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중 한명은 내게 말했다.
이제 동창 모임에는 나가지 않을 작정이라고.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어쩌다 만나서 하는 얘기가 늘 지나간 과거 아니면 자식 자랑이라서 나가기 싫다는 것이었다.
친구에게는 자랑할 자식이 없어서 남의 자식 이야기 듣는게 싫은 건 이해가 되었지만
지난 일들을 반추하며 추억을 서로 공유하는 건 왜 싫을까?
"맨날 우려먹는 과거도 싫증나. 언제까지 옛날 잘나갔던 얘기만 할 거야?
살아갈 날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생산적인 대화들을 해야지."
"자식 자랑이 듣기 싫은 건 아니고?"
"너무 싫어. 자식 잘난 걸 자기 잘난 걸로 착각하는 인간들도 너무 많지.
그리고 자식이 대학만 잘 가면 다야?
그 다음에 어떻게 인생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살다가 쫄딱 망할지 어떻게 알고 지금 순간만 보고 인생 전체를 호언장담해?"
"야, 그거 막말 아냐?"
"인류 역사에도 흥망성쇠가 있는데, 인생에 굴곡 없다는 게 말이 되냐?
어떤 인생도 처음부터 끝까지 무탈할 수 없는 거야.
인생이란 파도에 이리 저리 휩쓸리면서 희노애락을 다 겪고 사는 거라고.
그런데도 만나면 자기 자랑, 자식 자랑..
그런 거 들어주며 시간 낭비하기 싫다."
그 후로 내 친구는 정말 동창 모임에는 발을 딱 끊고
자신의 말대로 생산적인 활동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였다.
100세 시대에 미어터지는 냉장고 속 파먹기나 하듯이...
계속해서 과거를 파먹으며 예전 화려했던 전력을 읊조리고 싶지는 않았던 거다.
그녀는 활기있어졌고, 행동 하나 하나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녀처럼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자신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낯선 사람과의 모임을 주저하지 않으며
새롭게 무언가를 배움에 망설임이 없다.
지금까지 살아왔던대로 살기 싫어하는 사람들.
조금의 변화라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변해야 산다'고
타성에 젖은채 사는 삶에 종지부를 찍고 싶은 건.
너나 할 것 없는 마음일 것이다.
다만 실행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일뿐.
친구가 말한다.
"야, 백화점도 밤 10시까지 문 열고 와인 파는 세상이야. 8시면 손님들 다 나가라고 노래 틀었었잖아.
근데 지하1층에서는 와인을 계속 팔아. 세상은 빠르게 변해.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한 발 앞 선 변화는 생존 전략의 필수야."
알아보니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는 식료품을 파는 지하1층 한쪽에
100평 규모의 와인숍을 만들어 밤 10시까지 운영중이었다.
와인웍스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와인을 체험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백화점 안에 야간 술집이 생긴 셈이라는 거다.
그만큼 백화점의 매출이 예전같지 않기에 시도하는 생존 전략이다.
이미 8년 전에 매출액 기준으로 백화점은 온라인 쇼핑몰에 역전을 당했고
최근에는 편의점에까지 추격당하는 상태라고 한다.
백화점의 이런 부진한 상황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하는데
860여개 매장을 가진 미국 백화점 CJ페니도 실적이 부진한 18개 백화점에 대한 폐업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나라 백화점들은 야간 영업뿐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내놓았던 자체제작 상품(PB) 시스템을 도입하고
층별 매장의 경계도 깨버렸다.
1층의 화장품, 2층 여성의류라는 공식 룰을 깨고
1층에 생맥주 펍, 2층에 유아용품, 키즈카페등으로 젊은 고객을 타겟으로 하는 백화점도 등장했다.
변해야 산다고 일찌감치 깨달은 친구는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계속 데려다 놓고 모험을 즐긴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 자신을 끌고 가는 것은
꽤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그래서 아줌마들은 삼삼오오 짝지어서 몰려다니지만)
변화의 느낌을 제대로 맛 본 그녀는
거침없다.
그녀에게는 일상에 안주한 채 곶감 꺼내듯 과거를 들추는 것이
낯선 누군가를 만나 전혀 모르는 무언가를 새로이 배우는 것보다
훨씬 견디기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변화가 두려운게 아니라
변하지 않는 게 두려운
용감한 친구가 내게 끊임없이 말한다.
"너도 변화의 물결에 뛰어 들어. 그럼 더 멋지고 신나게 살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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