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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나만 아는 내 별자리

나는 내 별자리도 매번 까먹는 사람이다.  그래서 딸아이랑 남편 별자리도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 별자리 인식 유무로 가족관계를 결정짓는다면 그들과 나는 가족일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서로 가족일 수 있는 건, 그들도 자신들의 별자리 같은 것에는 관심이 적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책장 정리를 하다가 <별자리 이야기> 책을 발견했다. 신화이야기가 나오면서 나름 재미있는 거다. 혹시나 최근에 별자리 관련 얘기를 들었을 수도 있어서 남편에게 본인 별자리를 아냐고 물었더니, 역시 모른다. 책을 펼치며 '사자자리'라고 가르쳐 주었으나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딸아이는 '물고기자리'로 나와서 알려주려고 했는데 애가 휴대폰과 합체되기 일보 직전인지라 그만뒀다. 내 별자리나 찾기로 했다.

 

 

https://pixabay.com

 

자신의 생일과 관련있는 별자리는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점성술에서 사용되곤 하는데 이는 하늘의 별자리를 연구하는 천문학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한다. '황소자리'인 나는 당연히 봄에 태어났으니 봄의 별자리겠지 생각했으나 겨울 별자리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별자리 운세와 실제 별자리 사이에는 여러모로 괴리가 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별들의 움직임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고 그것으로 계절이나 기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인류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별들을 더 찾기 쉽게 하려고 별자리를 만들고 특성에 맞는 동물이나 사물, 영웅의 이름을 붙여주게 된다. 별자리마다 상상력이 담긴 재미난 이야기를 덧입힌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나의 별자리인 황소자리에는 바람기 다분한 제우스와 에우로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중해의 한 나라에 이게노르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세 명의 아들과 외동딸 에우로페가 있었다. 에우로페의 뛰어난 미모는 다른 나라에까지 알려질 정도였다고 한다. 올림포스 신전에서 내려와 산책하던 제우스는 에우로페를 보고 단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자나깨나 에우로페 생각뿐이던 제우스는 결국 에우로페 주변을 맴돌게 된다. 

 

어느날 에우로페가 친구들과 함께 '소'와 어울려 놀고 있었다. '개'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고 '소'다. 황소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숨겨져 있는 듯 하다. 어쨌든 아름다운 공주가 '소'랑 놀고 있으니까, 제우스가 속으로 생각한다 '소를 좋아하는구나. 소로 변해야지'. 그러면서 흰색 털을 가진 소로 변신. 에우로페 근처에 드러누워 있었다. 게다가 환심을 사기 위해 노래까지 불렀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노래 부르는 흰 소를 보면 도망가는 게 정상일 것 같은데.... 에우로페는 미모와 호기심에 이어 용맹함도 장착한 여성이었다. 흰소 근처에 가서 쓰다듬고 자신이 만든 꽃목걸이까지 걸어 준다. 그러자 음흉한 흰소는 자꾸만 에우로페 곁으로 다가간다. 

 

에우로페는 흰소가 '말'도 아닌데 등에 올라타고 바다까지 달린다. 에우로페가 돌아가자고 해도 흰소는 말도 듣지 않고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을 친다. 시녀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에우로페는 이제와서야 흰소에게 무섭다고 울면서 발길질을 해댔지만 흰소는 우직하게 헤엄쳐 나가기만 한다. 그리고 마침내 크레타 섬에 이른다. 에우로페를 내려놓고 감쪽같이 사라진 흰소.

 

뒷날 날이 밝자 흰소 대신 한 남자가 에우로페 앞에 딱 나타난다. 제우스다. 제우스는 손가락을 들어 닥치는대로 주변 땅을 다 가르킨다. "저 땅 다 줄게. 나랑 여기서 행복하게 살자." 에우로페는 놀랐지만 상대가 제우스라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나??? 훗날 사람들은 이 땅을 에우로페(europe) 이름을 본따 "유럽(Europe)" 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 후 제우스와 에우로페는 어떻게 됐냐고? 제우스가 올림포스 신전으로 돌아가야 해서 당연히 헤어졌다. 그러면서 제우스는 에우로페에게 세가지 선물을 준다. 섬을 지키는 청동 거인 타로스, 사냥감을 잡아 오는 날쌘 사냥개 (소가 아니고 개), 던지면 무엇이든지 명중시키는 창. 너무 연관성 없는 물건들을 선물인냥 막 던졌다는 느낌이 물씬 드는데... 제우스는 올림포스로 돌아가고 나서 에우로페와의 행복했던 날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단다. 그래서 에우로페를 꼬득이던 당시 변신했던 '흰소' 형상을 하늘로 쏘아 올려 '황소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의 별자리는 제우스와 에우로페의 사랑을 간직하기 위한 기념비적인 징표라는 거다. 내 탄생에는 신들의 관심과 개입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왕 태어난 인생 뭐 별거 있나 했지만.... 별자리 뒤적여보니 별거 꽤 있다. 사랑에 빠진 그들이 바라보았을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겠나. 내게 새로운 사랑은 올 수 없을지라도 헌사랑이라도 툭툭 먼지 털어 뽀독뽀독 닦아놓아야겠다. 나의 별자리는 사랑의 흔적, 황소자리니까. 애정과 관심을 담뿍 담아 가족 포함 세상을 바라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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