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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사생활 침해하는 학교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인 초등학교 4학년때 복도 청소를 하고 있는데

학부모 한명이 담임 교사와 복도에서 얘기를 나누며 자꾸만 나를 힐끔거렸다.

그러더니 내게 눈짓으로 뭐라고 했는데...

부모 눈치도 못 알아먹는 열한살 짜리 아이가 남의 부모 눈짓을 알아들을 리 없다는 걸

학부모는 도통 알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묵묵히 열정적으로 청소만하던 나를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저리로 가라고 명령했다.


'저리? 저리가 어디지?'


그때 나는 보았다. 

담임 교사의 민망한 눈빛과 더불어 그녀에게 동조하던 액션을.

담임은 내게 손을 휘휘 내저으며 계단 쪽을 가리켰다.

'저리'가 그 계단 아래 한 구석이었던 거다.

둔하면서도 의외의 순간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던 어린 나는 

담임 교사의 모습에서 행간의 의미를 알아냈다. 

그리고 계단 한 구석에 숨어있다가 그들의 불온한 거래 목격했었다. 


그 옛날. 학교의 일부 교사들은 학부모에게서 촌지를 관행처럼 받았었다. 

학부모 역시 다른 어떤 아이 보다 내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듬뿍 주십사

촌지를 내밀며 양심이란 보도 듣도 못한 것 처럼 행동했었다.

그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촌지는 불법이고,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로는 교사들도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받는 캔커피 하나에도 몸을 사린다고 한다. 

그런데 모든 교사들이나 학교가 다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물론 촌지나 선물을 받지는 않겠지만...(이것도 확인이 불가하니 그렇게 믿고 싶지만.

한때 강남에서는 엄마가 학교에 매고 간 명품백을 상담 끝난 후에 남겨놓고 총총 사라지기도 했단다.

아니 왜 자기 가방을 칠칠맞게 놓고 다녀??? 이렇게 생각할 사람 없겠지만....

학부모가 어깨에 매고 왔다가 놓고 간 명품백을 자기 것인냥 가로채기하는 교사. 무섭다ㅜㅜ )

새 학기마다 담임교사가 학부모의 직업, 학력, 소득을 조사하는 학교가 있나 보다.


정말 시대착오적이다. 

40년 전으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듯 하다.

그때 조사서에 집에 컬러TV 있다고 동그라미 치고, 부모 학력, 주거지 소유 여부 등을 적어냈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어이상실한 행태이다.

그런데 그런 짓을 2019년에도 하고 있는 얼빠진 학교들이 있나 보다. 


학부모의 직업, 학력, 소득 등을 묻는 행위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상자에 따라서 굉장히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미혼모, 이혼부모, 조부모와 같이 사는 어린 학생의 입장을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그런 질문을 던질 수는 없다.

세상 모든 부모는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자일 거라는 초파리같은 뇌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면 

학부모의 학력도 함부로 언급해서는 안된다.  

학부모의 소득을 학교 측에서 왜 알아야 되나?

소득이 부족하면 보태주는 시스템인가???

일부 학교에서는 이혼 여부, 조부모의 학력, 집 소유 상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학생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학생간 위화감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새학기를 맞이한 담당 교사라면

학생 개개인에 대해 궁금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을텐데...

학교측은 어찌 된 게 학생들에게서 고작 이런 것들을 궁금해 하는 걸까?

이런 궁금증. 

궁금하지 않은 나조차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촌지가 금지된 시대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건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학부모들의 수준을 가늠하며 학생을 차별적으로 대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을까?

학교나 교사 수준을 뭘로 보는 거냐고?

색안경 끼고 보지 말라고?

나도 정말 그러고 싶다.

그러니까... 절대 학생들에게 그런걸 궁금해하지 말라.


김정희 서울특별시 교육청 교육연구 정보원 정보보호과 주무관은 

"학생에게 수집 목적과 활용 기간을 정확히 알리거나 관련 법령이 있는 경우에만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교육청 홈페이지에 

'과도한 개인정보수집 신고 창구'를 개설해서 학생 개인정보 보호에 나선다고 한다.


혹시 내 아이가, 주변 아이가 

지나칠 정도의 많은 신상 정보 요구를 학교측으로부터 받았을 경우에는

해당 교육청에 온라인으로 신고를 할 수 있다. 

'국민신문고'


'국민신문고'라는 앱을 깔아서 각종 불편 사항들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면 된다.

나 하나쯤 참지...

억울해도 넘어가지...

그렇게 생각하는한 우리 주변의 불편 사항들은 결코 편리하게 바뀔 리 없다. 

프로 불편러, 트집잡는 민원인이 되자는 게 아니다. 

나와 내 아이의 인권이 침해받는 상황에서도 

좋은 게 좋은거다... 라는 인식으로 일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일부 학교와 교사에 국한된 해프닝이라 믿고 싶다.

학생 입장에서 일일이 신경쓰며 최선을 다하는 참된 스승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학부모들이 믿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다. 


얘들아, 학교 생활 재미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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