿음. 그렇게 하는 게 속 편할지는 몰라도, 병원과 의사를 믿고 온전히 나를 내어 맡기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진다. 무엇인가를 알려고 하는 노력조차 소홀하게 된다. 그러니 질기고 오래가는 병이 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무관심하고 소극적인 환자로서의 생활은 멈추는 게 맞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병원을 다녀도 잘 낫지 않은 이유는 잘못된 식습관, 운동부족, 스트레스, 갱년기 등등이 겹쳐서이다.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갱년기와 같은 신체적, 운명적? 조건은 내 의지로 조절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상한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은 마음만 있다면 조절 가능한 범주에 속한다. 그렇다면 관심을 가지고 나의 부족분들을 고치고 보충해 나가면 될 일이다. 내 의지와 능력 밖의 일들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내 잘못된 생활 습관들을 고쳐나가 보기로 한다. 

 

'식사가 잘못됐습니다'를 읽고 혈당치 조절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혈액 속에 포함되어 있는 당을 말하는 혈당. 이 혈당의 수치가 높으면 질병과 비만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혈액순환이 잘 되어 신진대사가 원활하려면 혈액과 혈관이 모두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 외에도 생명을 주관하는 다른 장기로써 예로부터 혈관을 꼽는다. 그래서 혈관에 관계된 책을 찾아봤다.

 

이 책 '혈관을 의심하라'의 저자는 한동하 한의사이다. 그는 우리의 몸이 자꾸 아픈 이유가 살찐 혈관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묽어서 문제이던 혈액이 요즘은 걸쭉해져서 탈이고, 혈관은 단단해지고 굳어지며 살쪄서 말썽을 일으킨다. 이렇게 우리의 몸 속 혈관과 혈액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김없이 식사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불어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등도 단단히 한몫을 한다. 알레르기 질환, 면역질환, 대사증후군(생활습관병), 비만, 암 등은 공통적으로 혈액순환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혈액순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신체 내부 환경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을 항상성이라고 한다. 전해질의 균형, 체온의 유지 등도 모두 혈액순환에 의해서 일어난다.  34쪽

 

이 책에는 살찐 혈관으로 인해 야기되는 각종 증상과 질병이 소개되어 있다. 팔다리가 저리고 손발이 차갑고 복부비만에 머리 아프고 건망증이 심한 증상부터 증상이 없는 증상까지 혈관이 보내는 위험 신호이다. 대사증후군, 중풍, 치매, 심장마비, 동맥경화, 하지 정맥류 등등... 우리가 아는 수많은 질병들도 살찐 혈관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먹는 것으로 혈관이 막혀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제대로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지킬 수도 있다는 것이 '건강 관련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중요하고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운동이다. 저자는 운동에 관해 단순 명료하게 말해주어 도움이 되었다.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거창해서는 규칙적으로 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집안 소일거리와 스트레칭, 맨손체조, 숨쉬기, 걷기, 손뼉 치기까지도 운동이라고 이야기해주니 내 귀에 더 쏙쏙 들어온다. 

 

운동의 목적은 바로 '기혈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기혈은 가만히 있으면 막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기혈을 흐르게 하는 소일거리가 많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보다 보고 싶은 친구를 만나 추억을 이야기하며 공원을 산책하거나, 수개월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옷을 사기 위해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백화점을 두세 시간 걸어 다니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61쪽

 

다른 것들은 운동이라고 이해가 되기도 하는데 박수치기가 운동일 줄은 몰랐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우리의 손바닥은 인체의 축소판이어서 모든 장기와 기관을 담고 있는 혈자리가 빼곡하게 들어있다는 것이다. 자그마치 365개의 혈자리가 들어차 있는 손바닥은 박수를 칠 때마다 열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면서 몸의 혈액이 빠르게 순환되는 것이다. 손 사용이 늘면 건망증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며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몸이 이완되며 에너지가 생겨나게 된다. 날마다 물개 박수를 마구 쳐야 하는 이유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저자는 평상시 갈증이 나기 전에 물을 마실 것도 권한다. 일단 갈증이 난다는 것은 이미 탈수가 시작되었다는 걸 의미하고 지속적인 탈수가 진행되면 체내의 수분의 양이 줄어들어서 혈액이 걸쭉해지게 된다. 혈액의 점도는 혈당,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의 양으로 결정이 되지만 탈수로 인해서도 혈액 점도가 높아지고 혈류가 느려지므로 물은 인체에 있어서 너무나도 중요하다. 평상시 머그잔의 8할 정도를 채워 5잔 정도 마시고, 나머지는 신선한 채소에 들어있는 안정적인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채소를 마시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식물 속에 들어간 물은 최적으로 정제된 효과적인 물이라서 채소를 먹으면서 그 속의 수분을 얻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저자는 특이하게 '자주 눕기'를 추천한다. 시시때때로 소파에 길게 드러누워 있는 우리 집 부녀를 볼 때마다 잔소리가 나왔었는데.... 자주 눕기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낮잠 잘 시간이 안될 때는 그저 몇 분 만이라도 누워 있으라고 한다. 그렇게만 해도 몸이 회복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 몸의 모든 혈관을 심장의 높이로 맞춰서 혈류 배급량을 동일하게 맞춰주기 때문이다. 자주 눕는다는 것은 심장의 일을 도와주는 것으로써 우리 몸속 조직과 세포를 돌봐 주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의자에 기대거나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보다 1분이라도 편안하게 누워 있는 것이 훨씬 좋다고 말한다.

 

중년 남성들의 돌연사, 심장마비는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나타나는 번아웃 증후군의 대표적 증상들이다. 그러니 아무때나 누워있는 남편을 '전생에 소가 아니었을까' 의심하지 말고 '자기 몸에 혈액을 셀프 주유하고 있구나'라 여기며 칭찬해야겠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건강하게 살기 위한 고민이라면 어떤 것도 해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