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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시간관리 프로젝트 30일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2

<독서 시간 관리 프로젝트 2일차>

53p~103p.'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두 번째 시간. 읽고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인증샷을 남기는 게 온라인 독서모임의 필수과제다.

이 부분은, 저자가 회사에서 징계 3종 세트를 받고 드라마 연출로 성과까지 냈음에도 불구하고 한직을 떠돌게 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위로받지 못한 저자는 우리나라와는 시간과 계절이 정반대인 아르헨티나를 향해 도망치듯 떠난다.

그곳에서라면 만신창이가 된 영혼을 달래며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테지. 한 달간이나 휴가를 냈다니까 심기일전하여 싱그러운 모습으로 컴백홈 해주길. 모든 불합리한 현실을 한 번 뒤집어주길.... 응원의 감정을 실어 이런 비슷한 장면을 기대하던 나는 예상치 못한 사건의 연속에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책 표지를 다시 덮어서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이 책의 정체가 뭘까? 실전 여행기인가? 자기 계발서인가? 아니면 소설인가???? 

한 사람에게 이렇게 가혹한 상황을 몰아주는 건.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소설은 대체로 주인공의 캐릭터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량의 시련을 안겨주곤 하니까. 그 속에서 결국엔 살아남아 한 단계 진화하는 캐릭터에게 사람들은 열광하기 마련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닌 현존하는 사람이. 그것도 안정적이고 창의적인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드라마 PD에게 자꾸만 이렇게 꼬이는 일들이 벌어진다고??? 이걸 내가 믿어야 하나?!!!!!

 

아르헨티나로 떠나는 장면을 읽을 때부터 심란했다. 미국을 거쳐서 가야 하는데 MBC 노조 부위원장이었다는 이유로 경찰 신원 조회에 걸려버리는 거다. 그러면 보통 '사람'은 대충 집으로 돌아갈 것 같은데 저자는 '보통 사람'이 아닌지라 희한한 선택을 한다. 그는 캐나다 경유행을 택해서 36시간 동안이나 날아 결국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해 버린다. 

이 시기의 저자는 온몸으로 세상의 불운을 몰빵 해서 커버하는 캐릭터로 정해진 듯하다. 운명이 자꾸만 그에게 불운의 쇳가루를 뿌려대는 조짐이 보인다. 그런 줄도 모르는 초긍정의 아이콘인 주인공은 마치 온몸이 자석으로 된 것 마냥 그 쇳가루들을 자신의 몸에 찰싹찰싹 붙여 나간다. 아, 진짜. 좀 떼주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한국에서 달아나는 게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한 숨 돌리는 저자에게 아르헨티나는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든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착. 공항에서는 구할 수 없는 버스카드. 그러나 버스카드 없이는 타지 못하는 공항버스. 외국인들은 무조건 택시를 탈 수밖에 없는 구조. 줄 서도 자꾸만 새치기하는 현지인들. 택시에 짐 싣는 할아버지에게 팁 제공 의무. 외국인에게 친절하게 배려하는 사람 전무. 관광지 티켓 구매 시 새치기 일상화. 실수로 고객에게 불편을 끼쳐도 사과 않는 여행사 직원의 만행. 외국인 대상 바가지요금. 외국인에게 환전해준다면서 수수료 왕창 떼 가는 현지인 아줌마......

아르헨티나는 세상사에 통달한 70세의 미국인 노부부도 고개를 내젓고 여행 중간에 떠나게 만들 정도로 불편한 점이 많은 나라였다. 읽는 내내 나는 가보지도 않은 '아르헨티나'를 욕하며 절대 가서는 안 될 나라라고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그런데 불운의 쇳가루로 온몸을 도배한 저자는 이렇게 말을 한다. 

