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시간관리 프로젝트 30일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1

 

<독서 시간관리 프로젝트 1일차>

1~52p  온라인 독서법 강의를 듣고, '메모독서법' 책도 약간 참고해서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를 읽기 시작했다.

하루 3-4시간 정도 들여 책을 한권 읽는 편이었다. 5월 한 달 23권의 책을 읽었고 19권의 포스팅을 했다. 온라인 독서습관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번 달에도 나의 독서는 가열찬 속도전이었을 것이다. 책을 외면하며 지냈던 시절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많이 읽고 싶다는 조급증이 밀려 오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오늘은 한 권의 책을 펴고 52페이지까지 꼼꼼히 읽었다. 읽다가 밑줄 긋고 잠깐 멈추어 생각해 보는 시간들을 갖는다. 그리고 몇 줄씩 나의 단상을 적는다. 귀접기 한 부분에 양쪽 페이지의 핵심 키워드를 적고 밑줄 친 곳에서도 키워드를 찾아 또 다른 밑줄을 친다.

책을 읽는 수많은 방법을 다 알 수는 없다. 그저 살아가는 방법도 모두가 다른 것처럼 '독서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나는 책과 인생에서 내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으려 한다. 사실 딸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내가 먼저 배우고 익혀 기다리다가 딸아이가 손 내밀면 잡아주려 한다. 많은 책들의 작가가 독자에게 다가와 소곤소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삶을 지지해 주는 것처럼...

작가들 중에는 책의 '서문'을 본문만큼, 아니 본문 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 '작품'처럼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저 책 소개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 권의 책'을 관통하고 있는 자신만의 온전한 생각을 녹이고 녹여내는 거다. 이 책 역시 그렇다. 프롤로그를 보니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 울컥울컥 읽힌다.

 

 

"남이 나를 거절할 수는 있어도 적어도 내가 나를 거절하지는 말자. '에이. 네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하고 지레 포기하지는 말자."   7쪽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그건 그 사람의 몫이에요. 내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는 나의 책임이고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냥 합니다. 인생에 뭐가 더 있겠어요.  8쪽

너무 멀리 보지 않고, 바람이 금세 이뤄질 거라고 함부로 속단하지도 않아요.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합니다. 9쪽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이런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누구도 줄 수 없는 따뜻한 위로를 주면서도 섣부르고 값싼 동정 따위는 남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읽는 독자가 엄연한 '자기 생의 주인공'임을 자각 시켜주며,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다며 곁에서 조용히 기다려준다. 좋은 작가는 독자에게 같이 가자고 하지, 나를 뒤따르라고 하지 않는다. 

'나에 대한 세상의 거절'을 거절하며 살고 싶어졌다. 오늘을 살지 않는 자가 내일을 계획하고 걱정하는 것에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겨 있을까? 지금 하지 않는 일을 내일은 하게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미래의 나를 희망한다면 지금을 사는 수 밖에 없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바로 할 수 있는 일. 그걸 찾아 하면 된다. 그게 씨앗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게 할 것임을 살아보니 알겠다. 내가 내 힘 들여 내 손으로 직접하지 않은 그 무엇도 온전한 내 것임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넘어졌을 때, 우리는 변화를 선택합니다. 일이 잘 안된다는 건 지금껏 해오던 방식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간이 왔다는 뜻이거든요. 33쪽

감독의 진가는 망했을 때 나옵니다. 시청률이 '폭망'했을 때, 작가의 상처를 달래고, 배우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스태프들 기운을 북돋아 주는 것. 가장 상처받은 감독이 함께 일하는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자신의 상처는 가장 나중에 돌보는 것. 그게 드라마 PD의 역할이에요. 쓰러진 바오바브나무의 뿌리를 어루만져 봅니다. 

'그래 너 아직 살아 있구나. 이렇게 만신창이가 돼서도 꿋꿋이 살아 있구나.'

잘 달리는 게 실력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것이 실력이라고 믿습니다. 인간은 고통도 즐기는 동물이고요. 때로는 고난이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됩니다.  34쪽

 

딸아이가 내게 종종 이런 말을 한다. 나쁜 일은 '시련'이라는 포장지에 쌓여서 배달되어 온 '선물'이라고. 나는 속으로 외친다. '그런 선물은 안 받고 싶다고...' 시련이 너무 크면 함의가 아무리 좋은 선물일지라도 고개돌리고 싶었다. 내가 겪은 일련의 힘듦이 나를 축축 늘어지고 기운없고 아프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기를 바닥까지, 땅속 깊숙이까지 겪었다. 다시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절망에 빠진 날도 많았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을 향한 무한 신뢰라는 것이 있다. 평상시 잘 드러나지 않다가 결정적인 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나에 대한 믿음'. 일어설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는 한 무너지지 않는다. 다시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날마다 시련 앞에 불려나가 벌 서게 될지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잊지 않을 거다. 더 당차고 다부지게 변화를 모색하며 살아보려 한다. 

오늘도 나는 시련이나 고통으로부터 '거리두기'하자고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린다. 너무 가까우면 들러붙은 형태가 이지러져서 보기 어렵고, 너무 멀면 희미하고 아스라해서 실체조차 보이지 않는다. 내 삶을 온전하게 도와 줄 '적정 거리 두기'는 죽을때까지 지속되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52페이지까지 읽으면서 여행지 속의 작가를 보고, 작가의 삶을 보며 그가 겪었을 숱한 시련의 상황들을 머릿속에 그려 본다. 그러다가 결국 나는 내 삶을 들여다 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내 삶의 상처를 매만지며 책을 읽다가, 글을 쓰다가 조금 울게 된.... 일요일 아침이다.

 

https://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