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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연안부두, 월미공원, 월미도 탐방

새벽 독서모임을 가느라 블로그 글을 조금만 써놓고 돌아와서 써야지 했는데..
뜬금없이 남편이 자꾸만 밖에 나가자고 한다.
딸아이는 여행 사전 모임으로 서울에 갔는데 역에서 픽업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마트에서 장을 보기로 했다.

모임 지정책인 '식사가 잘못됐습니다'를 읽은 후, 채소 많이 먹는게 좋겠다는 내 말 한마디에...
그것 보라며... 내가 평상시에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냐며 성화를 부리더니
코스트코로 달려가잔다.
(나는 채소를 하나도 안먹고, 남편은 채소를 좋아하나 내가 안 사줘서 못먹었다.)

딸아이 픽업 시간이 빠듯해서 거의 날라다녔다.
샐러드용 채소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발사믹 드레싱, 올리브, 라코타 치즈, 포도주 등등을
닥치는 대로 담았다. (장보기부터 힘들었으나 나중에는 걷다가 죽을 지경에 이름)

그러고나서 딸아이를 담아 싣고 연안부두로 갔다.
남편은 항상 어디로든 떠나고 돌아다니고 싶은 사람이고,
나와 아이는 주로 집에 있고 싶어 하는 타입인데...
그렇게 다른데도 그럭저럭 서로 맞추어 사는 게 신기하다.
이제는 적당하게 돌아다니며 산다.
아이 어릴 때는 주말마다 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어딘가를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편이라
도착하면 무조건 걷는다.
연안부두 도착

연안부두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아저씨 아줌마를 보더니 멘붕에 빠진 딸
대낮에도 트롯트 크게 틀어놓고 거리를 무대삼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럴때마다 서서 감상하는데...
사춘기 딸의 눈에는 그런 모습이 이상하고 보기 싫은가 보다.
동네에 개가 많다는 둥, 파리는 다 모아놨냐는 둥, 서울 갔다가 피곤한데 왜 여기까지 와야되냐는 둥....
계속 투덜거려도... 남편과 나는 언제나 그랬듯 그냥 직진하다가
식사하러 간다.
뭐라도 입에 넣어주면 조금 잠잠해지기도 하니까.

연안부두에 있는 금산식당은 벤뎅이 회무침 비빔밥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남편이 20여년 전 회사 다닐 때 직장 상사가 이 음식을 좋아해서 시도때도 없이
끌려왔다고 하던데....
나도 몇 번 남편 따라와 먹었다.

오늘은 금산식당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맞은 편 가게에서 먹었다.
누구는 세상 맛집을 찾아다닐 때...
우리는 세상 맛집의 근처 가게를 간다.
남편이 맛집에서 밥 한끼 먹겠다며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걸 못한다.
남편 주장에 따르면 거의 맛이라는 게 대동소이하다는 거다.
'늙어서 입맛이 변해 그래'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안했다.

애들 말대로...취존...취향존중해 주기로 한다.
남편은 먹는데에 시간을 덜 들이고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돌아다니는 편을 늘 선택하기에
대충 맞춰준다.

나 역시 어딜가도 먹는 게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 괜찮다.
딸애는 게딱지에 밥 한술 비벼먹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툴툴대서 미안하다고 급반성 모드를 보이더니
그 다음 코스부터는 즐겁게 따라다니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남편은 바로 월미공원으로 향한다.
잠시의 짬도 안주고 밖에 나온 김에 여기저기 끌고 다닐 작정인 거다.

월미공원 숲이 우거져 있어서 산책하기에 좋았다.

산책길 건다 보니 숲오름길이 나온다.
356개의 계단 오름의 힘듦을 가늠하지 못하고
내 눈에는 수명 23분 44초 연장만 보였다.

다 올라와서 아래를 내려다 본다.
수명 연장 20분 하기 위해 흘려야 할 땀이 이렇게나 많구나...
생각하게 된다.

움직이지 않고 살면 오래 살지 못하겠다는 걱정이 들 정도로
요새 건강 상태가 별로다.
모든 일에 땀흘리지 않고 거저 얻어지는 건 없다.
건강인들 예외일리 없다.
이젠 신경쓰고 운동해야할 나이인 거다.

