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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미니멀라이프 도전?

집안에 물건이 너무 많다. 물건들로 넘쳐난다. 그런데 나는 한번도 그것들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제 자리에 잘 넣어두면 된다고 생각해 왔다. 나한테 있어서 집청소는 물건 정리정돈과 바닥 쓸고 닦기까지였다, 

무언가를 골라내어 버리는 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주 어리석게도

이 많은 물건들을 집안에 정리하기 위한 선택으로 아파트 평수를 넓혔기 때문이다.

 

6년전 세식구가 살던 34평 아파트는 책과 짐들로 터져 나가기 직전이었다. 

책장으로 도배가 된 거실은 더 이상 휴식 공간이 아니었다.

남편과 내가 사다 모은 책 위에 아이의 책까지 더해지자 감당이 되질 않았다. 

나한테는 더 넓은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마침 우리집 근처에 후분양한 45평 새 아파트가 미분양 상태였고 그걸 사기 위해 남편과 모델하우스를 갔었다. 

45평 아파트에 살면 안 답답할 거 같았다. 신세계였다.

우리의 책을 다 끌고 들어가 살아도 공간이 남을 듯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의 발령으로 서울을 떠나야 했기에 그 아파트를 사지는 않았다. 

대신 나는 남편 직장 근처 미분양된 55평 아파트를 전세 얻기로 결정했다. 

당시 대단지 아파트의 큰 평형은 거의 대부분 미분양이어서 전세조차 가격이 34평형과 많이 차이 나지 않았다는 것도

과감하게 55평 아파트를 선택하게 만든 이유였다.

서울의 34평 아파트를 전세놓고 그 돈으로 서울 근교 55평 미분양 새 아파트에 전세 사는 것.

이 얼마나 현명한 삶의 자세인가..... 했었다.

 

집은 넓다 못해 황량했다. 왜냐하면 시공사에서 새 아파트를 일괄적으로 확장 공사했기 때문에 베란다가 없었다.

방 두개를 튼 거실만한 방을 서재로 선택하고 기존의 책장 중 쓸만 한 녀석들 5개와 

새로 구입한 책장 5개를 싹 다 집어 넣어 진짜 도서관 처럼 만들었었다. 

나와 남편의 서재가 생긴 것이었다.

기존의 소파는 서재에 두고 또 다른 소파와 6인용 식탁을 샀다. (식탁에서 밥 안 먹음. 상펴놓고 먹음)

55평 아파트에 어울리는 가구를 사도 될 것 같았다.

'평소에 과소비라는 걸 하지 않으니 이사가면서 이 정도는 사 주는 게 예의야...'

전세에 살면서도 낡은 장농을 버리고 붙박이장도 새로 짰다. (이사 갈때 안 뜯남?)

 

넓은 집에서 살면

좁은 집에서 살 때 느끼지 못한 삶의 여유와 쾌적함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넓기 때문에 쾌적하긴 했고

미분양이었던 까닭에 우리 집의 위 아래 옆집이 죄다 빈집이었다.

그래서 마음 놓고 뛰고 구르고 놀아도 됐었다. 집 거실에서 날마다 아이랑 배드민턴을 치고 놀았다. 

집 밖을 나갈 필요가 없었다. 운동장만한 거실에서 놀면 됐었다. 

근데... 전세 만료 기간이 되자 건설사에서 살고 있는 55평 아파트를 사던지, 이사를 나가라고 했다.

'허걱. 그냥 전세 더 살면 안돼요?'

'안돼. 나가.'

 

2년이 그렇게 빨리 돌아올지 몰랐다. 

선택을 해야했다. 

55평 아파트에서 2년을 살았지만 그렇게 큰 아파트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비싸기도 했지만 청소도 힘들고 대형 평형은 나중에 팔리지도 않을 것 같았다. 

건설사는  55평 보다 훨씬 작다(?)는 옆 동의 48평 아파트를 권했다.  

이 동네에 한동안 머무를 것이라는 계획하에 나는 심사숙고 후(?) 그 아파트를 사버렸다.

55평 보다는 작지만 나의 이 모든 짐을 무리없이 받아 안아 줄 크기의 아파트.

'너로 딱 정했다!'

물론 대출을 끼고 산 건데... 

부동산과 재테크에 거의 까막눈인 우리 부부의 선택이니

손해보지 않을 정도면 된다고 늘 스스로를 그렇게 세뇌 시킨다. 

 

현재 3년 넘게 살고 있다. 

안방을 서재로 하고, 나머지 세개의 방을 각각 침실, 딸방, 옷방으로 쓰고 있다.

집이 커진 것 만큼 내 마음에 여유가 있거나 삶의 질이 달라졌나? 라고 묻는다면...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것은 집의 크기와 그다지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집이 넓으니 구석구석 잡동사니를 쌓아두어도 아직 공간이 더 남아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정리 정돈이 안되는 것과 발맞춰 나이 들면서 내 몸과 마음도 아프기 시작했다.  

목과 팔, 어깨와 허리가 다 아프고 갱년기 증세까지 온 데다가

한동안 마음의 병도 얻었었다.

그러자 살림이라는 걸 할 수가 없었다. 

살림을 살아본 주부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살림이란.....하면 티도 안나는 것이, 안하면 대번에 티가 나는 요상망측한 것. 이다.

