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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시간관리 프로젝트 30일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5

<독서 시간관리 프로젝트 5일차> 

203~299P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마지막 시간.  원래 온라인 독서모임에서는 50페이지를 읽고 시간이 남으면 한 번 더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해서 두 번씩 읽었는데도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계속 읽다 보니 2일차에 다 읽게 되었다.

하는 수 없이 기존의 내 독서 스타일에 새로운 방식을 잘 혼용하는 법을 찾아 보려 한다. 한편으로는 조금 속도를 내며, 다른 한편으로는 꼼꼼히 하는 독서를 시도해 볼 생각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하고 싶은 일은 미루지 말고 오늘 당장 하자는 내용의 이야기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저자는 육아의 달인처럼 아이들의 마음도 섬세하게 들여다 볼 줄 안다. 하긴 자전거 여행하다가 만난 69세 외국인 할아버지 토마 벨칙과도 길에서 이야기 나누다가 닭갈비를 슬쩍 권유해 볼 정도이니 그의 공감 능력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할아버지가 노숙을 하고 편의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는 이야기가 예사로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외국인 입맛 고려해서 숯불 양념 닭갈비로 주문해 준다.(이 부분 읽다가 조금 당황스러웠다. 스스로가 굉장히 짠돌이라고 말해 왔는데...이러면 자신이 주장해 온 정체성에 위배되는 행동 아님????)  

 

부모도 마찬가지예요. 미래를 볼모로 불행을 예단하면 아이들은 언어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공부 열심히 안하면 불행해질 것이다.' '결혼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 ' 자식을 낳지 않으면 늙어서 외로울 것이다.'등 이런 말은 한 번만 들어도 충격이 큰데 부모에게 이런 말을 반복적으로 듣고 자라면 어떻게 될까요? 부모 말대로 하거나, 아니면 그런 부모와 멀어지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어느 쪽도 아이가 바랐던 삶은 아니죠. 

 

어려서 아버지를 보고 결심했어요. 아버지처럼도, 아버지의 말대로도 되지 않겠다고요. 인생이 얼마나 즐거운지 보여주는 어른이 되자. 저는 독서를 즐기고, 여행을 즐기고, 외국어 공부를 즐깁니다. 제가 즐기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따라 하면 다행이고요. 안 따라 해도 저는 제 삶을 즐겼으니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206~207쪽 

 

하지만 제 아이를 볼 때마다 부모의 욕심대로 사는 것보다 자기 뜻대로 사는 게 아이에게 더 행복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부모님을 위해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사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 진짜 효도라고 믿습니다. 230쪽

 

'익애'()라는 말이 있다.  사랑에 지나치게 흠뻑 빠지는 것을 말한다. 부모의 과한 사랑으로 인해 자녀가 익사하듯 허우적대며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함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단어다. 너무나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의 사랑이 독이 되어 자녀를 해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들의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고 불안해 한다. 그런 불안 심리는 자녀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물론 사교육 조장등의 외부적 요소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내 아이만큼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나은 위치를 선점한 채 평생 호의호식하며 살아가기를 욕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균 수명 120세를 논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이 마당에, 평생 동안 어떠한 실패나 시련없이 늘 승승장구하는 아이의 인생을 바란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생각해 보게 된다. 

 

자녀에게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시련을 부모가 항시 대기하며 온몸으로 막아줄 수는 없다. 유태인들의 좌절교육처럼 좌절을 제대로 인식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좌절은 실패가 아니며, 좌절을 겪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꼭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교육. 이런 교육을 받고 자라 제 몫의 좌절을 감당해 내는 유태인의 아이들과 '시련'처럼 보이는 모든 일들을 부모가 알아서 차단해주는 교육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그 모든 사실을 깨닫고 실천한다. 반듯하게 삶을 즐기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아이가 따라 하면 다행이지만, 안 따라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 그런 부모가 흔하지 않은 세상이지만, 대다수의 부모들 역시 결국엔 자녀들을 그렇게 키워야만 자립시킬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실천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세상의 모든 사랑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만, 헤어짐을 목적으로 한 유일한 사랑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라고 한다.

'익애'에서 벗어나 시기적절한 때에 '자식의 자립'을 위해 잘 헤어져 줄 수도 있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 (설사 부모는 그 일이 너무나 싫을지라도)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부모를 미워하고 원망할 자식이 세상 어디에 있겠나. 책을 읽으며 내내 부모로서의 내 모습, 나의 교육관을 돌아보게 된다. 

 

 

 

부처님 말씀에 "제 1의 화살은 맞아도 제 2의 화살은 맞지 말라'라는 게 있습니다. (중략) 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처음 간 곳이라 길을 헤맬 수도 있고, 현지 사정을 몰라 바가지를 쓰거나 사기를 당하기도 해요. 기분 나쁜 일을 겪었다고 여행 전체를 망칠 필요는 없어요. 훌훌 털고 잊어버려야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제 1의 화살은 누구나 맞을 수 있지만, 제 2의 화살은 피해야 해요. 287

 

불운과 불행은 엄연히 다르다. 불운은 '운이 좋지 않은 것'이고 불행은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운이 좋지 않을 때도 행복할 수 있다. 그럴 때일 수록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이 불운할 때 더 불행해지고 만다. 제1, 제2, 제3... 모든 화살을 다 맞아 버린다.

