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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시간관리 프로젝트 30일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3

104~152P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세번째 시간. 이 부분에서는 저자의 여행 꿀팁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숙소 찾을때, 지도상 크고 비싼 호텔 근처에 있는 작고 이름 없는 숙소를 잡는다고 한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고, 길을 잃었을 땐 택시운전사에게 비싼 호텔 사진을 보여주면 바로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택시에서 내려 비싼 호텔 근처 미리 잡아 놓은 작고 싼 숙소로 현명하게 총총총 들어가면 된다.

 

사실 이 책 한권이 여행에 관한 모든 것. 여행자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여행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를 펼쳐도 꿀팁을 전수받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중간중간 스며들듯 녹아있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깨닫게 하는 구절은 덤이다. 아니 덤이 아니라, 그게 주된 테마. 핵심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가 말하는 꿀팁들을 따라가 본다.

 

구글 지도상 가장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곳이 바로 시내(오호라),
갈림길이 나오면 무조건 직진(나는 늘 옆길로 새서 길 잃는 타입),
복잡한 갈림길에서는 휴대전화로 사진찍기(셀프사진만 찍다보면 길 읽기 딱 좋음),
외국에서 길 찾을 때는 그나라의 독립영웅이나 건국의 부친으로 불리는 거리 살피기(세종로, 충무로 떠올리면 이해 쉬움),

 

여행의 오감 깨우기(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까지 모두 일으켜 세우기. 여행가서도 한식만 찾지 말자. 현지식도 부지런히 먹어보기).
바가지 쓰지 않게 정신 차리기 (바가지를 인정하면 악순환의 고리 끊을 수 없어서 선량한 피해자 양산)
모든 숙소가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하기 (자신의 취향에 근거, 감내할 수 있는 단점을 찾아 싸고 제대로된 장소 고르기.)
호텔 레스토랑보다 길거리 음식이 더 깨끗할 수도 있다고 여기며 맛있게 먹기. (길거리음식은 주방?이 눈에 보여서 더 깨끗할 수 있다고 세뇌시키기)

 

현지인들이 많이 시키는 요리 따라 시키기 (그게 가장 맛있을 확률이 큼을 인식하기)
가장 많이 팔리는 요리 재료가 가장 신선함을 깨닫기 (그걸 모르고 이상한 거 시키면 30년간 방치된 냉동재료를 먹고 올 수도 있음).
요리사가 안 먹는 음식 먹지 말기(소고기 안 먹는 힌두교 요리사가 고기가 상했는지 무엇으로 가늠하겠는가? 발로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먹어 보던지.)
현지인들이 평생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음식은 여행자 본인도 참아보기 (힌두교도는 평생 소고기 먹지 않는데 여행 중 그런 자세 따라해 보기)

 

비행기 안에서 소식하기 (공짜라고 먹다가 소화불량, 배터져 여행 불편해짐)
기내 알코올 섭취 삼가하기(기압의 영향으로 평소 주량에도 더 빨리 취하고 숙취로 고생)
여행지 도착하면 우리 시각으로 밤이어도, 그 나라의 밤 시간까지 버티다가 자기(아무때나 자려고 여행 갔남??? 좀 참아보기)
숙면 도움되게 두통시 타이레놀, 두드러기 비염 증상시 항히스타민제 복용하기 (약은 약사에게 묻기, 공항 약국 비싸니 집근처에서 준비해 가기...내 생각임)

 

위의 꿀팁들로 여행을 다니는데도 불편하다, 더럽다, 재미따위는 못 느끼겠다는 사람은 아래의 문장을 곱씹고 나서 여행 갈 마음을 다시 한번 재정비 해보는 게 좋겠다. '나는 여행을 왜 가는가?' '돈 쓰고 물건 얻기 위해 가는 것인가?' '내 몸 써서 경험 얻기 위해 가는 것인가?'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답이 나온다. '질문의 수준이 그 사람의 수준'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한다. 묻고 또 물어라. 생각하고 답할 때까지. 나, 자신에게 하는 질타이다.

