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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시간관리 프로젝트 30일

1분 안에 승부내기

사이토 다카시의 '1분 감각'은 1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대학교의 문학교수인 저자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시간으로 '1분'을 제시한다. 사람들에게 1분 안에 전달할 수 있는 핵심 내용만을 밀도있게 담아내는 훈련을 하라고 조언한다. 1분 감각을 길러서 1분 프레젠테이션, 1분 커뮤니케이션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시간이란 본디 누구에게나 되돌릴 수 없는 자원이다. 여러 사람이 장소를 공유한다는 것은 서로 귀중한 자원인 시간을 내서 공유한다는 의미도 된다. 그런 면에서 뒤집어 생각하면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그 공유 자원을 혼자 가지고 달아나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만일 그것이 돈이라면 누구라도 불평하지 않겠는가? 18쪽

 

'모두의 시간을 혼자 소유하지 말라'는 저자의 말을 새겨 듣게 된다. 어느 장소에 가서 누구를 만나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주목받기를 원한다. 그런 욕심에 사로잡히다 보면 다른 사람들을 들러리로 세워버리는 행동도 본의아니게 하고 만다. 나이들면서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이유는 자신들의 경험의 양이 젊은이들의 것보다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랜 세월 살았기에 당연한 면도 있지만, 많이 안다고 해서 많이 말하고 많이 아는 척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일본 사람답게 타인에게 피해주기 싫어하는 일본인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데 스톱워치가 일례다. 1분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의 모든 강의나 강연은 무조건 스톱워치와 함께 시작된다고 한다. 스톱워치를 사용하면 시간이 점점 단축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개인의 시간 인식에 도움을 주고 무엇인가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갖게 해주기도 한다. 스톱워치에 익숙해지면 시간에 예민해져서 일상생활에서 낭비되거나 불합리하게 진행되는 일들도 바로 잡을 수 있게 된다.  

 

시간에 쫓기는 수험생들이 스톱 워치에 하루 종일 공부한 시간을 기록하여 공스타그램(공부인증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스톱워치는 그들만의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오프라인 독서모임에서 모둠 발표시간에 모래시계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약간 놀라기도 했다. 평생 그런 경험이 없었던 듯 하다.

 

모래시간의 모래가 다 떨어지는 시간 3분, 뒤집어 다시 사용 3분. 합인 6분 안에 책에 대한 자신들만의 견해를 말해야 하는 거다. 적응되기까지 몇 번의 모임이 지나야 했고, 사실 지금도 그 시간 안에 얘기가 끝나지 않을 때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말 많았던 나를 자책하게 된다. 그리고 '1분 감각'을 몸에 새겨 말을 확실히 더 줄여 나가야겠다.(이러다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오지 않을까??) 

 

1분 동안 핵심을 전달하려면 일단 이야기를 자기 안에서 완벽하게 구조화하고 범위를 축소해두어야 한다. 또한 이야기가 어디에서 끊겨도 상관없도록 중요한 것부터 차례차례 전달해야 한다. (중략) 요약하기란 구조화한 것을 재배열하여 논리 구조를 알 수 있게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76쪽

 

저자는 제대로 요약해서 말하는 것만큼 질문하기도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질문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 평상시 항상 메모를 해야 하고, 메모를 할 때도 늘 자신의 감상과 질문을 함께 기재할 것을 권한다. 이야기의 내용이 메모의 3분의 2, 자신의 감상과 질문이 3분의 1정도인 비율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옮겨 적기에만 급급하다보니 내 생각을 할 틈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는 이야기를 들을 때 더 집중하여 내용을 요약 기재하면서 의문점과 나의 감상을 필수적으로 적어보려 시도해 봐야겠다. 

 

저자는 '1분 감각의 중요성'에서 그치지 않고 '10초 질문'을 꺼내든다. 질문을 10초 안에 해결하라는 것이다. 점입가경이다. 그런데 이렇게 짧고 간단히 핵심을 찌르는 연습을 평상시에 해두면 대규모 강의나 강연시에 질문을 하면서 늘어지거나 헤매어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10초 안에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 소개는 될 수 있는대로 간단히, 질문의 내용도 간결하게 정리할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데 자꾸만 숨이 가빠진다.

 

내 눈길을 끌은 부분은 '주의 메모'이다. 질책이나 감정적인 설교를 할 경우에도 말로 긴 시간 하는 것은 효과가 전혀 없기에  저자는 직접 손으로 쓴 메모를 전달하라고 권한다. 특히나 자녀들을 야단칠 일이 있을 때는 '주의 메모'를 적어 아이에게 세번 따라 읽게 하고, 메모를 책상에 붙여 놓게 하는 것으로 '1분' 안에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메모를 주어서 붙여놓고 그 문제가 해결되면 메모를 제거하는 식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적으면서 사실 관계만을 확인하고 감정이나 비난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데... 이게 참 쉽지 않은 방법이다. 이걸 어떻게 할 수 있겠어???? 하는 내게 저자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날려준다. 

 

이 책은 기술서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고 기술이 몸에 익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도 스톱워치를 사지 않는 것보다 맺는 말만 읽고도 스톱워치를 사서 기술을 습득하는 편이 의미가 있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할 만큼 나는 1분으로 압축해서 이야기하는 기술에 대해 집념을 갖고 있다. 모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거기에서 생겨나는 여유를 목표로 내가 제시한 기술을 익히기를 바란다. 214쪽

 

책을 읽고 내게 주어진 시간 중 1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본다. 저자가 말하는 '1분 감각'키우기는 결국 내 시간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시간도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다. 하루 중 의미없이 흘려보내는 수많은 1분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흘려보낸 1분이 나를 제대로 표현하고, 타인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필요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하루 중 몇 번씩, 나의 긴 시간안에서 1분을 덜어내어 표현하고, 요약하고, 대화하는 방법들을 연습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몰입하게 할테니까. 미라클 모닝을 하고도 시간을 의미없이 흘려보낸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을 자는 게 나을 수도 있다. 1분의 위대함, 연습을 통해 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