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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식사가 잘못됐다고요?

'식사가 잘못됐습니다'는 의사인 마키타 젠지가 환자 20만명을 진료하며 알게된 올바른 식사법에 관해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책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는 말을 익히 알아도 많은 사람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먹는 것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 지천에 널려있는 간편식과 인스턴트 음식, 가공식품과 인공조미료가 첨가된 식품들. 빠르고 간단하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이런 먹거리에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음식에 관한 기존의 생각이 조금은 바뀔지도 모르겠다. 단번에 모든 인스턴트 식품들을 끊어낼 수는 없어도 메뉴를 선택함에 있어서 주춤하며 한번 더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건강의 차이가 곧 인생의 차이다.   9쪽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다. 건강하게 살아야만 제대로 인생을 즐길 수 있는데 그걸 방해하는 요소가 바로 혈당치라는 것이다. 우리 몸의 모든 질병과 비만의 90%가 혈당치로 인해 나타나기 때문에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혈당치가 높으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고 몸속에서 최종당화산물 AGE(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이라는 유해물질이 만들어져서 노화하게 된다.

 

이 혈당치는 사람을 초조하고 피곤하게 만들며 졸음과 권태감에 빠지게도 한다. 구토증세와 두통을 동반하기도 하는 문제의 혈당치. 이것을 끌어 올리는 주범은 바로 탄수화물이다. 지방이나 단백질은 혈당치를 끌어 올리지 않으므로 살을 찌게 하는 원인이 아니다. 우리 몸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살은 고기를 먹고 찐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 즉 밥, 빵, 면류, 케이크, 과자, 청량음료, 캔커피 등을 먹고 찐 것이다. 점심 먹고 당연하게 마시는 커피음료와 입이 심심하여 먹는 과자들이 우리 몸속 혈당치를 높이는 주범들이라는 얘기이다. 

 

최근 몸 상태가 너무 안좋은데 특히나 근육통과 두통은 갈수록 심해져서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병원 치료를 받아도 허리, 등, 어깨, 목, 머리로 이어진 통증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치료받는 그때만 통증이 조금 완화될 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픈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면서도 식사습관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유지했다. 생채소와 과일은 원래 잘 먹지 않았고 과자와 믹스커피는 입에 달고 살았다. 몸이 아프면 믹스커피와 밀크티를 번갈아가며 마셨다. 내게 주는 따뜻한 선물, 정겨운 위로라고 생각했다. 서늘한 날 뜨겁게 한잔 마시는 믹스커피 그리고 밀크티. 정말 내 인생 최대의 낙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이런 음료들이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는데 일등공신이었던 것이다. 

 

캔커피나 청량음료, 스포츠 음료등 액체 상태의 탄수화물은 밥, 빵, 케이크 등 씹어 먹어야 하는 탄수화물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혈당치를 끌어 올린다. 혈당 스파이크 유발인자들이다. 이로 인해 높아진 혈당치는 세로토닌과 도파민같은 뇌내물질을 분비하여 사람을 기분좋게 깨어있게 한다. 이렇게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지점을 '지복점(bliss point)'이라고 한다. 그리고 식품회사들의 철저한 계산에 의해 이 지복점이 만들어져서 사람들은 알아차릴 틈도 없이 '탄수화물 중독'에 빠져버리게 된다.  

 

혈당치가 오르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가 되어 혈당치를 낮춘다. 그래야만 당뇨병에 걸리지 않게 되는데 혈당치에 따라 분비되는 인슐린의 양은 원래 평행을 이루어야 한단다. 그러나 액체 상태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갑자기 혈당스파이크가 일어나 버리고 제때 분비되어야 할 인슐린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불균형이 초래되는 것이다. 