 

지금도 치료를 받는 중이지만

몸이 안좋다보니 마음도 안정이 안되고 기력은 점점 없어지고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누워있을 수 만은 없어서 일어나서 움직이며 내 할일을 몇 개씩이라도 하기로 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로 한 것은... 사실 딸에게 주고 싶은 말과 내 마음들이 있어서다.

어렸을 적 싸이월드에 부지런히 쓰던 육아일기며 사진이며... 그런 시간들이 있었는데

정작 아이가 청소년이 되면서부터는 내 마음을 더 전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게 아쉬워 다시 쓰기로 했는데....언제까지 쓸 수 있을른지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썼으면 좋겠다.

딸에게 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 많아서 그렇다.

언젠가 딸아이가 내가 써놓은 블로그에서 나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리라 생각해 본다.

 

내가 미니멀라이프에 조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온갖 잡동사니 콜렉터이며 공짜 물건 킬러였던 딸아이가 그것들을 스스로 정리하면서부터이다.

돈쓰지 못해 안달이던 아이가 점점 구두쇠의 화신으로 변하더니

자기 생일 선물도 거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나더러 집안의 물건들을 좀 정리해보자고 제안을 해온다.

'딸아... 미안하다. 너 보기에도 에미 살림 실력이 후지지?ㅜㅜ'

처음에는 딸의 제안에 신경질을 냈었다. (미안. 엄마가 성격이 드러워서)

'안그래도 아픈 엄마가 대청소까지 해야겠냐고??'

그런데 이제는 조금씩 치워보려고 한다.

 

서재라고 만들어 놓고는 미어터지는 책들로 서재의 기능을 잃은지 오래인 방이다. 

예전 집 거실의 터질 듯 하던 상태와 지금이 뭐가 다른 건지?

결국 집 넓이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다.

 

 

이사올 때 이삿짐센터에서 꽂아 준 그대로. 마구 섞인 상태로 필요한 것들만 뽑아서 보고 도로 넣어놓기를 반복.

보이는 책장을 파티션처럼 안방 중간에 가로 질러 놓고 

저 뒤로 또 다시 예전 책장들을 집어 넣어 각종 서류며 버리지 못한 아이책들과 기타등등 잡동사니가 한 가득이다.

나는... 과연 

내 딸의 지시로 물건들을 버릴 수 있을까?

그래서 결국엔 미니멀리스트 발 끝이라도 따라 갈 수 있을까?

만일 조금씩 물건을 버려 나가다 보면....

아파트 평수를 줄일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도 5-6년 후면 퇴직을 할테고, 딸도 독립을 할텐데(아닌가???)...

둘이 살면서 이 큰 집을 유지할 이유도 필요도 없을 것이다. 

50평생 사는 동안.

'난 뭐하느라 미래에 대한 계획같은 것도 없이 살았을까??????'

라는...

나를 비난하거나 자학하는 생각은 안 할 거다.

(그러면서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인생 후반전에 접어든 지금.

나는 나를 조금 더 아껴주고 귀하게 대해 주면서 살고 싶어졌다.

목디스크와 오십견으로 온 몸이 아픈 나의 고통은 오로지 나만 안다.

그러니 오래도록 이 몸을 쓰려면 살살 달래가며 쉬어가며 소중히 써야한다.

한때 아둥바둥 열심히 살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게 꼭 정답은 아니었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간 채 수영하면 앞으로의 전진이 더딘 것처럼

때론 삶의 중간 중간. 구비 구비마다에서

기운을 빼고 덜 심각했으면 더 잘 진행되었을 일들이 분명 있었다. 

내가 몰랐을 뿐이었다.

이제는 점점 더 가볍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충 살겠다는 게 아니라, 숱한 고민을 사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늘 행복하면

힘들었던 과거도 행복을 위한 여정이었던 것으로... 내 기억이 재편성될 것이다.

아들러가 그랬다. 그래서 믿기로 했고....

나는 오늘. 이 순간. 지금 여기서 

행복할 작정이다.

 

어쨌든

인생의 짐을 내려놓고 모든 가벼운 마음을 먹기까지...

또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기까지

딸아이는 나를 늘 움직이고 생각하고 배우게 만든다.

귀찮고 피곤할때도 있지만 그래도 딸아이 말대로 해보려 한다.

어리고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는 나의 귀가 이미 조언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미니멀라이프"를 위한 나만의 원칙.**

     1. 급하지 않게 서서히 남기고 나누고 버릴 것들을 정리한다.

       (체력저하 상태이고, 현재 에너지라는 것도 정해져 있는데 정리하다 말고 죽고 싶지는 않다.)

     2. 물건 사다 모은 나,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다

       (모았던 내가 있었기에 버리고 나누는 나도 있는 거다. 탓하면서 시간까지 버리고 싶지는 않다.)

     3. 매일 조금씩 습관처럼 스며들듯 정리한다.

        (소나기 오듯 천둥 번개치듯 정리하고 가꾸지 않는 예전의 나에서 벗어난다.)

     4.결국엔 좀 더 작은 집으로 이사갈 수 있도록 한다.

        (불필요한 물건 사는 것 못지않게 불필요한 공간을 지니고 있는 것도 낭비라고 자각한다.)

 

 

 

다 빼서 분류하고 필요한 것들만 꽂기로.... 언제 다 될까 조바심 내지 않기.

체력이 허락되는 데까지만 조금씩 하기. 쉬고 놀고 책보며 나를 아껴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