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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켜줘

사람은 누구나 자기 주변의 일정한 공간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의식적인 경계선인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를 가지고 있다. 

-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

 

 

퍼스널 스페이스는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자신만의 물리적 공간이다. 

책상의 가운데 금을 넘어오는 짝꿍의 노트를 밀어내고 

버스에서 옆사람 없는 자리에 앉으려 하고

 ATM기계의 접근 방지 테이프가 바닥에 붙어있는 

그런 상황들을 생각해 보면 퍼스널 스페이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꼭 공간에만 한정된 개념이 아닌 심리적인 것에도 해당이 된다.

 

퍼스널 스페이스는  단순히 물리적 거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음의 거리다    -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

 

1미터 내외로 알려진 이 퍼스널 스페이스는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그 중 가장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아래 사진)   

스웨덴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과는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버스 정류장에서도 거의 3미터 이상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 

(버스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망 보는 수준?) 

멀찌감치 떨어진 그들 사이의 거리에서 당신의 영역이 중요한 만큼

 나의 영역도 중요해서 침범받고 싶지 않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들은 모르는 사람과는 이런 거리를 두지만

일단 친해지면 아주 높은 유대감과 친밀도를 유지해 나간다고 한다.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친해지기 전까지 필요한 물리적 공간(거리)과 마음의 거리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필요한 모양이다. 

그러나 스웨덴 사람들의 이런 퍼스널 스페이스를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그들만의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타인의 예의없음을 싫어하고

친하지도 않은데 사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을 경계하며

자신의 마음이 원치 않으면 친구하기를 거절하고

자기가 싫은 것은 죽어도 싫다고 말하는.... 타입이다.

어지간한 황당무계함 정도는 내 팔자려니 하며 견디고 넘어가는 나를 보며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도리질치는 타입이다.

그런 아이에게

나는 때마다 훈계질을 했었다.

 

모나게 굴지 말아라.

대세를 따라라.

그러려니 해라.

그냥 참고 지내 봐라.....

인간관계에서 나는 언제나 딸에게 손해보며 사는 것을 

바른 길인냥 인도하고 있었다. 

나는 왜 그랬을까?

남들에게 아이가 유별난 사람, 예민한 사람, 이상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게 싫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무리에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예민하다'(까칠하고 유별나다)는 특성을 부여해 예의주시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심리적 거리를 뜻하는 퍼스널 스페이스를 알게 되면  

개인의 까칠하고 예민함을 이상하다고 특정짓고 피곤해 하기 보다는,

타인과 가까워지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구나...하며

인정하고 기다려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기다려 주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쉽게 친해질 수 없는 것이

퍼스널 스페이스를 유지하려는 자들의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나의 훈계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사는 딸을 보며.....

어느샌가

가랑비에 옷젖듯

딸아이를 닮아가고 있었나 보다.

 

https://unsplash.com

 

얼마 전 추운 겨울 새벽.

남편을 전철역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그 겨울, 그 새벽. 그 지하 1층의 엘리베이터는

나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올라가는데

1층 로비에서 땡하고 멈추며

웬 시커먼 남자와 그 남자보다 더 시커먼 송아지만한 사냥개를 보고 말았다.

그 둘은 두려움에 떠는 중년여인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엘리베이터 속으로 밀고 들어오려했고

그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나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을.

 

그래서 말했다.

"그 개랑 타실건가요? 그럼 제가 내릴게요."

그러자 남자가 송아지 형상의 사냥개를 질질 끌고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갔다. 

 

https://pixabay.com/

 

나는 혼자 안전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서 다짐했다. 

사냥개에게 입마개도 안씌우고 산책시키는 사람과는 결코 한 공간에 머물지 않겠다고.

앞으로도 나는 상식적이지 않은 것, 내가 싫은 것에는

당당히 내 의견을 말하겠다고.

그래서 미움을 받을지언정

나만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키고 가꾸겠다고.

 

나는 여전히 성장 중이고

오늘도

딸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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