월미공원 내의 전망대에 올라가면 인천항을 볼 수 있다.

인천항은 1883년 부산항, 원산항에 이어 세번째로 개항하였고
그 후 1918년 일본이 우리나와 중국 침략의 거점기지 확보를 위해 사용해 왔다고 한다.
1960년 이후 고도 성장을 거치면서 해상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현대식 항만 시설을 더 늘려 지었다.
그래서 지금은 5만톤급의 선박도 드나들 정도의 거대한 모습을 자랑한다.

내항(수문으로 물을 가둬놓은 안쪽, 짐 싣고 내리기 편한 항구)에 48척의 선박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을 정도 규모가 크다.
8부두까지 있는데... 각 부두에서 취급하는 물품이 따로 정해져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컨테이너, 자동차, 양곡, 잡화 등에 따라 이용해야 하는 부두가 다 다르다.

어딘가로부터 와서, 또는 어딘가로 떠나야 할
많은 물건들과 정박해 있는 배들을 보게 된다.
제 자리를 찾아가는 삶의 모습들은
사람들에게도, 인천 내항에도
항상 있어 왔던 거구나...
가만히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저 멀리 월미공원의 회전관람차와 자이로드롭이 보인다.
저기가 월미도구나...하고 한마디 말했을 뿐인데.
결국 나중에 저기까지 가게 될 줄이야.ㅜㅜ

 

월미공원 내려 오는 길에 수명 연장 30분을 또 얻는다.
월미공원에서만 한시간 이상 늘어난 내 삶을 어디에다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이미 8시가 훌쩍 넘도록 우리는 걷는다.
남편은 서울 남산을 사랑한다.
고등학교때 남들 다 공부할 때 남산에 친구들이랑 몰려가서 놀았던 그 추억을 못 잊고
그 후에도 시시때때로 남산을 갔다고 한다.

"수백 번도 더 간 거야?"
"응"
"그럼, 한 300번?"
"더 되지 않을까?"

남산 매니아 남편이 인천 살면서 남산을 못가더니... 월미공원 이 산책길을 걸으며 한 마디 한다.
"이 길 남산길이랑 비슷하네."
사람 한 명 없는 호젓한 저녁 숲길을 조용히 걷는 맛이 아주 좋다.
게다가 남편이 사랑하는 남산과 비슷하다니 그것도 반갑다.

사랑의 나무에 매달아 놓은 '소원 성취 리본'을 본다.
누군가의 소원들이 리본 매듭에 하나 둘 단단히 고정되어
나무 아래 벽을 다 뒤덮었다.
사랑의 나무에 힘이 있다면 그 소원 다 이루어주길...
그러면서 내 소원도 마음 속으로만 그곳에 매어두고 왔다.

월미공원을 내려오면서부터 점점 가까워지는 월미도의 자이로드롭과 회전관람차.

결국 걸어 걸어 월미도까지 도착.
나는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너무 많이 걸었기 때문인데...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 건강 생각하면 더 많이 걸어야 돼."
"이렇게 걷다가 죽지는 않을까?"
"이렇게 안 걸으면 죽는 거야."

그 말을 믿고 따라다닌다.

월미도에 사람이 엄청나다. 월미도가 다시 활성화된 느낌이 든다.

월미도에서 바라보는 불꽃 터지는 저녁바다가 낭만적인데....
고개 돌리면 네온사인 반짝이는 각양각색 가게들이 즐비하다.

낭만과 현실의 공존은 어느 바닷가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월미도내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도 구경해 본다.
딸아이 어릴 때 생각도 나고...
많이 걸어 힘들어도
이런저런 보는 재미가 있었다.

월미도 놀이공원은...음 뭐랄까.
한 90년대 공원 모습을 간직한.... 추억의 놀이공원 같은 느낌.
약간은 촌스러워 보이는 저런 인형들의 모습도 정감있다.

그 월미도에서 나와 하염없이 걸어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주차해 놓은 차를 찾으러 갔다.
길거리의 미어캣 인형들도 희미해지는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여기서 끝이었으면 했으나....
우리는 또 다시
집근처 마트에 가는 강행군을 펼친다. (단체로 정신이 나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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