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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시간관리 프로젝트 30일

저자 강연 - 인생 매뉴얼의 필요성

저자 강연을 듣기 위해 강연장에 도착해서 평소처럼 커피 한잔을 마시려는데 누가 내게 인사를 한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순간 알았다. '강연을 할 조성민 대표구나.'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 자세가 맞춤옷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몸에 스며든, 몸의 일부와도 같은 매너였다. 그는 처음부터 남달랐고 끝까지 특별했다. 

 

나는 장사도 모르고 가게를 운영할 생각도 없다.

그저 두달 간 매주 참석하고 있는 독서모임, 송도나비에서 진행하는 저자특강이라기에 처음 참여해 보았다. 강의는 재미있었고 알찼고 나를 돌아보게 했다. '지금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계속 질문하게 만들었다.

 

나는 보통 중년 여인의 특성상, 긴가민가하다가 '이거다!' 싶으면 빠져드는 특성이 있긴 하다. 그게 좀 강하게 발산될 때가 있다. 안하고 늘어질 때는 하염없이 쳐져있지만, '이건 반드시 해낸다' 라는 결심을 하면 정말 끝장을 보는 면이 있다.....

아니, 있었다..... 옛날에는 그랬다.

 

사실 근 몇 년 많이 지친 상태였는데.... 다시 기운을 내보려 1일 1포스팅을 목표로 달려 이제 90일을 넘었나 보다. 100일이 되면 블로그를 접을지, 계속 이어서 할지, 또 다른 결정을 내릴지 아직은 모른다.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일주일에 3-4권의 책을 읽고, 매일 필사와 단상, 질문과 아이디어를 적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그러다가 오프라인,온라인 독서모임을 하고, 뜬금없는 새벽기상을 시작하며 주름살과 흰머리 갯수를 급격하게 늘리고 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체력이 부치는 날에는 '지금 도대체 뭣 하는 짓인가?' 하는 심각한 현실 자각 타임(현타)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일련의 새로운 경험들이 주는 재미와 신선함의 맛을 알아버렸기에 외면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재미에서만 멈추는 것. 그게 다는 아니다.  

 

나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추레해지고 낡아지고 성겨지는 '나의 몸과 정신의 나사'를 단단히 조여 매고 싶은 거다. 더 이상 내 자신을 하염없이 풀어지고 흐트러지게 놔두고 싶지 않다. 나이 먹어도 한결같이 반듯하고 단정하고 예의바르고 싶다. 타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그런 내 마음에 '작은 가게 성공 매뉴얼'의 저자가  세 가지 매뉴얼을 던져주며 깨달음을 준다.

가게에만 매뉴얼이 필요하겠는가?  인생에도 매뉴얼은 필요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게 운영 매뉴얼을 벤치마킹해서 '내 인생의 세가지 매뉴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역량을 강화시키는 '자기 경영 매뉴얼', 나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드는 '문화 매뉴얼', 새로운 수입을 만드는 '퍼스널브랜딩 매뉴얼.' 

잠자고 있던 내 안의 자기 성장 욕구 본능이 꿈틀댄다.(여태 뭐하고 이제 와서?????)  

 

나는 '나'를 위해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선결해야 할 나만의 과제는 무엇일까? 나의 성장을 위한 단계적 플랜을 세워봤는가? 그 모든 것들을 수행해낼 만큼의 체력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체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인가를 할 마음은 있는가??? 고민해 본다. 

 

너무 좋은 환경(비료가 풍부한 땅)은 오히려 나무의 성장과 열매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이는 커피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커피 열매가 나오기 위해서는 척박한 땅이 필요합니다. 땅이 척박하면 커피나무는 성장을 멈추고 열매에 집중하기 때문이죠.   198쪽

 

결핍이 있어야 '현재의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으면서도 해야 할 일을 끊임없이 찾아 나서고, 새로운 목표를 궁리한다는 것.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부족해 봐야, 어려움을 겪어봐야 그것을 극복해 낼 이유도, 필요도, 명분도 생기는 법이다. 그렇다면 나의 환경은 최적의 조건이다. 나는 현재 '내 안의 결핍'이 너무 많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주춤주춤 뒷걸음질만 친다....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는 어디까지 '옵션'이지 본질이 될 수 없습니다. 음식점은 메인 음식이 맛있어야 하고, 카페는 역시 커피가 맛있어야 합니다. 콘셉트도 좋고, 문화도 좋지만 본질이 흐려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전문성 위에 콘셉트와 문화를 얹는 것은 좋지만, 전문성도 없는데 어정쩡하게 콘셉트와 문화를 얹는 것은 기초 공사 없이 건물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63쪽 

 

저자의 가게는 세가지의 성공 매뉴얼을 바탕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 

커피의 맛을 한결같이 유지해야 한다는 본질을 지키며 가게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경영 매뉴얼'을 작성하여 대표가 가게를 비우는 시간에도 영업에 무리가 없도록 만든다.

작은 가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카페에서 토요일 오전 7시, 일요일 오전 8시 두시간 동안 독서모임을 진행하여 그들만의 독자적 색깔을 구축한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독서모임이라는 '문화 매뉴얼'로 카페 허밍은 지역 명소로 거듭난다.

또한 대표 자신이 스스로를 끊임없이 성장시켜 책 두권을 출간하고 전국구 강사로 활동하며 '퍼스널 브랜딩 매뉴얼'을 새롭게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 카페 허밍의 진짜 이야기는 사실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다. 

 

손님의 약봉지가 보이면 종이컵에 물을 가져다 주고, 더운 날은 고객 요청 전에 얼음물을 주며, 손님이 잘못 주문했을 시에도 몇 번에 거쳐 새음료를 서비스하고, 손님 여러 명이 한잔 음료를 시켜도 똑같은 크기의 빈 컵을 인원수대로 가져다 내놓는 마인드를 가진 작은 가게. 이것이 어찌 작은 가게일까? 이미 차고 넘치도록 큰 가게이다. 그들의 서비스는 세심한 배려다. 따뜻한 눈길이다. 무엇보다 이런 마인드가 지속적이라는 것이 강점중의 강점이다. 

 

 

책 속 이야기를 읽을수록 나의 어린 날이 자꾸만 떠올랐다. 

어릴 때 나는 길 거리에서 내 발 밑에 채인 과자봉지, 종이조각, 돌맹이들을 집에 들고 가곤 했다. 그때마다 엄마가 뭐라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내 발에 닿았던 순간 그것들은 쓰레기나 쓸모없는 무엇이 아니었다. 내 발 끝을 통해 그 물건들은 내 머릿속의 '의미'로 점화되어 버렸던 거다. 그 의미를 팽개칠 수 없었던 어리고 나약했던 마음이 내 유년과 사춘기 시절의 나를 내내 지배했다.

 

그 오래된 마음을, 나이 든 지금 가끔씩 떠올려 본다. 그때 나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그냥 보았던 게 아니다. 보이는 현상 뒷쪽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행동했던 것이다. 순수했던 시절이었다. 나만큼 남들도 생각하고 배려했었다. 지나쳐서 무수한 상처로 돌아오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그런 작고 여린 것들에 대한 나의 시선과 생각의 겹칩. 숱한 쌓임의 연속임을 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세세한 것, 약한 것, 작고 여린 것에 시선을 둘 줄 아는 사람을 잘 알아보는 편이다.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사람, 한 명 더 찾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