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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나태주 시인 "딸기 철"의 딸기 같은 내딸

딸아이는 딸기를 좋아한다. 

과일중에서 딸기를 가장 좋아한다.

'이왕이면 가격대비 양이 많은 과일을 좋아하지.....'


1킬로그램에 돈 만원 남짓한 딸기를

딸아이 혼자 이틀이면 다 먹는다.


딸기가 나는 철부터 들어가는 철까지

거의 떨어지지 않고 딸기를 먹는다.


예전만해도 봄에 나던 딸기를

하우스 재배로 한겨울에도 만날 수 있으니.


겨울 내내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딸기를 정신없이 먹었나 보다.


같은 가격에도 

어느 날은 무른 딸기를 만날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딸기를 씻는 내내 속상하다.


비싼 만큼 가장 좋고 싱싱한 딸기를 딸아이에게 먹이고 싶으니까.


싱싱하지 않은 딸기를 제 값 주고 산 날은 

두고두고 후회를 한다.


아까 살 때 옆에 있던 딸기를 샀어야 했는데...

그게 더 싱싱했을 거야.


싱싱한 딸기를 씻을때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온다.

'딸기가 살아서 밭으로 뛰어가겠다.'

씻는 내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아마도

지난 겨울부터 어제까지

딸아이가 먹은 딸기는 수십 상자가 넘을 것이다.


그 많은 딸기를 씻어 먹이면서

내 몫을 따로 덜어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내 입에 들어가는 딸기를 아껴서

내 딸아이 입 속에 넣어주고 싶었다.

늘 그랬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려니 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딸아이는 

내가 싫다고 해도

엄마 몫의 딸기를 접시에 담아 가져다 준다. 


번번이 거절하다가도

고마운 마음에

한입 깨물어 본다. 

깜짝 놀란다. 


냉장고 안에서 차가워진 딸기에

이가 시린 걸 느낀다.








나태주 시인을 좋아하는 딸아이가 시집을 읽더니 내게 '딸기 철' 시를 들려 주었다. 


딸기는 세상 모든 딸아이들이 다 좋아하는 과일인 모양이다.


'딸기 철'에 담긴 시인의 딸에 대한 사랑이


딸기를 매개로 내게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다.












딸기 철  


봄마다 딸기 철에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람은 우리 딸


봄마다 딸기가 그렇게 먹고 싶다 했지만


딸기를 사주지 못했던 우리 딸


제 엄마 시장에 가면 따라가 치마꼬리 잡고


딸기 사달라고 조르고 조르던 아이


그러나 제 엄마는 딸아이에게 딸기를 사줄 만한 돈이 없어 


딸기장수 아주머니 보지 못하게 하려고 치마로 일부러


가리고 다녀야만 했던 우리 딸


제 엄마 딸기장수 아주머니에게 100원어치만 200원어치만


딸기를 팔 수 없겠냐고 말했다가 된통 혼나게 만든 우리 딸


봄이 와 딸기 철이면 제일 먼저 딸아이에게 딸기를 사주고 싶다.


딸기를 먹고 있는 딸기 같은 딸아이를 보고 싶다.


그러나 그 아이 이제는 어른으로 자라 시집을 가서 


딸기 사달라고 조르던 제 어릴 때만큼의 딸아이를 둔


엄마가 되어버렸다.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중.  나태주