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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에너지 흡혈귀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어릴 때 딸아이가 좋아했었던 영화다.

뱀파이어 남자(로버트 패틴슨)와 고등학생 여자(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종족(?)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였다. 

뱀파이어이긴 해도 사람의 피를 먹지않는 '채식주의자'로 등장하는데

결국 이 남자를 무척이나 사랑한 여자, 스스로가 피를 빨려서 뱀파이어가 되어

훗날 둘이 결혼 하고 아기도 낳고 적도 물리치며 행복하게 잘 산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평론가들이 인색하게 평가를 해도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재미있고 즐겁게 영화관람을 하면

영화로써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라...

내게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에 관한 추억은 꽤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영화 속 뱀파이어가 화면이 아닌 현실로 스멀스멀 기어나와 

생존을 위협할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뱀파이어가

내 목을 조르고 누르다

결국에는 빨대 꽂듯 그 날카로운 이빨을 목덜미에 깊숙히 쑤셔 넣으며

몸 속 피를 남김없이 빨아갈텐데....

그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실제 피와 같은 내 몸속 에너지. 기력.

그 기력을 뽑아가는 뱀파이어들은 도처에 있어왔다.

그리고 그들을

에너지 흡혈귀라 부른다고 한다.

 

독일 최고의 관계 심리 전문가인 롤프 젤린은 에너지 흡혈귀에 대한 주의를 준다. 

 

심리 치료를 할 때 '에너지 흡협귀'들을 조심하라는 말을 종종 한다.

에너지 흡혈귀란 상대의 착한 마음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나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인 방법으로 상대의 기를 빼앗고 분노하게 만드는 존재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때로는 주위에 있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내가 흡혈귀가 되어 나의 기운을 빠지게 만들 때가 있다.

바로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비하할  때다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롤프 젤린 

 

 

 

 

살다보면 얼마나 많은 관계 속에서 사람들의 민낯을 보게 되는지 모른다. 

자신의 기분이나 잇속을 챙기기 위해

누군가의 순진하고 어수룩한 마음을 함부로 가지고 놀며 조롱한다. 

또한 어떤 식으로든(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방법을 총동원하여)

대상이 되는 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려 나락으로 내몬다.

어른들의 세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그렇다.

 

터무니없이 부피가 줄어든 자존감은 여간한 반전의 기회를 맞이하지 않는 이상

원상태로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존감이란 

주변의 누군가가 어디선가 대신 공급받아서 기름넣듯 주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나를 둘러싼 세계가 나를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며 못견딜 정도로 괴롭게 할 때에는

그곳으로부터 빠져 나와 나만의 세계에 침잠하는 시간을 필연적으로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훗날.

내가 꿈꾸고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는

나만의  세계를 새롭게 구상하며 만들어 나갈 수 있을테니까.

그러려면 내 에너지를 뽑아먹는 흡혈귀들로부터 거리 유지가 필수일 듯 하다.

 

인스타그램 여기저기에 포진해 있는 행복하고 즐겁고 화려한 시간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세계만 들여다 보면

문득.... 평범하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온 자신의 일상이 밋밋하고 후져보이기도 한단다.

그럴때마다 

그들의 인스타그램 속 일상이 그들의 전체 인생인냥 착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도 집에 돌아가면 다 똑같다.

밥 먹고, 자고, 화장실 가고. 고민하고, 싸우고, 울고, 웃는다.

 

'나도 한번 그들과 같아져 봐야지'라는 생각에...

비싼 가방 할부로 사서 내노라하는 음식점에서 사진 한번 촬영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

조용히 그 가방을 중고 매장에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누구도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럴 자격도 주제도 못 되기 때문이다.

 

가방도 사고

비싼 음식도 먹고

사진도 찍어 올리고

산 가방을 도로 팔아도 된다.

다만.....그러고 난 다음에 자신의 상황과 행동을 탓하거나 원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 그럴만 해서 그랬던 것이라고 스스로 이해하되

차츰차츰 허상의 세계와 거리 두기를 하면 좋겠다.

최소한 자신이 스스로에게 '에너지 흡혈귀' 노릇을 하며 평생을 살 수는 없으니까.

때로는 단호지기로 결심을 해야 한다.

 

다 소진되어 버리기 전에...

우리의 에너지는 우리 스스로가 챙기길 바랄 뿐이다. 

 

https://pixabay.com/users/Sophk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