 

'나는 행복한가?'라고 묻기보다 '이건 재미있는가?'라고 물어요. 행복이란 관념은 너무나 크고 막연해요. 하지만 재미는 그 순간 판단할 수 있어요. 행복에 집착하면 그만큼 불행이 잘 보이더라고요. 대신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는가?'를 물었을 때 재미없다는 답이 나온다면, 재미있기 위해 뭘 해야할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150쪽

 

 

아래 사진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옛수도 다르에스살람의 쿤두치 워터파크. 특징이라면 캐리비안 베이급 규모에 점심포함 입장료가 15000원, 주차장에 차 한대도 없음. 사람도 없음. 그러니 워터파크 슬라이드도 딱 멈춰 있음. 그러나 반전이 있음. 고객이 손가락으로 마음에 드는 슬라이드를 찍으면 직원이 그곳의 스위치를 켜줌. 그냥 타면 됨. 이거 뭐임? 이 좋은데서 혼자 놀 수 있다는 핵꿀 정보임.

저자는 이 때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한다. '아랍의 왕자가 된 기분'.

삶을 바라보는 자세의 차이인가 보다. 나 같으면 그 넓은 곳에 손님 한명이 없다면 일단 의심스럽고 무서워서라도 못 들어갔을텐데 저자는 아랍 왕자 체험 기회를 솔개가 들쥐 낚아채듯 야무지게 포착. 거기서 신나게 논다.

기회가 왔다고 모든 이가 기회를 포착하는 게 아니라는 걸 여러모로 깨닫게 된다. 어떤 순간이든, 이것이 내 삶을 조금이라도 재미나게 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여기면 작가는 여지없이 몸을 던진다. 거기가 어디든, 내가 지금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진짜로.... <간다. 간다. 어디든 간다>  빈말이 아니다.  

나도, 마녀 주문에 홀린 듯 그의 자유로운 몸짓을 따라 책속으로 들어가 본다.

 

 

저자는 스무명의 직원을 휘하에 모아놓고 슬라이드 탔다, 춤췄다, 슬라이드 탔다, 춤췄다 한다. 그러다 심봤다. 자신의 직업의식을 발휘해서 드라마도 한 편을 찍은 것이다. 주인공은 본인. 실제로 동영상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한다. 

어쨌든 이때의 춤찍영상 경험이, 훗날 MBC 1인 시위 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에 올리고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어 그가 끝까지 'MBC파업 요정'으로 싸울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무엇이든 해 봐야 한다. 해본다고 세상 모든 것을 다 알지는 않겠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안 해보면 모른다는 것. 안 해보면 결코 알 수 없다는 것. 그건 진리다. 

 

 

위의 사진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본토에서 25킬로미터 떨어진 섬, 잔지바르 대문의 모습이다. 글 읽기 전에 사진 먼저 보고 대문 한번 희한하게 생겼다 싶었다. 휘청이다 몸이라도 기대면 어쩌라고 저렇게 만든거지???? 집 안에 못 들일 인간이라도 있나? 이건 그 인간 방지용인가?

읽다보니 내 느낌과 얼추 비슷하다. 대신 인간이 아닌 코끼리 방지용이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옛날 잔지바르의 왕이 인도를 여행했는데 인도 왕궁의 문에 이런 형태의 뿔이 잔뜩 달렸던 거다. 요리 냄새를 맡은 근처의 코끼리들이 머리로 문을 밀고 궁으로 들어오는데 신성한 코끼리 내쫓기가 귀찮은 궁궐 사람들의 고육지책이 바로 저 뿔인 거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난다. 잔지바르 왕은 인도에서 본 '대문의 뿔'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자신의 나라 잔지바르로 돌아와 궁궐 대문에 저 뿔 장식을 떡하니 붙인다. 그랬더니 귀족들이 따라하고 나중엔 백성들까지 다 따라한다. 그냥 대문에 뿔을 들입다 갖다 설치한다. 이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잔지바르에서는 코끼리 그림자도 볼 수 없는데...(뜨악, 핵반전) 그들 모두가 맹목적으로 '뿔'만을 쫓는다. 

이 부분을 읽는데 소름이 좀 돋았다. 질문하지 않는 삶, 의문을 갖지 않는 삶은 누가 훔쳐가도, 누가 상처내도 모른 채 그냥 흘러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한참 멈췄다. 생각하지 않고 산다면, 정처없는 내 발걸음이 오늘 나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 알 수가 없다. 조금 많이 무섭지 않은가? 나만 그런 거야??????

