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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브루나이의 동성애 투석형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브루나이는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 주변 이슬람 국가보다 훨씬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술, 담배도 금하고 일체의 밤문화도 없으며 관광객이나 선교사들의 포교활동 역시 금지한다.

 

 

인구는 적은데 풍부한 원유와 천연가스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는 자원 부국인 브루나이는 국민들에게 무상교육과 의료비 지원등 복지에 신경을 쓰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브루나이 국왕이 사는 왕궁은 방만 1800여개, 화장실 300개 가까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되며  브루나이 투자청 소유의 '도체스터 컬렉션' 럭셔리 체인이 운영하는 고급 호텔이 유럽과 미국에도 여러개 있다고 한다. 

 

외적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그런 브루나이가 5월 1일부터 개정 형법을 시행한다고 하는데 그 내용이 끔찍하기 이를데가 없다. 브루나이 법무상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절도범의 경우 초범은 오른쪽 손목을, 재범은 왼쪽 발목을 절단하고 동성애나 간통, 성폭행을 저지르면 숨을 거둘 때까지 돌을 던지는 투석형에 처하며 이러한 처벌 규정은 미성년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한다. 

 


절도시 수족 절단형이라는 과한 형벌을 부과하며 혼외 성관계나 동성의 성인이 합의 하에 갖는 성관계 같이 애초에 ‘범죄’로 간주되어서는 안 되는 행위에 대해서도 투석을 통한 사형까지 허용하겠다는 브루나이의 결정에 국제엠네스티 등 인권단체 들이 반대 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개정 형법은 이슬람의 관습법 '샤리아'를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  논란이 되고 있는 손·발목 절단 및 투석형 조항은 2013년경 도입하려 했으나 국제 인권 단체의 반발이 심해 무산되었다. 그 무산되었던 법을 올해 다시 시행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번 법률이 시행되면 브루나이는 동남아시아에서 동성애자에게 사형을 내리는 유일한 나라가 된다. 

 

브루나이는 보수적인 법 체계로  불법 이민자에게는 등나무 채찍을 내려치는 벌을 가하기도 한다. 현재 브루나이 내에서는 새 형법에 대한 반발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는 종교 지도자를 겸하는 국왕에 대한 비판을 금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브루나이 국왕은 "샤리아는 신이 특별히 내려준 가르침이며 개정 형법은 브루나이의 위대한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가 없는 나는 가끔씩 들려오는 이런 소식을 들을 때면 '종교'를 위한 '종교'. '종교'를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종교'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왜 존재해야 하는지...의문을 품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의 기능은 신이나 절대자를 통하여 인간의 고민을 해결하고 삶의 근본 목적을 찾게 하는 것 아닌가. 

 

종교가 세상에 해야 할 그 숱한 일들은 다 차치하고 브루나이가 선택한 일은 강력한 형법 제정으로 국민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인가 보다. 중대범죄로 간주되지 않는 절도나 자기성결정권에 의해 선택한 동성애까지 종교의 교리와 율법에 의거하여 일일이 잔혹하게 처벌하고 사형을 집행해야 하나? 그것도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돌세례를 맞아야 하는 투석형을? 그걸 사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죽을 때까지 고문하겠다는 선언이지 않을까?

 

IS집단이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자행하는 투석형 얘기를 들을 때에도 사람들은 분노를 거두지 않는데 하물며 부국으로 알려진 브루나이에서 이런 형법을 집행하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반발을 일부러 불러일으키겠다는 것과 같다.

 

이렇게 편협한 종교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이슬람교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도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들이 말하는 관습법 '샤리아'를 지켜 신에게 구원받을 자 누구인가. 국민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죽어서가 아닌, 살아있는 지금. 이 땅에서 구원을 실천한 자가 결국 저 세상에서도 구원받지 않겠는가?

 

 

국제 권력에 의해 억압받는 정치범들을 돕고 전세계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엠네스티의 로고가 촛불이다. 철조망에 둘러싸인 촛불은 억압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을 의미한다.  

 


남아프리카의 영웅 넬슨 만델라가 정부에 저항운동을 하다가 종신형을 선고받았을 때, 엠네스티는 27년간이나 그의 석방 운동을 위한 동행을 멈추지 않았다.  

 

석방된 만델라가 엠네스티로 인해 외롭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처럼 오늘도 인권 침해를 받고 있을 전세계의 누군가를 위해 엠네스티의 촛불이 계속 타오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