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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발상의 전환 아들러 심리학

기시미 이치로의 책 <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2>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세권의 책으로 나는 아들러 심리학을 아주 살짝 알게 되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프로이트와는 여러 지점에서 정반대에 서있는 아들러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재미있었다.

 

프로이트는 리비도(성적욕구)가 인간 성격 특성의 기초라고 했으나아들러는 열등감이야말로 리비도를 대체하는 성격 특성의 기초라 여겼고전쟁 후 프로이트는 '인간에게는 공격 욕구가 있다'라고 생각했으나아들러는 '인간은 친구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심리학의 핵심인 '공동체 감각'을 이끌어 냈다.

 

아들러는 자신이 프로이트의 제자로 잘못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서 제자가 아닌 동등한 지위의 연구자로 초빙되어 함께 연구를 했었다는 초대장을 항시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프로이트를 지지했으나 심리학에 있어서 두 사람의 견해차는 가면 갈수록 커졌고너무나 유명한 프로이트에 비해 아들러의 심리학이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책 세권을 읽고 아들러 심리학을 얼마나 알게 됐겠냐만은. 내게 있어 아들러 심리학은 역발상의 심리학, 상상 저 너머의 심리학으로 이해가 된다. 역발상의 심리학으로서 일반적 통념을 깨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원인론과 목적론의 차이인데.

 

예를 들면 이렇다.

 

1. 불안하다 2.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불안한 것이 원인이어서 나갈 수 없다) - 원인론
1. 바깥에 나가기 싫다. 2. 불안이라는 감정을 지어낸다. (바깥에 나가기 싫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가 불안) -목적론
대부분 사람들이 과거의 상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행동의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원인론을 말할때
아들러는 지금의 행동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과거의 상처를 계속 소환하는 것이라는 목적론을 주장한다.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쉽게 납득하거나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목적론일 듯 하다.)

 

아들러는 현재가 달라지면 과거가 달라진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현재의 나의 세계가 편안해 지면 과거의 기억 역시 참담함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말로 풀이된다.
나는 이 부분을... 현재의 행동과 생각으로 얼마든지 과거의 트라우마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예를 들어 보면

1. 어릴때 개에게 물린 기억(앞선 기억)으로 세상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힘.

2.그러나 현재를 살다보니 세상이 아주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 과거의 다른 기억이 떠오른다

3.개에게 물렸을 때 낯선 이가 도와주었는데 (나중 기억) 그러니까 세상은 늘 위험한 것은 아니구나.

 

즉, 지금 현재 세상에 대한 '의미부여'가 달라지면 과거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할게 아니라 나의 현재를 조금씩 바꾸면 그 트라우마 속에서도 내게 도움이 되는 다른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현재에 대한 '의미부여'로 미래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심리학의 목적에서는 개인이 고려하는 기억이 실제로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첫 사건인지,
심지어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기억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억은 그것이 보여주는 것 때문에,
그것이 인생에 대해 내리는 해석 때문에,
그것이 현재와 미래와 맺고 있는 관계 때문에 중요할 뿐이다.  

아들러 <인생의 의미의 심리학>

 

그래서 아들러가 결국 말하는 것은 '그 모든 괴로움을 멈추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 이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들러의 심리학이 실천의 심리학으로 불려지는 이유이다. 모두가 제각각 자신이 선 그 자리에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살면 된다. 누구를 앞지르고, 누구에게 추월당하는 식이 아닌 오로지 자기 앞에 펼쳐진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야만 경쟁의 인간관계에서 떨어져 나와 원초적 고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 제도 아래서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협력보다는 경쟁에 더 잘 준비된 채 학교에 들어간다.
그리고 경쟁 훈련은 학창 시절 내내 이어진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재앙이다.
다른 아이들을 물리치고 앞지르려고 안간힘을 쓰는 건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고 싸움을 포기하는 것만큼이나 재앙이다.
두 경우 모두 아이들은 주로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주된 목적은 공헌하고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획득하는 것이다.
가족이 전체의 대등한 일부인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단위여야 하듯이 교실 또한 그러해야만 한다.
이런 방식으로 훈련받으면 아이들은 실제로 서로에게 관심을 쏟고 협력을 즐긴다.

아들러 <인생의 의미의 심리학>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인 '공동체 감각'은 경쟁이 배제된 채 모든 인간이 타인을 친구로 여기고 서로 협력하며 사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여전히 실현 불가능한 이상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기시미 이치로는 실현되지 않았기에 이상인 것이고, 이상만이 현실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며

아들러 심리학, 인생의 의미의 심리학을 이야기 한다.

 

 

자기에게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타인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공헌하기로 하는 생활양식을 선택하면 된다. 

생활양식을 바꾸면 다른 자신으로 교환할 수는 없어도 새로운 자신이 될 수 있다.

아들러 <인생의 의미의 심리학>

 

아들러는 모든 인간은 대등한 수평 관계에 있으며 인간의 가치는 위아래가 없고 누구나 같은 권리를 갖고 있으므로 누가 누구를 수단으로 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경쟁에서 벗어나와 대등한 누군가를 적이 아닌 친구로 여기며 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의 의미에 대해 우리는 때로 잘못 인식할 수가 있다.

그럴때 잘못 해석된 상황을 재고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의미부여를 재검토함으로써 수정된다.

아들러 <인생의 의미의 심리학>

 

현실이 꽉 막혀 답답하고 원망스럽고 지나간 과거는 우리의 발목을 붙잡은 채 놓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다가올 미래는 한 줄기 빛도 없는 잿빛 먹구름들의 꼬리잡기 향연이라면 일어서야 한다. 그리고 움직이며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무엇이라도 하면 결국 무엇인가가 되어 있던지 혹은 무엇인가를 이루어 놓지 않겠는가.

 

지난 몇 년간 넋이 반쯤은 빠진채로 살았었다. 그 속에서 헤어나오질 못했었다. 나오려고 하면 발버둥친만큼 다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늪이었다.
죽을 힘을 다해 가까스로 기어 나온 나는... 다시는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방치하며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다시 태어나기 전엔 안돼.' '이번 말고 다음 생을 기대해' 이런 말들로 더이상 나를 주눅들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일어서고 싶고 여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래서 어떤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하려고 한다.
아들러의 가르침을 믿으며 따라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