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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시간관리 프로젝트 30일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4

188~277P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네번째 시간. 

 

하루키는 마라톤42킬로, 울트라 마라톤 100킬로도 모자라, 이제 트라이애슬론을 준비한다. 수영 1.5킬로, 싸이클 40킬로, 달리기 10킬로를 한 사람이 다 해내는 경기가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이다. 트라이애슬론에 여러번 출전했던 그는 2000년부터 4년간 공백 기간을 갖게 되는데, 그 이유는 2000년의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수영을 갑자기 못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트라이애슬론의 수영 종목 경우엔 출발선에서부터 최단 코스를 차지하려는 경쟁으로 인해 옆 사람의 몸을 발이나 팔꿈치로 걷어차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하루키도 몇 번이나 채였던 경험이 있어서 수영 기권은 그로 인한 공포인가 하고 생각했다. 

 

어릴적 바닷가 근처에서 자랐다는 하루키는 수영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도중 패닉 상태에 빠져버린다. 호흡도 할 수 없고, 공포감에 휩싸이며 손발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기권 뿐이었다.

 

그런데 그 사실이 너무나 분해서 기권후 다시 바다로 들어가서 똑같은 코스를 헤엄쳐본다. 다른 모든 선수들이 수영을 끝마치고 사이클을 타기 위해 다 사라지고 없는 그 바다에서 홀로 재도전하고 결국 해낸다. 하루키의 집요하리만치 끈질긴 근성과 집중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루키는 이때의 충격으로 4년간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출전을 안하게 된다. 그 사이 그가 한 선택은 수영레슨을 받으며 영법을 바꾸는 것이었다.  2년간은 새로운 코치를 찾느라 허비하고 나머지 2년은 새로운 코치를 만나서 연습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문제점이 '과호흡'탓이었다는 것을 밝혀낸다. 원인 규명후 부족한 점들을 개선하고 4년만에 출전한 대회에서 하루키는 무사히 레이스를 완주해 낸다.

 

https://pixabay.com

 

사이클은 또 어떤가.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갔다하는 개념이 아니다. 경기용 사이클을 탈때는 바람의 저항을 피하기 위해 몸을 최대한 앞으로 기울여야 한다. 그때 고개까지 숙이면 안된다. 전면 주시가 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은 숙이고 고개는 들어야 한다. 잠은 자되 눈은 감지 말라고 하는 말과 엇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한 극한의 고통을 맛볼 수 있는 자세를 몇 시간이고 유지해야 하는 것이 사이클 경주다.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다.'는 하루키의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내가 하고 있는 가성비 떨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진정한 가치로 재발견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믿으며.....

 

이 책을 읽다보면 수영도 사이클도 달리기 못지 않게... 전부 다 인생을 닮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어쩜 저리도 닮았나 싶다. 

이리저리 채이고 가격당하는 세월을 버텨내야 한다.  인생의 날선 시련앞에 몸을 숙이면서도 시선만큼은 거두면 안된다. 시선까지 떨구어앞을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면 어떤 자신감으로 자신의 인생을 감당해 낼 수 있단 말인가.

 

무릎 꿇을지언정 고개만큼은 들고 우리는 모두 우리의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누군가는 걷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달리고, 헤엄치며.... 그렇게 생의 길을, 생의 바다를 건너며 살아간다. 위태위태해 보여도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무엇인가를 해내며 날마다 산다. 끝내 살아 낸다.  

 

하루키처럼 극한의 한계까지 우리 스스로를 밀어부치지 못한다고 의기소침할 것도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자체가 때론 우리에게 '극한의 조건'을 내밀어주기에... 그걸 극복해내면서 우리 스스로는 알게 모르게 한단계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리는 모두 살아낸 세월 만큼 강해져 가고 있다고. 모두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하여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하루키도 우리도 예외없이 그렇다.

 

 

나는 올겨울 세계의 어딘가에서 또 한 번 마라톤 플코스 레이스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 여름에는 또 어딘가에서 트라이애슬론 레이스에 도전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계절이 순환하고 해가 바뀌어간다. 나는 또 한 살을 먹고 아마도 또 하나의 소설을 써가게 될 것이다. 어쨌든 눈앞에 있는 과제를 붙잡고 힘을 다해서 그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간다. 한 발 한 발 보폭에 의식을 집중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동시에 되도록 긴 범위로 만사를 생각하고, 되도록 멀리 풍경을 보자고 마음에 새겨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장거리 러너인 것이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 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258쪽

 

 

https://pixabay.com

 

내가 선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돌아보게 만들어준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언젠가, 무엇인가를 다시 할 수 있게 된다면.... 하루키의 순례와도 같은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를 꼼꼼히 읽은 덕분일 것이다.  

 

인생을 두고두고 곱씹게 해준 하루키 선생님.... 감사합니다. 잊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