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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시간관리 프로젝트 30일

책임지는 삶에 대한 생각

 

 

 

1~56p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 온라인 독서모임의 마지막 책이다.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의 기억에 머무르면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될 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 고전의 반열에 오른다. 정신과 의사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심리와 영적 성장에 대한 새로운 심리학을 써 내려간 스캇 펙의 책들은 사람들이 현실의 문제에 맞닥뜨릴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곁에 두고 읽다 보면 편안해지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경계하며 돌아보게 만드는 책. 꼼꼼히 읽어보기로 마음먹고 다시 펼쳤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부터 '삶은 고해'. 고통의 바다라고 이야기한다. '삶은 고통'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수용하면, 더 이상 삶이 고통스럽지 않지만, 그런 진리를 모른채  '삶은 쉬운 것'이라 여겨 버리면 살아가는 내내 자신의 문제를 외면하게 된다고 말한다. 책임 회피인 것이다.  

 

어떤 경우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야 하며, 그때 생겨나는 고통을 회피한다는 것은 문제에 직면함으로써 성취할 수 있는 정신적 성장을 거부하는 것이 되고 만다. 22

 

'삶이란 문제의 연속'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내게 다가오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내는 중간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해결 못한 문제는 늘 사라지지 않고 숨어있다가 언제든 고개를 내민다. 잊힐만하면 다시 나타나 삶을 옥죈다. 그래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덮어놓은 채 앞으로의 전진이란 있을 수 없다. 끝을 보고 넘어가야 하는 것들이 있는 거다. 반드시 내가 내 손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삶이란 그렇다. 

 

저자는, 책임지는 것에 병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는 삶의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상반된 경우가 있다고 한다. 노이로제와 성격장애이다. 노이로제(신경증)인 사람들은 삶의 문제를 너무 책임지려하고 성격 장애인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그들은 책임감에 대한 생각 자체가 판이하다. 

 

노이로제인 사람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와 갈등의 양상들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내지는 자신의 잘못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잘못하지 않아도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발생한 모든 문제가 우리의 탓일 수는 없다. 심각한 착각이다.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세상 모든 일은 내 탓'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내가 마땅히 했어야 했는데, 내가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꼭 해야 했는데....' 라며 자신을 원망하는 태도는 자신을 수준 미달의 열등한 존재로 보기 때문에 나타난다.

우리는 우리가 우울할 때 자조섞인 목소리로 쉽게 내뱉는 것처럼 '형편없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나는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 믿어주며 산다. 내가 '별로'라는 생각을 하며 사는 삶은 싫다. 맥빠지고 기분 나쁘다. 

 

이에 반해 성격장애인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은 없고 모든 게 세상이 문제라는 시각으로 살아간다. '나는 어떨 수 없었어. 나는 할 수 없어. 나는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거야....'라는 식의 말투를 지닌 성격 장애인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선택권이 없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자기가 하는 행동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외부의 힘에 의한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이렇게 삶의 문제를 대하는 상반된 태도를 지닌 노이로제와 성격장애. 이중 노이로제를 겪는 쪽의 예후가 더 좋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며  동시에 책임도 지려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더 심각한 것은 문제에 대한 부족한 인식과 부정, 그리고 회피이다. 피한다고 사라져 버릴 문제라면, 처음부터 그건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진짜 '문제'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직면하고 해결하지 않은 문제는 계속 남아서 우리들의 정신적인 성장에 제동을 걸게 된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이 두가지 양상이 혼재된 '성격 신경증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삶의 어떤 부분에서는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 책임을 걸머지고, 삶의 또 다른 부분에서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문제를 방치해 버린다.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 수준의 상태는 아닐지라도 사람들은 일정 부분 이런 반대되는 모습들을 보인다. 저자는 우리에게 '무엇이 우리 책임 밖의 것인가를 분간하는 문제'가 인간 실존의 가장 큰 문제이고 그것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으므로 살아가는 내내 자신을 반성하고 돌이켜보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가 세상을 직시하고 또 그 세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현실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은 많은 경험과 오랫동안의 성공적인 성숙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렇게 해서 우리 자신과 세상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54

 

책임을 진다는 것은 나에게 일어난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해결도 내가 하겠다는 뜻이다. 다른 누가 대신해주는 것은 '내가 책임져야 할 나의 문제'가 아닌 거다.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인 것이고, 그 사람의 삶인 것이다. 그 사람과 내가 다른데, 어떻게 그가 나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가. 내 손으로 해결한 문제들만이 원래부터 '나의 문제'였던 것이다.

 

신경증 환자처럼 불필요한 죄책감에 시달리지도 않고, 성격장애 환자처럼 모든 문제를 남탓으로 돌리지도 않은 채.... 오로지 내 앞에 펼쳐진 '나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어 끝끝내 해결해 내는 것. 그게 책임진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결국 삶의 승패는 내 인생에 제기된 문제들을 얼마나 해결했느냐에 달려있고, 그 과정에서 없던 용기도 지혜도 자신감도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정신적인 성장은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중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내 딸의 말이 맞나 보다. '시련이라는 포장지에 싸여서 온 선물'. 삶은 '고통의 바다'다. 알고 뛰어들면 덜 차갑고 덜 괴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