 

나라를 떠나 머나먼 남미에서 안식처를 구하려던 저의 시도는 실패했어요. 덕분에 이제는 국외 도피로 답을 찾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문제가 여기에 있다면, 해결책도 여기에 있을 테니까요. 유배지에서 근무하는 하루하루를 여행을 즐기는 일상으로 바꾸며 살자고 결심했지요. 도망쳐서 달아난 곳에 천국은 없으니까요.     66쪽

 

실컷 고생한 그는 아르헨티나를 욕하기는커녕. 이해해 보려는 자세를 견지한다. 인플레이션과 부정부패. 빈부격차는 정치인과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기인했기 때문이지 국민들의 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배지를 달아나려던 마음을 추슬러서 일상으로 되돌아온다. 그는 하루하루를 여행처럼 즐기는 일상으로 바꾸자고 결심한다. 불운의 쇳가루는 아무한테나 가서 달라붙는 게 아니다. 그걸 온몸에 붙이고도 너끈하게 살아내는 사람, 또는 불행의 순간을 행운의 도화선으로 바꿔버리는 사람. 저자는 양쪽 다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몸에 붙은 쇳가루들이 행운의 반짝이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성실한 삶의 자세. 그리고 현명한 마음 가짐 때문임을 알게 된다.

 

 

친정어머니가 자주 하시지만, 내가 엄청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 '도둑을 피하려다가 강도를 만난다'라는 속담이다. 나는 그런 황당무계한 상황 자체를 싫어한다고 우긴다. 하지만 살면서 현실이 괴로워 주춤하며 다른 선택을 했더니, 그 선택이 더욱 심각하게 나를 옭아맸던 적을 떠올려 보게 된다. 그 속담을 말하는 어머니가 나를 겁주기 위해서도, 나를 조롱하거나 저주하기 위해서도 아니라는 걸 안다. 현실이 힘들어도 피하지 말고 기다려 보라는 뜻인 거다. 지치고 힘들 때는 아주 큰 결심이나 상황을 전복시키는 결정 등은 보류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결국 모든 책임은 '스스로가 진다'라는 전제하에서는 떨치고 일어서 실행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평. 불만만 하는 사이 '잘못된 길' '나에게 맞지 않는 길'이라도 걸어갔다가 와보면 깨닫는 게 있기 마련이다. '다시는 그 길을 가지 않겠어' '다른 길을 찾아야겠어.' '현실에서 해결해 보겠어.'.... 이 모든 다짐과 느낌은 언제나 실행해 본 이후에 온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기다려도 보고, 실행도 해보고, 넘어져도 보고, 툭툭 털고 일어나  보기도 하는 사이. 우리는 우리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지고 깊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저자처럼 말이다. 

 

유튜버는 자신을 혹사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PD의 과다 노동은 스태프들의 과다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면, 일터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방향으로요.   68쪽

 

워라밸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일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퇴근 후 나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일터에서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히기를 소망합니다. 퇴근 시간만을 간절히 기다리며 사는 건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무 시간도 내 삶의 일부니까요. (중략) 회사생활이 힘들면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해요. 원인이 나라면 나를 바꾸고, 원인이 회사라면 조직문화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70쪽

 

주유천하 하는 저자는 극도로 절약하는 생활을 실천한다. 입천장이 다 까져도 가장 싼 바게트를 먹고, 전리품마냥 깃발마냥 배낭에 꽂고 다닌다. 그에게서 '스님'의 향기가 묻어나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책의 겉표지를 다시 살펴보게 된다. 무소유를 표방한 자기계발서인가???? 그가 던지는 문장이 예사롭지가 않다. 남들이 다 달려가는 그 곳에서 한발짝 떨어져 새로운 시선으로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돈을 벌기는 쉽지 않지만, 아끼는 건 쉬워요. 돈을 벌려면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켜줘야 하는데, 돈을 아끼려면 나의 욕망만 절제하면 되거든요. 다들 돈 벌 방법을 연구하지만, 궁극의 방법은 돈을 아끼는 습관이라 생각합니다. 85쪽

 

인생의 위기는 주로 돈을 벌고자 할 때 옵니다. 돈에 대한 욕심을 줄이면 인생이 훨씬 여유로워집니다. 유럽 배낭 여행을 통해 배웠어요. 돈이 없다고 즐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것, 덜 벌고 더 즐겁게 사는 방법도 있다는 걸 말이지요. 지금도 회사생활을 하다 선택의 갈림길에 서면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돈을 버는 게 중요한가, 자유롭게 사는 게 중요한가?' 저는 후자를 선택합니다. 86쪽 

 

50페이지 정도. 적은 분량을 자세히 읽다보니 각 페이지마다 새겨져 있는 저자의 마음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좋은 사람의 근사한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을 준비가 되어 가는 모양이다. 나도 그렇게 손톱 반만큼씩 성장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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