 

캔커피 같은 음식을 계속 섭취하면 췌장이 약해져 좀처럼 인슐린이 나오지 않게 되고 그러는 동안 혈당치는 쭉쭉 올라간다. 그렇게 치솟은 혈당치에 반응하여 다량의 인슐린이 뒤늦게 나오는 바람에 이번에는 혈당치가 지나치게 떨어지고 만다. (중략) 이런 증상을 '반응성 저혈당'이라 부른다. 반응성 저혈당의 증상은 만성적인 피로감을 비롯해 졸음, 불안, 두근거림, 의욕부진, 어지럼증, 욕지기, 두통, 초조감, 눈의 따끔함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같이 금세 주저앉거나 느닷없이 화를 내는 현대인의 모습에 비춰보면 납득할 만한 증상들이다. 39쪽

 

저자는 인간과 모든 동물들은 세상의 최초 출현 시점부터 이미 완벽한 몸의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공복감을 느끼는 뇌와 소화, 흡수, 대사가 이루어지는 구조 등은 처음부터 완성형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는 것이다. 즉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사냥하고 채집하며 먹었던 음식들은 인류의 타고난 DNA에 적합한 것이었다는 뜻이다. 신석기인들이 설탕 들어간 청량음료나 인공조미료가 들어간 인스턴트류의 음식을 먹지 않고도 살았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그들은 안먹고도 잘 살았는데, 굳이 먹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음식을 먹어서 건강을 스스로 망치는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아야 한다.  

 

또 나이가 들수록 몸무게가 줄지 않는 이유는 기초대사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도 사용되는 에너지다. 이 기초대사가 떨어지면 더욱 더 탄수화물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므로 식사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식사의 순서는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로 이어지는 게 좋다. 채소와 단백질로 배를 채워야 탄수화물 양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식사의 주된 이유라고 생각했던 공복을 채워주는 밥의 양도 줄여야 하는 마당에 믹스 커피를 마셔야 할 타당한 명분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 4-5잔의 믹스커피와 한잔의 밀크티를 심심풀이용으로, 내게 주는 작은 선물로, 손떨림 방지용으로 먹었는데.... 밥은 안먹어도 믹스커피는 상시 복용했는데... 그렇게 아끼고 소중히 여겼던 믹스커피가 내 뒷통수를 이렇게 세게 때릴 줄 몰랐다.

 

지난주 금요일 이 책을 읽으면서부터 믹스커피를 끊어서 오늘까지 5일차에 접어들었다. 400개들이 믹스커피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마셔댔던 나는 몇주 전에 그 양을 조금 줄여 보고자 소박하고 앙증맞게도 100개 들이로 바꿔 놓았었다. 주방 씽크대 나만의 공간에 몇 개 먹지도 않은 믹스커피 박스가 그대로 들어있다. 차마 내다버리지는 못했다. 

 

몰라서 실행을 못했던 것은 내 무지의 소산이나, 알면서도 실행을 못하면 그건 의지 박약일 것이다. 나는 최소한 그렇게 의지없는 사람으로 생을 마치고 싶지 않고, 일단 내 몸에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만성 두통과 근육통을 해결하고 싶다. 그 첫 발걸음이 믹스커피 상시 복용 금지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밀크티와 과자들아... 안녕... 나 이제 너희들이랑 절대 친해지지 않으련다. 좀 건강해지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볼수 있으려나.....  세상에는 내 맘대로 쉽게 되는 일이란 것이 아예 없는 듯 하다.  

 

손쉬운 건강법을 찾다가 손쉽게 건강을 해치고 마는 모든 직장인이여, 부디 명심하기 바란다. 진짜배기 건강이 그렇게 손쉽게 내 것이 될까? 어떤 일도 그처럼 간단히 해치우기는 어렵다. 인생과 일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 가장 중요한 건강은 식사를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만이 손에 넣을 수 있다. 건강 격차를 극복하는 데 식사는 '최강의 교양'이다. 이 책으로 올바른 지식을 익혀 부디 생명을 지키는 무기로 삼기 바란다.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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