불운이 닥쳤을 때, 그 사실만으로도 버거운데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감정을 극단으로까지 몰고 간다. 그래서는 안된다.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서 죄다 깨어내 버리면, 불운이 지나가고 행운이 다시 고개 내밀 때 예민하게 알아채지 못한다. 내 자아가 온전하지 못한데 '새로운 운'이 온 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러니 나는 '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한다. 불운의 끝자락에 매달린 행운. 그것 역시 얼마든지 내 몫이 되게 하려면. 내가 '나'를 보호하는 파수꾼이어야 한다. 

 

 

김민식 작가는 지금도 여전히 '나만의 무언가'를 찾으며 '존재의 이유'를 부지런히 밝혀 나간다. 50세가 살짝 (훌쩍인가????) 넘었음에도 자전거 전국 일주를 한다. 그것도 아주 특이한 방법으로...자전거 타고 지방에 갔다가 자전거 내팽개치고 서울 집으로 돌아와 취침하고, 다시 전철타고 지방가서 자전거를 되찾아 달린다.

자전거도 잘 못 타는 나는 이런 방법이 있는 줄 난생 처음 알았다. 그리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방법이란, 누가 정해 놓은 걸 따라가는 게 아니구나. 필요하면 언제든 내가 나에게 맞게 새로운 걸 만들어 내면 되는 거구나....다시금 깨닫는다. 

 

여행에 관해 궁금하면 이 책을 봐도 된다. 여행 꿀팁이 궁금할 때도 이 책을 봐도 건질 게 많다. 새로운 습관, 자기계발에 목마른 사람도 보면 자극받을 거다. 그런데....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 또는 잘 살다가 갑자기 덜컥 길 잃은 사람, 또는 '따뜻한 사람'이 그리운 사람은.... 반드시 보면 좋겠다.

단순 여행책인 줄 알고 펼쳤다가 여행 방법보다도 삶을, 삶의 자세를 배우게 될 것이다. (나는, 이기주 작가 엄마도 이모도 고모도 아니라고 밝힌 것처럼.... 김민식 작가의 엄마도 이모도 고모도 아니다. 그러니 작가의 책 판매고가 오르고 안 오르고는 나랑 하등의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가슴이 따뜻한 작가의 책을 안사고 남는 돈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지... 그 사실이 무척 궁금하기는 하다.)

 

인생이든 여행이든 오는대로 다 받아들이겠다는 자세의 작가는 끝으로 이렇게 말한다. 

잘못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줍니다. '이 기차가 아닌가봐!'하며 당황하거나 분노하는 대신 기왕에 탄 열차, 여행을 즐기는 거예요.

그냥 아침에 일어나 그날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열심히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계속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고,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언젠가 직업이 될 수도 있어요. 안 되면 또 어때요? 좋아하는 일을 실컷 했으니 그것으로 된 거죠. 인생은 대충대충 삽니다. 대신 하루하루는 열심히 알차게 살아요. 298~299쪽

 

'너는 그렇게 인생이 만만하니?' 사람들이 자꾸만 내게 시비조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 속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너, 대충 살다가 큰 코 다친다.' '너, 애 그렇게 막 키우는 거 아니다.' '너, 노후 준비 그 따위로 할래?' '너,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거 없구나.'....

나도 다 안다. 근데 말야, 만만하지 않은 인생 그럼 죽도록 슬프게 살까? 그렇게 살면 만만해지고 꽤나 풍족해지고 만족스러워지는 거, 맞아?

나는 지금, 나의 딸아이와 남편과 잘못된 기차를 타고 마냥 달리는 중이다. 끝은 나도 모르겠다. 그저 지금은 오로지 차창 밖의 풍경만을 감상하고 있다. 삶은 계란 까먹으며 사이다 마셔 가며. 우리는 지금 딱 그것만 한다. '삶은 하루하루가 다 선물'이라는 생각만 하며.....

 

 

 

 

사족....

 

나, 첫날부터 온라인 독서모임 코치님께 댓글로 칭찬 받아봤다. 내 맘대로 책에다가 막 줄 긋고, 아무 말이나 막 써도 잘 했다고 하신다.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가도 여러 선배님들이 '나이보다 덜 늙어 보인다'고 칭찬을 해준다. 이상하다.... 칭찬받아 본 적이 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까마득하다.

한동안 비난과 조롱에 익숙해지고, 자조섞인 한탄이 내 남은 인생의 주된 레퍼토리일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근데 따뜻한 햇볕에 몸을 한 번 눕혀 봐서일까? 이제 천천히 냉기를 털어내고 양지로 나가고 싶어진다. 내 남은 인생에도 여전히 '온기 많은 일'들이 남았을 거라고 기대하고 싶어진다.

책 한 권 알뜰하게 꼭꼭 씹어먹고 났더니 기운이 난다. 읽고 글을 쓰는 동안 내 안의 쓰라린 상처를 보살피며 치유할 수 있었다. 닷새 동안 나를 많이 울리고, 많이 웃기고, 많이 감동 먹게 한 책.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잊지 않을게. 기억할게.  너,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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