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독서 관련 책들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늘 다른 책들에 밀려 못 봤었는데 요사이 관련 책들을 몇 권 찾아 보면서 세상 모든 책에는 저자의 인생이 오롯이 다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래서 어떤 책도 편견없는 마음가짐으로 읽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사실 나는 남들이 다 별로라고 하는 책에서도 귀신같이 나한테 들어맞는 문장을 찾아내곤 한다. 내 인생이 특별히 기구해서라기 보다는(아니, 기구한가???) 감정이입이 지나치게 잘 되서 그런 것 같다. 책 속 주인공과 거의 혼연일체 수준이 된다. 빙의.
그래서 나는 '책값이 아깝네' '책 읽은 시간이 아깝네' '내가 써도 이것보다 낫겠네'... 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편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일기 한 줄 써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안다. 글쓰기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인생도 만만하게 보는 경우가 많았다. 글을 써내려 간 글쓴이의 인생을 함부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내 마음을 주고 싶지 않다. 물론 상대방도 내 마음따위 받고 싶지 않겠지만.
'일독 일행 독서법'을 읽기 전까지 국내 최대 독서 카페 '어썸피플'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초인 용쌤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닉네임만 듣고 그냥 니체를 좋아하며 이상적인 인간을 꿈꾸는 사람인가보다 했다. 그가 알려주는 독서법중 괜찮은 걸 따라해 봐야지 했는데 읽다보니 독서법은 뒷전이고 사람 자체에 확 끌려 버렸다.
우범 청소년 관리 대상으로 분류될 정도의 문제아였던 그가 군 입대 후 읽은 첫 책에서 인생의 대전환을 맞이 한다. 이런 드라마틱한 이야기, 소설을 능가하는 이야기가 너무 멋지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 취향을 좀 더 정확히 알게 되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성장담을 좋아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 이유가 나의 성장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대리만족의 차원에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작가같이 어떠한 계기로 생활과 인생이 180도 확 바뀌는 사람은 극소수이기에 더욱 귀하다.
독서는 나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비교하고 다른 사람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행위다. 우리는 책을 통해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책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타인의 삶과 경험, 생각들을 알지 못하면 '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타인의 말과 행동, 생각을 접해야 나 자신의 말과 행동, 생각이 그들과 어떻게 다른지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56쪽
책 중간 중간 사자성어 활용도 많고, 손필기해 놓은 노트 속에도 한자가 많다. 요즘 사람같지 않다 했는데... 작가는 군대에 있을 때 손바닥에 매일 한자 두 자씩을 써서 그걸 하루 종일 외워 사무실 벽에 붙은 1800자를 다 암기했다고 한다. 또한 군대 안에 있는 책 80권도 다 읽고 무사히 제대를 했다. 그후엔 어릴 때 읽지 않고 쳐박아 두어 곰팡이까진 핀 세계위인전집 60권을 독파한다. 스물세살부터 쓴 독서노트가 50권이 넘는다. 중학교때 싸움에서 지고 한달 동안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아령들기를 해서 재도전으로 상대방을 박살낸다.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어학원 풀타임 강의를 듣는다 등등....과히 영웅담급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근성을 가진 사람을 내 평생, 내 주변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나이대도 다르고, 인생 경험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른, 나와의 접점이 전혀 없는 사람을.... 책이 아니었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사람들이 책 속에 너무나 많다. 그러니 이 멋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해서라도 책을 펼쳐야 한다.
서평을 쓸 때도 좋았던 구절이나 느낌만 적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볼 질문들'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적어도 다섯 가지 정도의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독서는 단순히 읽고 받아들이는 행위로 끝나서는 안 된다. 반드시 질문을 통해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배움의 시작은 질문에서 나온다는 걸 기억하자. 143쪽
1.작가는 군대에서 첫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2.'그런 마음'없이, 단지 책이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도 1년 500권의 전투적 독서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3.극단적 변화의 밑바탕에는 항상 '거친 시련과 어려움'이 있기 마련인 걸까?
4.원대한 목표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는 사람에게는 슬럼프조차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슬럼프가 왔다는 것은 열정적으로 힘껏 살아왔다는 것의 방증이라 할 수 있나?
5.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근성을 기르기 위해 생활 속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작가가 초서(책 내용중 중요한 부분을 따라 쓰는 것)뿐 아니라 책에 대한 질문도 하라고 해서 생각해 보았다. 발췌하고 필사하고 내 느낌 적을 때와는 다른 듯 하다. 질문도 해 버릇 해야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겠구나 싶다. 보다 낮은 자세로, 세상 모두에게 배우겠다는 '나의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은채 독서하며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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