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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시간관리 프로젝트 30일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4

<독서 시간 관리 프로젝트 4일차>

 

153~202P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네 번째 시간. 이 부분은,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며 함께 여행하는 과정이 작가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채워져 있다.  내가 이 책 전체에서 가장 많이 감동받고, 웃으며 재미를 느꼈던 곳이다. 읽는 내내 가족을 향한 '나의 태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되돌아 보게 만든 의미있는 장면들이 많다.

 

저자는 어린시절 무서워했던 아버지와도 여행을 다닌다. 하긴 그는 혼자서도, 어느 누구와도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며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에게 여행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생활 자체이기 때문이다. 함께 가는 사람의 어떠한 성향도 '그가 여행을 즐기는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못할 듯 하다. 

중년의 아들과 노년의 아버지 커플이 해외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다소 어색해 보일지라도 그런 것에 신경쓸 그가 아니다. 항상 신나게를 외치는 저자는 아버지의 어떠한 예측불허 행동에도 관대하다. (관대했을 것임. 관대했을 것이라고 추측해 봄.)

 

근검절약의 절대 상징, 아버지께서는 뉴욕의 팁문화를 결코 이해하고 싶지 않은 분이시다. 그래서 뉴욕 한달 살이중 3주를 오로지 팁을 빼앗기지 않아도 되는 각종 햄버거집 순례로 식사를 해결하신다. 2달러짜리 페리 탑승 낭비를 피해 뉴욕 시내를 늘 걷다가, 아들에게 '뉴욕 3대 걷기 코스'를 개발해 낼 수 있는 창의성도 선사하신다. 일본에서는 현지인과 시비도 붙으시고, 보라카이에서는 비밀 남녀 커플들에게 사적인 질문도 거침없이 날리신다.

추석 명절 집안의 평화를 위해 '아버지와 여행을 선택'했다고 말하지만, 여행 내내 어디에서나 아버지를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두 사람 다 초절정 절약의 아이콘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어떤 면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거의 없는 부자 사이다. 그럼에도 아들은 아버지에 대해 더 이상의 불만이 없어 보인다.

 

나는 그 이유에 대해 짐작을 해 본다. 아마도 작가가 자신의 마음 색깔을 투명하게 바꾸는 방법을 알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가족에게 무엇도 강요하지 않고, 어떤 주장도 함부로 내세우지 않는다. 그냥 '서로 다름' 그대로를 인정해 준다.

사실 우리 모두 살아봐서 안다. 내 가족에게 그렇게 객관적 자세를 취하기가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한 일인지를... 그럼에도 그런 자세로, 한평생을 권위적으로 살아오신 아버지와 같은 보폭으로 걷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타인인, 부모. 어린시절 상처 준 아버지이지만 이해하고 추억을 만들어 나간다. 오랜 시간 동안, 깊은 사유와 타인의 삶에 대한 절대적 인정과 따뜻한 공감을 배우고 익히게 된 그는 아버지와 매년 여행을 떠난다. 그 사람다운 선택이다.  

 

제 나이 이제 쉰이 넘었어요. 생각해보면 사춘기 시절, 제가 가장 싫어했던 아버지가 딱 지금 제 나이입니다. 어려서는 아버지 욕심 때문에 힘든 적이 많았는데요. 부모가 되니 그 욕심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딸들이랑 여행 다니다 문득 죄책감이 들었어요. 정작 내게 더 많은 사랑을 준 건 아버지였는데, 그런 분을 원망하며 산 세월이 너무 길었어요. 아버지가 벌써 팔순을 바라보시는데 제대로 화해도 못 하고 가버리시면 후회스러울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이 여행을 다니기로 했어요. 낯간지럽게 화해하고 그러는 것보다 1년에 한 번씩 여행을 다니며 아버지와의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거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을 통해 속죄하는 겁니다.   155쪽

 

 

저자는,  가족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지만 '늘, 함께, 모두 모여, 무엇이든 다 같이'를 외치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항상 같은 시,공간을 점유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진국, 따로 국밥처럼 오늘은 아버지와, 이번에는 아내와, 다음번에는 큰 딸과 또 그 다음번에는 작은 딸과 순간을 제대로 즐길 줄 안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자유를 오롯이 보장해준다. 오랜 시간 삶의 뒤안길에서 터득한 지혜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반짝이며 빛을 발하기까지.... 그는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그의 가족 사랑하는 마음을 가늠하며 내 가족을 위한 나만의 지혜는 과연 무엇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게 된다 . 

 

둘이 함께 숲길을 걸을 때, 아내가 앞장서서 걷고 저는 쫓아갑니다. 걸음이 느린 사람이 앞에서 가는 편이 좋습니다. (중략) 미숙한 사람이 앞장서고 능숙한 사람은 쫓아갑니다. 더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을 배려하는 곳이 좋은 공동체인 것처럼. (중략)  

'앞에서 끌지도 않고, 뒤에서 붙잡지도 않는다. 그냥 서로가 가는 길을 존중하며 조용히 쫓아간다. 그가 무엇을 하든, 뒤는 내가 지켜 준다는 생각으로'  

부부가 여행을 하는 법도 인생을 사는 법도 이런 게 아닐까요?   198쪽

 

배낭여행 마니아로서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여행의 즐거움은 투입한 비용에 정비례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오히려 반비례 할 수도 있어요. 돈을 많이 쓸수록 아이에게는 고역이에요. 일주일 시간을 내어 아이랑 유럽 여행을 간다면, 유럽에 도착한 첫날 아이는 밤낮이 바뀐 탓에 시차 적응을 못 해 힘들어합니다. 이럴 때는 숙소에서 좀 쉬는 것도 좋은데요. 비행기 표와 짧은 여정을 생각하면 그렇겐 못 하지요.(중략)

돈을 많이 쓴 여행은 기대치가 올라가서 오히려 만족감이 덜할 수 있어요.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죠. (중략)  아이와 함께 배낭여행을 하면 아이의 성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습니다. 그때는 돈보다 시간을 더 투자하는 편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시간이니까요.   202쪽

 

 

 

권위에 익숙한 부친과도 진취적인 부인과도 어리고 세대차이 나는 딸들 누구와도 여행이 가능한 '그'다. 상대방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배려없이 이렇듯 맞춤형 여행을 구사하는 사람이 있을까? 전문가이드나 전담비서도 아닌데, 이 모든 여행을 끌고 나가면서도 중간중간 짬짬이 혼자만의 여유 시간까지 확보해서 만끽한다.

곳곳에서 풍경을 보며 산책을 하며 그 속에 스며 있는 '사람'을 떠올리고 '사람의 노고'를 생각하고 '사람의 가치 확장'에 대해 고민한다. 진정한 여행의 신이다.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보듬으며, 자신의 삶만큼 타인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의 향기'가 책 갈피갈피에서 묻어나온다. 

 

그는, 불합리한 상황이나 자신을 비난하는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결코 동요되지 않음으로써 자기 생의 어느 한 순간도 망쳐버리는 일 따윈 하지 않는다. 흔들릴지언정 뽑히지는 않으며, 눈물 흘릴지언정 울음을 깊이 삼킬 줄도 안다. 생의 순간순간을 즐기는 법을 끊임없이 찾고 배운다.

그가 달리 '독학의 신'이겠는가. 혼자 공부하며 얻은 깨달음, 하루하루가 선물임을 진심으로 알기에 생활 속에서 제대로 실천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책을 통해 전수받으려 한다. 내 인생을 내 손으로 지키는 법을. 날마다 즐거워지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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