 

저는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저것이 나한테 꼭 필요한가?' 일테면 이런 질문인 거예요. '코끼리도 없는데 문에 뿔은 왜 달지?' 저는 돈 쓰는 걸 싫어합니다. 그건 곧, 돈을 벌기 위해 원치 않는 일을 억지로 하는 걸 싫어한다는 뜻이에요. 여행을 다닐 때도 꼭 필요한 소비만 하고요. 과시를 위한 사치재에는 돈을 쓰지 않습니다. 110쪽

삶의 욕망을 단순화하는 것도 기술입니다. 단순하게 살고 싶어도 일상에서는 쉽지 않지요. 특히 가족이 있을 때 그래요. 공동으로 소유한 물건이나 가구를 함부로 버릴 순 없으니까요. 단순한 삶을 연습하는 가장 좋은 기회가 바로 배낭여행입니다. 여행 다닐 때, 저는 짐을 극도로 가볍게 합니다. 여행에서 중요한 건 소유가 아니라 경험입니다. 사물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경험을 소비하는 삶이죠. (중략) 소유냐 존재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소유를 줄이고 존재를 살찌우는 편이 낫습니다. 111쪽

 

무엇인가를 원할 때 우리는 대부분 '소유'를 떠올린다.  '내가 원하는 그것'을 '나만의 것'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감수할 때가 있다. 그러나 '소유'는 사람의 욕망을 진정시키거나 잦아들게 하는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갖지 못한 다른 것을 더 원하게 만드는 촉매제일 수도 있다.

하나를 가지면 두개를 가지고 싶어진다. 아흔 아홉개 가진 자가 백 개를 채우기 위해, 한 개가 전부인 사람의 그 마지막, 한 개를 빼앗기도 한다. 그토록 몰염치한 민낯을 불쑥불쑥 내밀게 하는 것이 '맹목적 소유'의 모습이다. 

 

가져서 해결될 욕구이면, 원하는 것을 소유했을 때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끝까지 관리하고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과도한 소유욕은 '관리와 간직'에 방점을 찍지 않는다. 더 많은 것들을 끌어모아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유'로 행복해지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부유하다고 해도 본인이 가진 것보다 더 빠르고 거센 속도로 새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생산되므로. 어떻게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겠는가.

그때마다 갖지 못했기에 불행하다, 작정하며 살 수는 없다. '가져서도 행복할 수 없다면, 차라리 갖지 않고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훨씬 현명한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잔지바르의 뿔장식으로 '나의 삶을 단단하게 바로 세우는 법'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저자는 세렝게티 사파리에서의 느낀 점도 한 말씀 한다.

이번에는 치타다. 치타들은 부릉부릉 시끄러운 지프 그늘 밑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어져 쉰다. 그냥 일상이라는 듯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다가 가젤 새끼를 발견하면 포획 순간을 끈질기게 기다린다. 그리고 결국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순식간에 해치우며 그후 3일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음으로써 몸 상태를 가볍게 유지한다.

또 다른 사냥을 위한 생존법이라 부르고 말기에는.... 간헐적 단식을 3일마다 실천하는 치타!!!! 많이 멋지다. 그런 치타들을 보며 저자는 또 깨달음을 얻는다. 

 

문득 치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랜 기다림을 견디다 기회가 오면 벼락같이 치고 나가는 인생. 그러자면 기다리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고 기다리는 게 진짜 실력이에요. 몸을 가볍게 하고, 기회를 기다리는 그런 치타가 되고 싶어요. 124쪽

 

책은 이래서 귀하다. 작가들이 삶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깨달은 것을 고스란히 종잇장 위에 남겨준다. 그걸 읽은 나는 작가의 깨달음 위에 나의 깨달음을 얹어 내 삶의 여기저기에 적용해 보려 한다. 100페이지까지 읽었던 어제의 나와 150페이지까지 읽은 오늘의 내가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잔지바르 뿔장식이랑 치타의 자세를 이렇게 알아버렸는데 말이다. 

 

                                                                                    https://pixabay.com   

                                 치타는 좀 무서우니 나는 치타 무늬 신발이라도 신고 치타처럼 기다렸다가 단식했다가 삶의 순간을 포착해 보려한다. 

 

그나저나 1일 1책에서 벗어나 1주일 1책이면 완전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책 꼼꼼히 읽기가 더 어렵다. 이렇게 쓰다가는 1주일도 못 채울 듯 싶다. 내가 무슨 이 책 작가도 아니고, 편집자도 아닌데... 이렇듯 온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글자 하나 하나 분석해 가며 책을 보고 있는가 말이다...... 나 노안 온 여자다ㅜㅜ.

그런데 사실 이 책의 진짜 재미는 앞으로 읽을 3장에 있다고 나는 감히 말한다. 그래서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일까지는 쓸 것 같다. 쓰다 만다고 해도 나는 당당하다. 여태 3편 썼으니까. 믹스커피로 당보충 해야만 에너지 고갈에서 오는 이 손떨림을 막을 수 있다.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